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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싫다면서도 왜 독재에 빠져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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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싫다면서도 왜 독재에 빠져들까?

    [변상욱의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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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40년 넘게 지속돼 온 카다피의 독재가 종말을 고했다. 독재자의 거취에 대한 추측들은 접어 두고 몇 가지 문제를 짚어보자.

    ◇사람들은 왜 독재자의 등장을 몰라보고 빠져들까?

    독재자 ''dictator''는 로마 제국 시대의 관직 중 하나인 딕타토르(독재관)에서 나온 말이라 한다. 이는 임시로 국가 권력을 넘겨받아 위기관리를 하던 직책이었다. 공식적인 지위인 독재관과 비슷하게 독재자도 국가가 위기에 처했거나 과도기를 맞아 혼란스러울 때 등장한다. 그리고 난국을 맞아 스펙터클한 국면의 전환을 바라고, 영웅의 탄생을 기대하는 국민 대중의 주목을 받는다.

    드디어 권력을 쥐면 그 이후는 권력의 증강과 유지를 위해 사회통합과 억압으로 지배체제를 굳혀가고 독재자로 군림하는 것이다. 결국 국민대중의 불안과 욕망이 스스로의 시야를 좁히고 보고 싶은 것만 보게 하는 착시효과를 일으킴으로써 독재자에게 빠져든다고 볼 수 있다.

    시대가 독재자를 만들어 낸다는 말로 바꿀 수 있겠으나 이는 두 가지를 포함한다. 하나는 위에 설명한대로 독재자가 혼란한 시대를 틈타 등장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변 강대국의 침략 내지는 지배욕이 특정인의 지배욕이나 독재성향을 자극해 독재가 이뤄진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련에게 발탁된 북한의 김일성이나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다수 독재자들의 경우가 이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독재를 예고하는 것들, 독재가 남기는 것들

    나치의 위협에서 벗어난 학자들이 자기 민족이 어처구니없게 독재와 국수주의 지배자에게 열광하는 문제를 연구하고자 실험한 결과물이 있다.

    독재형, 민주형, 방임형 세 그룹으로 나눠 소년들을 일정 기간 지배하에 두고 노동을 시키며 소년들의 변화를 분석했다. 그랬더니 독재형 지도자 밑에서 교육훈련을 받는 소년들은 열심히 일하되 공격성향이 강화됐다. 다른 민주적 지도그룹이나 방임형 그룹에 비교해 30배 정도 적개심이 높았다고 한다. 파괴적이면서 자신보다 더 약한 존재를 희생양으로 만들어 자신의 욕구불만과 분노를 분출시키는 경향이 짙었다.

    실험 결과대로라면 어느 사회가 소수자, 장애인, 동성애자, 외국인 노동자, 노숙인들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보면 파시즘의 가능성이나 독재의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또는 그로 인한 상처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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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재는 예방할 수 있을까?

    국민이 바로 보고 바로 아는 것만이 확실한 예방책일 것이다. 히틀러를 보좌하며 국민 대중을 선동했던 괴벨스는 이런 말들을 남겼다.

    "승리해 권력을 쥐면 당신이 진실했냐 아니냐 따위로 추궁당하지 않는다"''''

    "거짓말을 하면 처음엔 그게 아니라고 거부한다, 그 다음엔 이것도 거짓말일까 의심하고, 거짓말을 되풀이하면 결국 믿게 된다"

    "언론은 정부가 연주하는 피아노가 되어야 한다"


    국민과 언론은 반대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거짓말은 한 번 하면 계속 하게 된다"

    "승리해 권력을 쥐었더라도 진실했냐 아니냐는 계속 따지고 추궁해야 한다"

    "언론은 정부가 연주하는 피아노가 되어선 결코 안된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대통령이 축하격려 전화를 선수에게 건다. 당연히 그럴 일이다. 그러나 전화통화 사실을 온 국민이 알 필요는 없다. 꼭 알아야 한다고 나서는 것은 공을 세운 선수에게 숟가락을 얹어 통치자의 이미지를 미화하고 부각시키려는 정치적 의도 때문이다.

    우리 언론들은 수십 년 간 변함없이 대통령 격려전화 기사를 불러 주는 대로 받아 써왔다. 개념 없는 짓이다. 이제는 그런 보도를 피하고 국민 또한 싸늘히 비난해야 한다.

    이런 방법도 있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내가 그 사람을 지지하고 표를 찍었을까?''''

    자신의 정치적 결정을 수시로 되돌아보는 방법이다. 한 번 결정하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어도 스스로 합리화하며 밀고 나가는 걸 설득 심리학에서 ''''일관성의 법칙''''이라고 한다. 증권에서는 ''''매몰비용의 법칙''''이 있다. 투자해서 회수 불가능한 손실이 생기면 엎질러진 물로 보고 털어야 하는데 손절매를 못하고 설마 설마 하며 쥐고 있다 큰 손해를 당하는 상황에 쓰인다.

    독재자도 잘못할 수 있지만 국민도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자신의 결정과 행동을 살피며 정치적 입장을 수시로 돌아보는 것이 정치의 선진화로 가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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