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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비틀려서 토해내는 MB식 ''공생''의 불편함



대통령실

    팔 비틀려서 토해내는 MB식 ''공생''의 불편함

    [포인트뉴스]

    김중호 기자가 매일 아침 그날 있을 뉴스의 핵심을 꼭 짚어드립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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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청와대에 들어가는 이건희 회장의 얼굴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 회장은 31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공생발전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청와대를 방문하는데요, 얼굴이 그다지 밝지는 않을거 같습니다.

    언론에서 표현하는 바에 따르면 바로 ''선물 보따리''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생''이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재계의 기부 선언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 이명박 대통령이 던진 ''공생'', 재계의 눈치싸움

    사실 이건희 회장은 기부에 대해서는 원죄가 있습니다.

    지난 2008년 삼성특검 이후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가운데 벌금과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선언했는데 아직까지 얼마나, 어떻게 사용할지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기부를 하기는 해야겠는데 문제는 타이밍이었죠.

    재계에서는 비슷한 처지의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과 이건희 회장의 삼성이 기부 시점을 두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떠돌았습니다.

    이러던 차에 정몽구 회장이 개인기부액으론 사상최대 금액인 5000억원을 기부키로 하면서 ''공생''코드의 선수를 빼앗긴 셈이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날 청와대 회동에서 이 회장이 거액의 기부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선물 보따리''에 대한 고민은 다른 대기업 회장들도 마찬가지입니다.

    LG는 6개 공익재단을 중심으로 꾸준히 진행하는 사회공헌활동을 강조한다는 계획이고, SK는 69개에 이르는 사회적기업을 통해 공생발전과 일자리창출 방안을 내세운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 기부인가? 팔 비틀기인가?

    기업들과 대기업 총수들이 부산하게 기부 행렬에 동참하고 있지만 얼굴 표정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사람의 속내란 것을 속속들이 알수야 없는 법이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재벌들의 ''줄기부'' 현상은 정부의 압박에 화답하는 형식인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죠.

    단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30대그룹 회장들과 회동 하루 전인 30일 국무회의에서 "공생발전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주도해가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이 스스로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는 말 그대로 간담회''''라면서 ''''소통하는 차원이지 그룹 총수들이 무엇을 발표하거나 약속하는 자리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회장들도 그렇게 순수하게 받아들일지야 미지수입니다.

    지난 17일 재계의 수장인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뭇매를 맞던 광경을 떠올린다면 더욱 그랬을 겁니다.

    국회의원들은 대기업들의 이기주의를 지적하며 전경련 해체까지 주장하는등 허 회장을 그야말로 난타했죠.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대기업 회장들의 기부 선언. 국민들 입장에서 팔을 비트는 쪽이나 비틀려 돈을 내는 쪽이나 썩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을 겁니다.

    ◈ 워렌 버핏, 빌 게이츠 부러운 미국

    이런 ''불편한 진실'' 앞에서 미국의 워렌 버핏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워렌 버핏 올해 자선단체에 기부한 금액만 17억8천만 달러,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1조 9천억 원 상당이라고 합니다.

    또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기고했는데요, "돈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노동으로 돈을 버는 사람보다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부자감세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꼭 버핏뿐만이 아니죠, IT황제 빌게이츠도 자신의 부인과 기부재단을 만들어 매년 엄청난 기부에 동참하는등 미국에서는 갑부들의 기부가 일상화 돼있습니다.

    ◈ 갑부들의 기부, 100% 선의만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을 꼭 개인의 선의에 기반해서 해석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미국은 비슷한 규모의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안전망이 매우 허술하다고 평가받습니다.

    간단한 실례로 의료보험체계만 하더라도 미국 교포들이 비싼 수술비를 감당못하고 간단한 수술마저도 한국에서 받기 위해 입국하는 경우를 종종 찾아볼 수 있었죠.

    거꾸로 정부가 담당해야할 복지의 상당부분을 재벌들의 기부에 의존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미국과 같은 극심한 양극화 사회에서 사회안전망조차 제대로 구비되지 않는다면 사회가 극도로 불안해지고 부자들의 안전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거액을 흔쾌히 기부하는 미국 갑부들의 내면에는 사회안전에 일조하는 것이 크게는 자신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양극화 추세는 당분간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에 왔습니다.

    그렇다면 대기업들도 미국과 같이 기부에 대한 관점을 전환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커진 덩치만큼 걸맞는 식견과 시각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한 요구는 아닐 것입니다.

    ◈ ''개인의 선의''에 의존해야 하는 이명박 정부의 ''공생''

    정부의 구태의연한 공생 관념은 더 혹독한 비판을 받아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기부문화의 부작용으로 지적되는 것 중에 하나가 사람들로 하여금 복지 문제를 국가의 책임에서 개인의 선의 수준으로 낮춘다는데 있습니다.

    기부는 개인의 영역에 맡겨두고 정부는 돈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정하게 세금을 거둬 그것으로 저소득층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법체계를 정비하는게 정부의 임무일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 초부터 종부세 폐지등 감세와 금산분리 완화등 재벌의 덩치를 키우고 소득의 격차를 벌리는, 공생과 거리있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왔습니다.

    정말로 공생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면 이같은 정권초기 정책의 전면적인 수정이 우선됐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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