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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무죄… ''전언(傳言)의 전언''이 빚은 예고된 결과



법조

    한명숙 무죄… ''전언(傳言)의 전언''이 빚은 예고된 결과

    "돈을 줬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증언은 소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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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찰은 지난해 4월에 이어 다시한번 체면을 구기게 됐다.

    특히 검찰 내 ''최고의 엘리트''라는 평을 받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장기간 수사를 벌였음에도 무죄가 선고되면서 검찰의 자존심인 수사력 자체에 대한 비판은 물론 정치적 수사라는 추궁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또 한상대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유죄를 자신한다"고 말한 적도 있어 수사라인 전반에 대한 책임론도 일 전망이다.

    ◇ 검찰 파상공세에도 불구하고 ''무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해 4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수억원의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이 회사를 전방위 압수수색했다.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미화 5만달러를 건넸다는 ''뇌물수수'' 사건 1심 선고공판이 있기 하루 전이었다. 별건 수사라는 비판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됐지만 검찰은 정당한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라며 혐의 입증을 자신했다.

    ''뇌물수수 사건'' 무죄 판결로 자존심을 구긴 검찰은 2차 사건으로 불리는 이번 ''정치자금법 사건''에서는 수사 자체는 물론 공소유지에도 총공세를 펼쳤다.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이 흘러들어갔다는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검찰은 참고인 소환조사만 100여 차례나 벌였고 법정에 신청한 증인수만 수십명에 달했다. 또 이례적으로 한 전 총리가 돈을 받은 정황이라며 법정에서 ''자금흐름도''와 ''통화내역'' 등 파워포인트 설명도 수차례나 했다.

    이에 따라 공판준비기일만 5차례 열렸고 이후 공판은 23차례나 집중심리로 이어졌으며 공판도 새벽 3시가 넘어 끝나기 일쑤였다.

    검찰은 한 전 대표가 구치소 수감 시 면회한 녹취록과 녹음CD 등을 공판준비기일 이후에 증거로 추가 신청하면서 변호인측과 증거 구성요건을 놓고 몇시간씩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 "돈을 건넸다는 소문이 돌았죠"

    검찰이 신청한 증인둘 대부분은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이후 법정에서 이를 뒤집은 한만호 전 대표의 주변인들.

    한신건영의 경리를 맡았던 정모 부장과 회사 간부들, 운전기사, 경쟁 건설업체 대표, 그리고 구치소 동료 수감자들까지 줄줄이 증인으로 채택돼 새벽까지 법정에 대기하며 증언했다.

    당시 검찰 증인심문의 주요 포인트는 한만호 전 대표가 한명숙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네는 것을 보았냐는 것. 그러나 대부분의 증인들은 "''한 전 대표가 돈을 줬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답했다.

    핵심증인으로 법정에 선 경리부장 정씨는 "한만호 사장이 한 전 대표에게 돈을 준다는 얘기를 들었고 이후 회사 내에 소문이 났다"고 증언했다.

    지난 3월21일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 직원 김모씨도 "회사가 부도난 지난 2008년 3월 회사를 찾아 경리장부와 컴퓨터를 본 수분양자와 협력업체 사장 등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준 내역이 있다고 말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불법정치자금이 건네지는 데 직접 가담하거나 돈 전달 역할을 한 게 아니라 관련 ''소문이 도는 것을 들었다''는 취지의 증언이었던 셈.

    5월2일 1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한만호 전 대표의 모친 김모씨도 ''돈거래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지 않았나''라는 검찰측 신문에 "아들이 한 건데, 돈을 줬는지 안 줬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냐"고 말했다.

    [BestNocut_R]검찰이 김씨가 아들 한 전 대표와 구치소에서 접견한 녹음 기록과 검찰 조서 등을 토대로 재차 추궁했지만 김씨는 일관되게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한 전 대표의 구치소 동료 수감자들 역시 검찰측 증인으로 법정에 섰지만 "한 전 대표가 돈을 줬다는 사실을 자랑했다, 법정에서 진술을 바꾼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정도만 증언했을 뿐이다.

    3개월이 넘는 수사와 1년 3개월에 걸친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한 전 총리가 돈을 받았다는 구체적인 혐의를 입증하는 데 결국 실패했다. 9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이라고 공소사실에 적시한 자금의 사용처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단지 "''돈이 건네졌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식의 전언의 전언(傳言) 증인신문으로 시간만 소비한 셈이다.

    공판준비기일과 증거 검증 특별기일, 현장검증 등 30차례가 넘는 공판 과정에서 "한명숙 전 총리 재판인지 한만호 전 대표 재판인지 구분이 안간다"는 비아냥이 나온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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