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슈퍼갑(甲)'' 백화점, 해외명품 늪에 ''허우적''



경제 일반

    ''슈퍼갑(甲)'' 백화점, 해외명품 늪에 ''허우적''

    국내 제조업체에는 인색, 샤넬·루이뷔통·에르메스에는 ''쩔쩔''

     

    롯데, 현대, 신세계 등 국내 백화점 3사가 심각한 ''해외명품 중독''에 빠졌다. 국민의 사랑을 받고 성장해온 국내 대형백화점이 국내 제조업을 키우는데 인색한 반면, 국내에 기여가 거의 없는 해외명품업체 모시기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슈퍼갑(甲)'' 대형백화점, 해외명품에는 ''쩔쩔''

    백화점 3사를 합하면 시점점유율이 80%에 이른다(공정위 6월 조사자료). 점유율에서 보이듯 국내 유통산업에서 대형백화점 위상은 상당하다. 국내 제조업체에 대형백화점은 ''상전 중에 왕상전''이라고 불린다. 백화점에 입점해야 물건이 팔리고 제조업체의 매출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대기업 의류업체 등 대형 제조업체도 백화점의 위세에는 한발 물러설 정도다.

    ''슈퍼갑''이라는 대형 백화점이지만, 백화점도 어쩔 수 없는 존재가 샤넬과 루이뷔통, 에르메스 등 해외명품업체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명품 업체는 한 마디로 백화점 입장에서는 필수불가결인 존재"라면서 "어떤 사은행사나 이벤트보다도 명품업체의 집객효과가 높고, 매출 기여도 결정적이어서 입점수수료 등을 협상할 때 명품업체는 백화점보다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백화점의 굴욕이나 이런 일은 없고, 다만 각종 협상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명품업체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수수료 등이) 책정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화점 측은 유통사업의 특성상 해외명품업체에게 낮은 수수료 등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내 대형백화점의 국내 제조업체 대우는 어떨까?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명품 해외업체에 비하면 시장 지배자인 대형유통업체의 국내 중소 제조업체 역차별이 상식을 벗어나는 수준"이라며 "대형백화점이 국내 산업 성장을 위해 이바지하는 점이 거의 없는 것 같다"고 평했다.

    실제 공정위의 지난 6월 용역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체의 패션잡화와 숙녀복, 골프웨어 등은 수수료율이 35~40%로 집계됐다. 반면, 해외명품업체의 잡화는 1~5%, 해외명품 패션의류는 8~15% 가량의 입점수수료를 백화점 측이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건값의 40%를 백화점에 수수료로 내면 그 부담은 업체나 소비자가 져야 한다. 결과적으로 국내 산업은 위축되고, 소비자들은 높은 물가에 시달린다. 국내 백화점이 해외명품만을 감싸안는 것이 문제라며 비판받는 주된 이유다.

    ◈대형백화점, 해외명품업체 중독 심해진다

    해외명품이 백화점에서 잘 팔려서 혜택을 보는 쪽은 해외명품업체와 백화점이다. 하지만 해외명품의 독주가 심해지면, 대형백화점의 해외명품 중독 증상도 심각해진다. 백화점 자신이 키운 명품업체에 끌려다니는게 되는 ''자승자박''이다.

    해외명품은 국내에서 돈을 많이 벌수록 백화점의 매출에 크게 기여를 하게 되고, 백화점의 해외명품업체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백화점은 해외명품업체에 더 좋은 혜택과 더 나은 위치를 내줄 수밖에 없어진다. 이를 통해 해외명품은 국내 소비자에게 더욱 잘 알려지면서 더 많은 매출을 일으킨다. 백화점과 해외명품의 긴밀한 공생관계는 몇 년 사이 계속 강화되어 왔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 명품시장은 지난 10년간 매년 10% 이상 고속성장해 지난해에는 45억 달러 규모에 이르렀고, 주요 해외명품 업체들의 매출은 지난 10년 동안 10배 이상 성장했다.

    [BestNocut_R]이와중에 옆으로 밀려난 국내 제조업체들은 해외명품이 장악해버린 백화점에 입성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수료를 낼 수밖에 없게 됐다. 백화점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는 국내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좋은 브랜드로 성장할 기회를 발탁당하는 셈이다.

    유의깊게 볼 것은 IMF 이후 대형백화점 3사의 시장점유율이 80%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백화점의 명품중독 현상이 더욱 심해질수록 국내 유통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지대하게 커지게 된다. 국내 백화점의 명품중독이 단순히 한 두개 백화점 업체의 경영적 문제로 끝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해외명품업체의 국내에서 ''돈만 챙기겠다''는 식의 태도도 이미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있다. 해외명품업체는 국내에서 폭발적인 성장에도 짠돌이 기부자로 눈총을 받고 있다.

    ◈내수기업 백화점, ''노블리스 오블리제'' 어디갔나?

    업계에서는 명품을 선호하는 중국 관광객의 규모가 더욱 커지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 백화점이 해외명품업체에게 더욱 종속되는 현상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전부터 백화점 업계에서는 낮은 수수료와 좋은 입지 요구, 인테리어 비용 전가 등 해외명품업체들의 고자세에 대한 불만이 흘러나오고 있다. 결국 백화점 업계에서도 해외명품에 대당할 국내 업체를 키워야 하는 니즈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수십년 동안 국내 백화점은 전형적인 내수산업으로 국민의 사랑 속에서 성장해왔다.

    백화점 업계의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독과점 정도가 훨씬 심한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우도 수십년간 노력 끝에 국산화율을 높여서 세계 무대에까지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국내 산업 성장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

    국내 유통산업이 이와 대조적이라는 점은 국내 백화점업계가 여전히 국민에게 해야할 일이 많이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하루빨리 백화점업계는 ''해외명품'' 중독 치료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원래 주사는 아프고, 좋다는 약은 써서 먹기 싫기 마련이다. 때를 놓쳐 병이 더 커지면 수술대 위에 올라야 하는 고통의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이 시각 주요뉴스


    NOCUTBIZ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