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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가 보는 제주범죄 특성은?



사회 일반

    프로파일러가 보는 제주범죄 특성은?

    제주지방청 서종한 경장…"한라봉 절도범은 한라봉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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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는 육지와 다른 범죄적인 성향이 있습니다. 정신분열쪽으로 간간히 비율이 많이 나타나고, 우울증으로 자살, 타살 범죄의 패턴이 있는데 그런 점에 주안점을 두고 제주지역 특성에 맞는 데이터 분석이나 형이 이뤄지도록 연구하고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다 경찰특채로 입문한 후, 지난 2008년 5월부터 제주지방경찰청에 근무하는 범죄심리분석관인 프로파일러 서종한 경장(35)이 요즘 관심을 갖는 일이다.

    서 경장이 말하는 프로파일러의 세계는 범죄자와 머리싸움이 심해 스트레스가 심한 직업이다.

    "용의자를 만나 면담을 할 때 단순한 상담이 아니라 용의자가 왜 그런 말을 하고 그런 생각을 할까를 계속 생각해서 특이점에 대해 다시 왜를 물어야 합니다. 왜 그렇게 진술하는지 검증작업이 필요하죠, 머릿속에 여러 수를 내다봐야 합니다"

    그야말로 머리에 로딩이 많이 가는 직업이기에 "머리가 벗겨지고 하얗게 세기 쉽다"고 그는 웃으며 말한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하이킹, 산행을 자주합니다"

    서 경장은 아직 미혼이지만 조만간 결혼을 예정하고 있다. 올해 할 계획이었지만 개인사정으로 잠시 미뤄졌다.

    "결혼할 사람에게 프로파일러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경찰에 근무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친구나 주변 사람을 만날 때도 그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남의 심리를 분석한다고 하면 상대방으로부터 은근히 심리분석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 쉽기 때문이다.

    ◈ 한국 법정에서 프로파일러는 아직…

    범죄심리분석관의 법정 증언이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법정에서 3번 진술을 했는데, 처음부터 설명을 해야 했다. 프로파일러가 무엇이고 어떤 심리검사와 특징을 했는지 보고서를 모두 설명해야 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그런 것을 뒷받침할 만한 논문이 외국 저명한 저널에 실린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외국은 과학적인 데이터가 많지만 한국은 이제 막(경찰청에서 범죄심리분석관을 특책하는 것은 2004년부터다) 시작했기 때문에 법정에서 범죄분석이 얼마나 과학적인 증빙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요즘에는 범죄심리분석관들이 워킹그룹을 만들어 법정증언에서 어떤 형식과 절차를 통해 진술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FBI BAU(미 연방 범죄수사국 범죄행동 및 심리분석팀)에서 하고 있다.

    ◈ 접속사를 많이 사용할수록 거짓말을 많이 한다

    서 경장은 최근 포르투갈에서 열린 제19회 세계법과학회에서 주목받을 만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쇄살인범의 고유한 언어적 특징을 통해 심리와 성격 관계를 분석한 연구 결과다.

    김경일 아주대 교수와 함께 발표한 이 연구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전국에서 2인 이상을 살해한 62명의 연쇄살인범이 쓴 글을 모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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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쇄살인범의 편지와 일기장, 자기를 소개한 문장을 모아서 언어한 적인 언어분석 프로그램(KLIW)을 통해 일반인과 어떤 차이를 나타나는지 조사했다.

    서 경장은 "원인과 결과는 모르겠지만 수사를 많이 사용할수록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맹세어절을 많이 사용할수록 반사회적인 경향을 보였습니다. 또 접속사를 많이 사용할수록 거짓말을 많이 하고, 선어말 어미를 많이 사용할수록 정서가 불안하고 치료 거부 성향이 높아집니다. 글귀와 일기장, 편지 등을 분석해서 용의자의 성향과 심리를 추론하고, 용의자를 몰라도 그의 성향을 분석하는 것입니다."

    이런 분석을 통해 수사관들이 신속히 가해자를 압축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파일의 결과물이 미국에서도 오류 날 확률이 60%로 높다.

    프로파일러들은 산발적인 사실을 모아서 가설을 설정하고 검증한다. 검증하는 과정에서는 열띤 논의와 반박, 토의가 있어야 한다. 또 이론화가 되어서 수사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현장에서 다시 반박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전국 지방청에 대부분 범죄심리분석관이 2명이다.

    하지만 제주지방경찰청은 서 경장이 유일하다. 전국에는 38명이 있다.

    "범죄분석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분석과 사이의 상호 보안이 필요합니다. 제주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력사건이나 이상동기 사건이 빈번하지 않지만 그래도 사건이 나타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그런 한 사건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정말로 사건을 해결하고 현실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자료분석이 필요하죠, 기회에서 본청에서 인원을 확충시켜주길 바랍니다."

    ◈ 상호 토의가 필요한 직업…제주청은 나홀로

    기억나는 사건으로 양지승 어린이 사건과 보육교사 살인사건, 그리고 노부부 살인사건을 꼽는 그는 무엇보다 2009년 노형동 원룸살인사건의 가해자를 잊을 수 없다.

    "노형동 원룸살인사건의 경우 용의자 검거하고 나서 면담을 하는데 피해자를 죽이는 상황에 설명하면서 웃었습니다. 그런 것을 즐기는 모습을 처음 봤습니다. 반사회적 이상적인 싸이코패스적인 특징이 잘 나타나는 가해자였습니다. 그런 케이스는 전국에서 드물고, PCLR이라는 싸이코패스 진단검사를 해보니 평균이 14점보다 훨씬 높은 29점, 30점 수준이었습니다."

    서 경장은 그런 범죄심리에 대해 "음악에는 가사와 리듬이 있지만 이런 사람들의 정서에는 리듬이 없다고 보면 됩니다. 가사만 있고 리듬이 없죠. 테스트를 하면 웃어야 될 상황에서 웃지 않고 울어야 될 상황에서 울지 않습니다. 정서를 어떻게 느껴야 할 지 모르는 사람입니다."

    현장에서 예리한 분석과 판단이 사건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제주시 조천지역 노부부 살인사건에서 정신분열과 관련이 있는 현장의 특징과 피해자의 특징을 보고, 당시 형사과장님께 피해자를 잘 아는 사람을 중심으로 주변현장 수사에 집중할 것을 조언했습니다"

    서 경장의 조언은 당시 좋은 단서가 됐고, 결과적으로 본청까지 보고되는 고무적인 해결로 평가를 받았다.

    제주도는 육지와 다른 범죄적인 성향이 있을까?

    서 경장은 있다고 말한다. "정신분열쪽으로 간간히 비율이 많이 나타납니다. 섬 특성 때문인지 우울증에 따른 자살 타살과 같은 범죄 유형도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제주지역 절도범도 특징이 있다.

    "지리적인 프로파일을 한 결과 다른 지역 절도범은 사건현장이 주거지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시작하는데 제주도는 자기 앞집에서부터 시작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서 경장은 이에 대해 "제주도는 육지보다 집단적인 문화, 조직의 문화가 발달해서 멀리 가나 가까이서 하나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서 멀리가지 않고 가까이서 범죄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현재는 검증중이지만 제주지역만의 범죄 패턴을 연구하고 있다.

    심지어 한라봉만 훔치는 절도범, 축의금 등만 훔치는 절도범도 있다. 특히 축의금 절도범은 생활정보지를 통해 피해자를 물색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서 경장은 범죄현장에서 수사지휘부에게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이 범죄심리분석관이라고 말한다.

    "형사들은 형사를 해보지 않은 사람에 대해 신뢰감이 낮습니다. 범죄심리분석관은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장에서 범죄심리분석관이라도 쓴 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형사과장님 이하 직원이 그런 말을 쉽게 하지 못하지만 우리들이 그런 소리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과학수사계 범죄분석요원들이 현장에서 쓴 소리를 해야 수사과정의 오류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서 경장은 범죄심리분석을 위해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하지만 분석한 내용을 상호 토의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그래야 사건 현장에서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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