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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엄마가 되는게 꿈이예요.", "나는 사장님.", "나는 미용 공부가 하고 싶은데…"
지난 11일 오후 4시 국어수업 시간.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미혼모 대안교육 장기 위탁교육 기관인 '동방누리학교'에 입소한 학생들은 '꿈이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여러가지 표정이 번졌다.
지난 5월 이 곳으로 온 김하나(가명. 중3) 양은 분유를 먹은 뒤 천사처럼 자고 있는 '1개월 된' 딸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미용 공부가 하고 싶은데…"라고 작게 말했다.
2개월 전 아들을 출산, 입양을 보낼지 고민 중이라는 이소라(가명. 중2) 양은 "좋은 엄마가 되는게 꿈"이라면서 복잡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출산 예정일까지 한 달 정도 남은 심은미(가명. 중3) 양은 고개를 푹 숙인채 "나는 사장님"이라고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3인 신소라(가명) 양은 대학 면접시험이 있어 이날 수업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1년 전인 2010년 9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미혼모 대안교육 위탁교육 기관으로 정식 인가를 받은 이 학교에는 '미혼모 학생' 4명이 재학 중이다.
매일 오후 4시부터 3시간 수업동방누리학교는 미혼모와 아기 등 50여 명이 생활하고 있는 미혼모자 시설 '에스더의 집'에 설립됐으며, 학업을 중단한 미혼모 학생들을 위해 운영하던 '풀잎학교'가 그 전신이다.
풀잎학교는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정부 차원의 미혼모 학생을 위한 지원과 정책 변화로 동방누리학교로 이름을 바꾸고 정식 안교육 장기위탁기관으로 출발했다.
이 학교의 수업은 사회(월요일), 과학(화요일), 국어(수요일), 수학(목요일), 영어(금요일)로 매일 오후 4시부터 3시간씩 진행된다.
적은 예산으로 교사를 채용하기 때문에 정식 교사 자격증을 가진 인근 특수학교 선생님들이 해당 학교 일정을 소화한 후 동방누리학교에 와서 수업을 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는 배진주(24) 교사는 "아이들과 대화를 하며 마음을 터놓는게 가장 힘들었다"면서 "주된 관심사인 양육이나 산후조리 같은 얘기를 많이 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배 교사는 "국어 과목의 경우 여러 작품을 배우는데 이 중 미혼모 학생들과 성장배경이 비슷하거나 이혼, 아이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까 멈칫하기도 한다"고 전했다.[BestNocut_R]
유모차 2대와 볼록한 배가 아니라면 '엄마'인지 전혀 느끼지 못할 만큼 앳된 얼굴의 이들은 칭얼대는 아이를 안고도 수업에 열심히 였다.
한 손으로는 유모차를 밀어주고 한 손으로는 열심히 필기를 했다. 선생님 질문에 대답도 곧잘 했다.
동방누리학교 사회복지사 김민숙(40) 씨는 "은미는 들어온지 얼마 안돼 아직 말이 없지만 항상 수업시간에 제일 먼저 와있는 등 열심히다. 하나도 처음엔 말 없이 어두운 표정이었는데 이제는 꽤 명랑해졌다"고 말했다.
김 씨는 "예전에는 미혼모 학생들이 대부분 자퇴를 해 학업을 계속하지 못했는데 자퇴하지 않고 대안교육 기관을 찾으면 공부를 계속할 수 있다"고 전했다.
동방누리학교와 같은 미혼모 대안교육 위탁교육 기관에서는 원적 학교에서 채우지 못하는 수업일수를 채울 수 있어 출산 후 원적 학교에 복학해 졸업장도 받을 수 있다.
단, 재학생만이 해당돼 퇴학이나 휴학, 자퇴를 한 경우에는 복교 절차를 거쳐야만 하기 때문에 이를 모르는 일부 미혼모 학생들은 검정고시를 치르기 위해 이 곳에 입소하기도 한다.
'에스더의 집' 조용선 사무국장은 "지난해 10월 전북 정읍에서 왔던 고2 학생이 출산 후 학교로 돌아가 양육과 학업, 취업준비를 병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학생은 전북지역에 대안교육 기관이 한 곳도 없어 멀리 떨어진 평택까지 와야했다.
한편 동방누리학교에 지급되는 정부 지원금은 전담자 1명과 일반교육 교사비 등 인건비로 전액 쓰이고 추가 필요 경비 연 2천만 원 가량은 민간 모금을 통해 충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홍보부족 · 편견 등으로 학생수는 많지 않아"미혼모 대안교육 위탁기관은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로 교과부와 광역시.도, 각 시.도교육청에 의해 설립되기 시작했다.
인권위가 '학교가 임신을 이유로 자퇴를 강요한 것은 교육권을 침해한 차별행위로, 청소년 미혼모가 학업을 유지하도록 실질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권고안을 내놓은 것.
이에 따라 위탁기관은 지난해 7월 인천을 시작으로 현재는 12개 시.도에 15곳이 지정됐다.
하지만 광주, 대전, 전북, 제주는 미혼모를 위한 대안위탁 교육기관이 단 한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위탁교육 기관에서 학업을 지속하고 있는 미혼모도 전체 미혼모의 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아직 그 효과가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나라당 박영아(서울 송파갑) 의원이 교과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전체 19세 이하 미혼모는 2,500명, 이 중 학업을 지속하고 있는 미혼모는 중학생 25명, 고등학생 36명 등 모두 61명(2.5%)에 불과하다.
박 의원은 "아직 우리나라는 청소년들의 모성보호권에 대한 인식이 후진국 수준"이라며 "어떤 경우라도 미혼모들의 학습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더욱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 한나라당 조양민(용인7) 의원은 이에 대해 "학생들이 임신 이후 학업을 중단한 가장 큰 이유는 주변 사람들이 임신 사실을 알게 될까봐 두려워한다는 점과 학교 현장에서의 편견"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몇몇 미혼모 학생들은 "선생님이 내가 임신한걸 알고는 몰래 불러 자퇴하라고 했다"며 "학교 소문이 안좋아지니 부모님과 상의해 자퇴하라고 권유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임신사실이 생활기록부에 남는 것은 아니지만 절차상 위탁교육을 받은 사실은 기록에 남기 때문에 위탁서류를 준비하면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혼모 학생에 대한 비밀보장을 담보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학생들이 위탁교육을 기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각 시.도교육청도 이런 제도가 있음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