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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놓고 여야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속내를 보면 공통된 고민이 깔려있다.
지금처럼 양측이 '치킨게임'을 벌이다 비준안 처리과정에서 몸싸움이 발생할 경우 기존 정치에 대한 염증이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박원순 현상'으로 대변되는 제3의 세력이 급부상하고 여야를 떠나 기존 정치권이 모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기존 정치권에 경종을 울린 10.26재보궐 선거는 특별한 지지 정당이 없는 '젊은 무당파'가 판세를 결정지었다. 특히 20대~40대의 유권자들이 새로운 대안을 찾아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기존 정당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재보궐 선거이후 더 확연해지고 있다.
문화일보와 디오피니언이 지난달 29-30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44.1%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차별화된 보수신당을 지지하겠다고 답했고, 민주당이 아닌 '안철수 신당'을 지지하겠다는 대답도 40.9%에 달했다.
한겨레신문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29일 조사에서도 안철수.박원순 중심의 제3세력에 대한 선호도가 39.3%로 한나라당(40%)과 비슷하고 민주당(11.1%)보다 훨씬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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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민심이 보수.진보를 떠나 기존 정당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양보할 만큼 양보했고,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며 비준안 강행처리를 시사하고 있는 한나라당이나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비준안처리를 막겠다"며 벼르고 있는 야당이나 물리적 충돌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하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인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이 물리적 충돌 직전에 지난달 31일 저녁 회의를 산회하고 이달 1, 2일 예산안을 우선 다루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남 의원은 지난해 말 예산안 강행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물리적 충돌이 재발하면 내년 총선에서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많이 양보했기 때문에 육탄전이 벌어지더라도 민주당쪽에 더 많은 화살이 갈 것"이라면서도 "직권상정을 하더라고 박희태 국회의장이 직접처리에 부담을 느껴 정의화 부의장에게 맡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민주당도 사정은 비슷하다. [BestNocut_R]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야권에게 패한 한나라당이 강행처리를 시도할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야당에게 밀려올 후폭풍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다.
민주당 의원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준안 처리를 막아야 하지만 이를 국민들이 어떻게 볼지도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또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한미FTA의 본질이 중요한데 몸싸움만 부각돼 여론이 양비론으로 흐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정치가 너무 지나치게 정쟁으로 치닫는다면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이 심화될 것"이라며 "극한 대립은 여야를 떠나 '공멸의 게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