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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딸 고졸에 시집보낼 수 있나?''''



경제정책

    ''''당신 딸 고졸에 시집보낼 수 있나?''''

    [''달인의 시대'' 아직 멀었다②] 취업하니 메달은 간데없고 학력만 남았다

     

    정부가 공정사회의 마지막 테마로 ''학력철폐''를 내걸었다. 과연 능력 중심의 기능인 우대사회는 가능할 것인가. CBS는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국제기능올림픽 수상자들을 밀착 취재해, 그 가능성을 점검해 보는 기획보도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2005년 핀란드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수상한 김정원(27. 가명)씨. 그의 출발은 순조로웠다. 한 중소기업 사장이 직접 찾아와 그를 채용했다. 기술을 인정받아 2년 후 한 중견기업으로 이직에도 성공했다. 기능올림픽 수상 경력을 본 임원진이 대졸자들과 함께 그를 합격자로 낙점했다. 대학 나온 동기들과 경쟁할 자신도 있었다. 그러나 회사조직은 그를 같은 출발선에 놓지 않았다.

    "사람들이 처음에 못 믿어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대학 다닌 동기는 저랑 나이도 같았고, 같은 개발팀에 있었는데 그 친구는 곧바로 개발 업무를 하고, 저는 다른 팀에서 안하는 업무, 잡무 같은 것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업무 뿐만 아니었다. 회식자리에서도 대학 이야기가 많았다. 낄 수 없었다. 대학 선배라고 또 후배라고 그렇게 이어지는 네트워크. 거기서도 소외됐다.

    "(나는) 공고 출신이다 보니까… 다들 대학나온 사람들이고 그러니까 관심 자체가 대학 나온 친구에게 쏠리고 하다보니까 처음에 관심 자체가 많이 떨어지는게 사실이죠."

    그는 결국 회사를 관뒀다. 전문대에 진학했고, 더 큰 꿈을 위해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은 외국의 한 대학으로 유학을 준비 중이다. 가진 것은 없지만 기술만 갖고 안주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국제기능올림픽 금메달 수상자인 A씨의 경우도 비슷했다. 금메달을 수상하자마자 곧바로 한 굴지의 대기업에서 채용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파격적인 채용에 주변에서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입사 후 돌아온 건 서류작업과 단순작업 뿐이었다. 기술을 전혀 활용할 수가 없었다. 잠자는 시간도 아껴가며 몇 년을 고생해서 배운 기술이었다. 결국 그는 기술을 살려보기로 했다. 주변에서 무던히도 말렸지만 직장을 그만 뒀다. A씨는 지금 대학을 다니고 있다.

    ◈ 기능올림픽 메달따도 고졸차별 예외없어…취업 후가 더 문제

     

    취업은 해도 사실 취업 이후가 더 문제다. 기능올림픽 입상자들의 현실이 이러한데 대다수 고졸 기능인들이 처한 상황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한 취업 포털사이트에서 고졸 직장인 3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고졸 직장인의 75.3%가 고졸 학력이 직장과 사회에서 걸림돌이 된다고 응답했다. 또 65.5%가 대학 재학 중이거나 진학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최근 정부의 학력철폐 기조 아래 기업들이 고졸채용을 확대하고 있지만 문제는 채용 이후다.

    마이스터 정책연구원 이창선 이사는 "단순히 고졸채용을 한다고 될 것이 아니라 채용된 고졸 사원들이 학력보다는 실력만큼 대우받을 수 있도록 후속조치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력 중심의 조직문화와 사회적 인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

    ◈ 마이스터 운동, "최소한 기능인 우대 표시라도 내주자"

    최근 마이스터 정책연구원은 독일의 마이스터(전문 기능인) 우대정책에 착안해 ''마이스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학력보다 기술과 실력을 우대하는 기업에는 정부가 세제 혜택 등 실질적인 지원을 해주고, 일정 반열에 오른 기능인에게는 ''마이스터 인증 카드''를 부여해 공공기관과 공연장, 음식점 등에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 취지다. [BestNocut_R]

    이 이사는 "임금 격차를 당장 해소하지 못하더라도 사회적으로 기능인들을 존중해준다는 표라도 내주자는 의미"라며 "기능직종을 천대시하는 풍조를 의식개혁 운동으로 조금씩 바꿔 나가야 하는데 기업과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기능올림픽 지도자는 ''기능인 우대를 외치는 정부 고위관리나 국회의원에게 정말 묻고 싶다''며 질문을 던졌다.

    "당신 딸이 고졸 기술자와 대졸자를 놓고 고민한다면 누구에게 시집가라 하겠습니까?"

    그는 "이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야 진정한 학력철폐 사회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신은 이 질문에서 자유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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