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인화학교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도가니'에 대한 분노가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있는 가운데, 비판 여론의 논점이 특정 사건 하나에 집중하기 보다는 구조적, 제도적 차원에서 다루려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화 '도가니' 열풍 속에 네티즌의 서명운동과 각 관할 행정 기관에 빗발치던 항의 전화는 결국 경찰 수사를 이끌어냈고, 인화학교 폐지를 검토하게 만들었다.
검찰과 법원은 영화 속 일부 장면에 대한 설명자료를 내놓았고, 연일 국감에서는 영화를 계기로 장애인 인권, 교육, 성범죄 등 피해 사례와 문제점이 줄줄이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상당 수의 글을 보면 여전히 영화 '도가니' 자체에 함몰돼 일회적이고 순간적인 분노가 지배적이다.
한 장애인 단체 관계자는 "시간이 꽤 흘렀는데 이번 사건이 주목 받아 공론화된 건 다행이다"면서도 "피해 당사자들에겐 오히려 제2, 제3의 피해가 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만약 경찰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노출되고, 이를 언론이 앞다퉈 보도한다면 사건 당사자들이 또 한번 고통을 받게 될 수 있다"며 "한 피해자 부모는 전화를 걸어와 세간의 관심이 무섭다고 얘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장애인 단체에 따르면 한 피해 학생은 최근 친구들과 적응을 잘 못하는 등 학교 생활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심지어 죽고 싶다고 전해 충격을 주고 있다.
다수라면 익명성이 보장되지만 제한된 공간에 지내는 청각장애인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의외로 쉽게 피해자 특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BestNocut_R]이에 따라 사건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도가니'열풍을 계기로 전반적인 장애인 인권과 교육, 성범죄 등 사회 전반적 문제점을 다루며 고차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강대 사회학과 전상진 교수는 "영화 도가니를 상대화시키면서 제도적 차원에서 장애인들이 겪어온 일상화된 피해와 구조적 문제점을 다루려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이어 "이번 도가니 신드롬이 단순히 일회성으로 끝날 게 아니라 보다 체계적인 방향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당장 일어난 사건이 아닌, 그동안 묻혀졌던 사건이 다시 발굴돼 주목하는 점은 이례적인 여론 형성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