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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보다 어려운 정착…그들을 울리는 남한 사회의 편견



통일/북한

    탈북보다 어려운 정착…그들을 울리는 남한 사회의 편견

    [잇따르는 탈북, 대책은? ②] "탈북자라서…" 취업장벽 만큼 단단해

    최근 극심한 경제난 속에 김정은 후계체제가 굳어지면서 육지와 해상을 가리지 않고 북한을 탈출하는 주민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CBS는 이렇게 최근 계속되는 탈북 행렬과 정부대응의 문제점, 탈북자 국내정착의 어려움, 이미 정착한 탈북자의 세태변화 등을 사흘에 걸쳐 집중 보도한다.

    9일은 두번째 순서로 천신만고 끝에 탈북에 성공해 남한으로 들어왔지만 남한사회의 편견으로 인해 취업과 학업 등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자들의 현실을 이동직 기자가 취재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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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경북도 혜령이 고향인 김 모(여.50) 씨는 지난 2007년 12월 천신만고 끝에 남한으로 들어왔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1995년부터 4차례나 중국으로의 탈출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공안에 붙잡혀 북송 당했다.

    매번 국가보위부로 끌려가 매질을 당하면서도 그녀는 남한행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어린 아들과 딸에게 자신의 비참한 인생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2007년 6월, 극적으로 탈북에 성공한 그녀는 중국 연길과 라오스, 태국을 거치는 강행군 끝에 그해 12월 꿈에도 그리던 남한땅을 밟았다.

    남한 사람과 같은 대우를 받을거란 생각을 한건 아니었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남한사회의 시각은 생각보다 차가웠다.

    김 씨는 ''''이방인 취급을 당하면 섭섭한 생각에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면서 "하지만 실력을 키우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동포들이 진정한 이웃으로 받아줄 거라고 생각해 밤낮없이 자격증 공부에 매달렸다"고 털어놨다.

    중장비 자격증, 컴퓨터 정비사 자격증을 비롯해 그녀가 1~2년 사이에 딴 자격증만 무려 6개.

    그러나 그녀의 ''''남한 드림''''은 여기까지였다.

    2009년 중장비 자격증을 딴 뒤 경기도 수원의 한 건설현장을 찾아갔지만 업체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를 들어 채용을 거절했다.

    이후 컴퓨터 관련 회사 등 백여 곳에 달하는 기업체와 공장 등을 찾아갔지만 돌아온 것은 ''채용 불가'' 통보 뿐이었다.

    그녀는 "나이가 많다는게 회사들이 채용을 거절한 이유였지만 거의 모든 회사가 내가 ''탈북자''라는 신분을 확인한 뒤에는 경력이나 실력 따위는 파악해 보지도 않고 바로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며 울먹였다.

    현재 김 씨는 서울에서 1천3백만원짜리 영구임대아파트에서 매월 국가가 지급하는 생계비 100여만원으로 아들(18),딸(13),남편(52)과 함께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올해 초 노동부에 취업신청을 해놨지만 아직 연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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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서도 "탈북자니까…" 탈북청소년 울리는 편견, 일부는 대안학교행

    탈북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3년 어머니, 형과 함께 탈북한 박 모(21) 씨는 최근 검정고시를 거쳐 고등학교까지 마쳤지만 배움의 과정은 험난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닌 그에게 일부 친구들과 선생님들은 색안경을 끼고 행동 하나하나를 문제삼았다.

    박 씨는 ''''남한 학생과 똑같은 실수를 해도 일부 선생님들은 ''탈북자라서 그렇다''는 식으로 뒤에서 수근데곤 했는데 이게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북한과 다른 교과과정도 탈북 청소년들의 학교생활을 힘들게 한다.

    북한에서보다 평균 2~3년을 낮춰 정규학교에 들어가지만 남한학생들을 따라가기란 여간 힘든게 아니다.

    가정 형편이 어렵다보니 사설학원을 다니지도 못해 학력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진다.

    박 씨는 중학교 2학년을 마치고 자퇴를 한 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안학교에 입학해 최근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앞으로의 꿈을 묻는 질문에 그는 "중장비 기사가 되고 싶다"면서 "요즘은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그는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취업을 하려하거나 학교를 다니면서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남한사회의 제도나 규칙 때문이 아니라 탈북자들에 대한 편견 때문"이라면서 "이런 편견이 사라지지 않는 한 탈북자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 탈북자 2만명 시대…"편견 해소, 제도정비 시급"

    2012년 10월 현재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은 2만 명을 넘어섰다.

    국내 입국 탈북자는 1999년에 1000명, 2007에 1만 명을 넘어선데 이어 3년 만에 2만 명을 돌파했다.

    현재 정부는 탈북자들에게 1인 가구 기준으로 기본금 600만 원과 최대 2440만 원의 장려금, 주거지원금 1300만 원 등 금전지원을 하고 있다.

    또 중고교 및 국립대 등록금 면제(사립대 50% 보조), 의료지원 확대, 탈북자 취업 알선 등을 통해 탈북자들을 돕고 있다.[BestNocut_R]

    그러나 탈북자들은 여전히 취업과 학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탈북자의 고용률(생산가능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은 41.9%로 남한 전체 평균 59.3%과 비교해 17.4%포인트 낮다.

    탈북자 단체 등에 따르면 전체 탈북 청소년 중 평균 10~20%가량이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취업지원사이버센터 김재숙 차장은 "북한을 이탈한 주민들이 남한사회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제도정비나 금전적 지원에 앞서 북한주민들을 진정한 동포로 바라보는 남한사회의 인식전환이 선행되야 한다"고 말했다.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 송부근 목사는 "탈북자 2만명 시대를 맞아 이제는 그들을 받아들이는게 아니라 함께 살아간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며 "탈북주민이 자립할 수 있는 더욱 세밀한 방법을 찾아 제도화하고 이를 적극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2011년 11월. 우리와 같은 피를 나눈 북한이탈주민 대부분은 여전히 이방인으로 남아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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