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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검사 “검찰, 10년전 한국 축구와 똑같아”



법조

    3학년 검사 “검찰, 10년전 한국 축구와 똑같아”

    가족 못 챙기고 업무 흥미 잃어…3년차 검사의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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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찍만 갈기며 사명감을 외치는 건 정신력만 강조하던 10년전 한국 축구와 똑같은 꼴이지요.”

    가족에 대한 애틋함, 직무에 대한 회한을 담아 한 3년차 검사가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이 여러 검사들의 공감을 얻으며 화제가 되고 있다.

    “(연수원) 33기 공익법무관 출신으로 지금 3학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울산지검 특수부의 김모 검사는 지난 23일 밤 내부통신망에 ‘넋두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검사는 이 글에서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판사로의) 전관 신청, 사직 인사 등을 보면서 앞으로 우리 조직이 어떻게 될지 너무나 걱정스럽다”며 “왜 검사들이 떠나고, 법원으로 가려고 할까”라고 자문했다.

    그런 뒤 “첫째는 가장의 입장에서 가족과의 시간 또는 금전적 풍요로움, 즉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 때문이고, 둘째는 검사 업무에 흥미가 없어져서”라고 자답했다.

    김 검사는 “한창 어리광을 부릴 5살 아들과 애교작렬인 2살 딸은 어쩌다 내가 일찍 귀가하기라도 하면 현관문 앞에서 ‘아빠’를 외치며 서로 안아달라고 달려든다”면서 자녀에 대한 애틋함을 내비쳤다.

    그는 배우자에 대해 미안한 마음도 드러냈다. 최근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밤을 새면서 수사를 벌인 한 사건의 피의자를, 재산범죄임을 감안해 불구속 기소 처리한 일과 관련해서다.

    김 검사는 “오늘 그 사건과 관련해 여러 변호사들에게 성공보수가 뿌려졌다. 자기들이 잘해서 구속을 면했다고 자축하고 있을 것”이라며 “마누라는 ‘당신한테는 뭐가 나와? 매일 야근하며 고생한 건 당신인데…’라고 묻더라”고 전했다.

    그는 “나도 검찰이 좋아 들어왔지만 계속 검사를 할 자신이 자꾸 줄어든다”며 경제적인 고충을 털어놨다.

    부산 출신이라는 그는 “내년 4학년이 될 때에는 서울로 가야겠지만 서울 가기가 두렵다”면서 “연고도 없고, 전세값도 부족하다. 대출을 받더라도 이자와 생활비를 감당하기가 막막하다”고 적었다.

    그는 또 “마누라가 ‘판사들은 집에 일찍 들어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데 검찰은 왜 그리 바쁘냐. 향판(지방에서만 근무하는 판사)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대놓고 물어본다”며 검찰을 떠나는 동료들의 심정에 공감을 표했다.

    김 검사는 “이제 검사들에게 정의감, 사명감, 명예만으로 업무를 강요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며 “사직과 전관신청이 급증하는 이 시점에 ‘일하고 싶은 검찰’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관하는 검사들이나, 남아있는 검사들이나 모두 ‘일이 재미없다’고 한다”면서 검찰 업무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강력부, 특수부 등 인지부서와 달리 형사부의 경우 쏟아지는 송치사건에 떠밀려간다”며 “형사부 검사들은 당사자와 언론에게 욕을 먹고, 수사지휘도 안받고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경찰 탓에 수십장의 불기소장을 써야 한다”고 예를 들었다.

    그는 또 “고검에 가서도 국가소송이나 행정소송 한다고 하면 주요 보직에서 멀어진 검사 취급을 당하고 있는데 이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검의 다양한 소송을 통해 검사들에게 민사적 지식을 겸비하게 하는 등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분야들도 소중히 여기도록 직제를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검사는 개선책으로 수사지휘권의 권위 진작, 형사부 업무의 경감, 공판 및 송무 기능 강화, 향판에 대응되는 향검사 제도의 도입 등을 제시했다.

    동료 검사들은 “누구나 한번쯤 느꼈을 부분을 선배님이 시원하고 용기있게 적으셨다”, “15년차인 나도 공감하지만 ‘그래도 어쩌겠냐 열심히 해야지’ 말고 해줄 말이 없어 착잡하다” 등 수십개의 댓글을 달며 호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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