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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까지 죽였어요"



사건/사고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까지 죽였어요"

    [정신질환 범죄 연속기획] ① 정신질환 범죄자, '흉악범'인가 치료받지 못한 '환자'인가

    지난 6월 75살 노모를 아파트 베란다에 떠밀어 살해한 장모(40)씨. 그는 오랫동안 정신질환을 앓아온 '환자'였다. 해마다 정신질환 범죄 건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재범을 줄이기 위한 체계적인 의료 서비스는 전무한 수준이다.

    별다른 죄책감이나 의식없이 자신의 가족과 이웃들에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정신질환 범죄자들. 사회는 이들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CBS는 정신질환 범죄자의 실태를 네 차례에 걸쳐 조명하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편집자 주]


    시리즈 게재 순서
    1. 재범률 높은 정신질환 범죄자 실태
    2. 정실질환자 범죄 양산하는 교도소
    3. 국내 유일 정신질환 범죄자 치료소 '공주 치료감호소'' 가보니
    4. 정신질환 범죄자, 이중 편견에 두 번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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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한 일을 몰라요.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그랬다는데..."

    31살이었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평범하게 일용직 근로자로 살아오던 박진수(51,가명)씨는 어느날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했다.

    사건 이후 공주의 치료감호소로 보내진 박씨는 그곳에서 4년 6개월 형을 살고 출소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이후 박씨는 어머니마저 살해했고 또다시 치료감호소에서 13년의 세월을 보냈다.

    "기억이 안나는데요.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어요. 그냥 담담합니다."

    현재 전자발찌를 차고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박씨는 "매일매일 약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조정민(36,가명)씨도 집에 있던 흉기로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했다.

    아버지가 자신을 보고 '취업을 하지 않고 집에서 빈둥빈둥 논다'고 잔소리를 했다는 이유였다.

    조씨는 지난 2000년에도 아버지를 폭행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살기도 했다.

    하지만 출소한 이후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결국 조씨의 폭행은 존속살인이란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조씨와 박씨 모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다.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고 죗값을 치렀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했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두 사건 모두 살인으로 이어졌다.

    범죄를 저지르는 정신질환자가 늘고 있다. 특히 초범 정신질환자들의 범행이 살인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어 관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29일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범죄자 범행시 정신상태' 중 정신 이상과 정신 장애는 지난 2005년 839건에서 2008년 1246건, 2009년 1594건, 2010년 1993건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자의 살인은 2005년 48건에서 2008년 54건, 2009년 67건, 2010년에는 70건으로 늘어났으며 방화와 절도도 각각 2009년 92건, 1364건에서 2010년 107건, 1386건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범죄를 저지르는 정신질환자는 사리분별이나 통제력이 약하기 때문에 꾸준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또다시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크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 중에서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재범률이 굉장히 높다"며 "정신질환자 범죄는 동기가 명확하지 않아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말했다.

    ◈정신질환자 우발적 범행, 묻지마 범죄로 이어져

    무엇보다 심각한 점은 정신질환자의 이른바 '묻지마 범죄'로 일반 시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2010년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2009년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범죄자 7천 51명 중 초범이 1천110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2범 이상인 재범자도 3천434명에 달했다. 8범은 149명, 9범 이상도 873명이나 됐다.[BestNocut_R]

    정신질환 범죄자 범행 동기로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로 불리는 '우발적 범행'이 2642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범행도 2404건이나 됐다. 현실 불만과 부주의로 인한 범행은 1053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2009년 정성남(40,가명)씨는 '교도소에 들어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집 안에 있던 흉기를 들고 나와 행인 여성 두 명을 위협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윤옥경 경기대 교정보호학과 교수는 "무고한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국가가 정신질환 범죄자를 치료할 의무가 있다"며 "처벌 위주로만 생각했던 범죄자에 대한 인식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정신질환 범죄자에게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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