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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듬 더듬'…"무서워요" 요양보호사 성희롱 위험 노출



사건/사고

    '더듬 더듬'…"무서워요" 요양보호사 성희롱 위험 노출

    요양보호사 남성 보호노인들에게 '성희롱 위험 노출', 남성 보호대상자 꺼리는 현상도 발생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돕는 요양보호사들이 보호대상자인 남성 노인들의 성희롱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이들이 남성 노인의 보호를 꺼리고 있으나 관계기관은 마땅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3년째 요양보호사 일을 하고 있는 김 모(45.여)씨는 재가센터를 통해 새로운 보호대상자를 맡을 때면 노인의 성별부터 확인한다.

    과거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담당할 당시 상습적인 성희롱을 당한 이후로 남성 노인 수발을 들기가 겁이 나기 때문이다.

    김 씨는 "목욕봉사를 시켜 달라고 하면서 어르신 몸을 만져 달라고 하거나 성희롱적인 말을 많이 하셨다"며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회의를 느껴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그럴 수 없어, 할머니만을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이 여성들인 요양보호사들이 남성 보호 대상자들로부터 성희롱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양보호사부산연합회 관계자는 "요양보호사들이 성희롱을 당하는 문제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며 "성희롱을 당한 요양보호사들이 마땅히 문제를 제기할 곳이 없어 속 앓이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전국 9백 명의 요양보호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중 34.8%가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성희롱을 우려한 요양보호사들이 남성 보호 대상자의 관리를 꺼리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이들을 파견하는 재가센터 중 일부는 남성 노인들에게 보호사를 파견하지 않는다는 내부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관계기관은 대책은 고사하고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부산시 16개 구군 담당자를 통해 조사한 결과 성희롱과 관련해 소송이 걸린 사안이 한 건도 없었다는 이유로 문제점이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난해 구,군청 담당자를 통해 요양보호사 성희롱과 관련된 조사를 해 본 결과 사례가 한 건도 올라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인들의 요양보호 등급을 결정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또한 보호대상자의 건강상태와 성희롱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그 책임을 지자체와 재가센터에 미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지사 관계자는 "노인들이 성희롱을 한다고 해서 노인들의 건강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듯이 공단에서는 보호대상자의 건강상태만을 확인할 뿐이다"며 "성희롱과 관련된 불만사항이 아직까지 한 건도 올라오지 않아 구체적인 대안은 단정 짓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관계기관의 해명에 일선 재가센터 관계자들은 현실을 무시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모 재가센터 관계자는 "부산시에서 구청을 통해 조사를 했다고 하지만 문제가 있는 재가센터라는 것을 스스로 알리라는 것인데, 누가 정직하게 보고를 하겠나?"며 "공단 또한 성희롱 문제 발생시 2명의 보호사를 보내라는 지침이 있는데, 지원금이 한 명 분밖에 나오지 않는 것은 물론 관련 서류가 복잡해 현실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요양보호 대상자에 대한 주기적인 성희롱 예방 교육과 상습 성희롱 유발자에대한 요양보호 자격박탈 등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양보호사전국연합회 이화율 대변인은 "공단의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재가센터서 성희롱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며 "보호 대상자들에 대한 관계기관의 지속적인 성희롱 예방 교육과 함께 상습 성희롱 유발자에 대한 '삼진 아웃제' 등 구체적인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계기관의 방치 속에서 부산에 있는 8만 요양보호사들이 성희롱의 사각지대에서 노인들을 돌보는 것은 물론 실질적인 보호를 받아야 하는 남성 보호 대상자들마저 피해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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