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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노태우 3천억, YS는 왜 아무 말도 안하나



정치 일반

    [Why뉴스]노태우 3천억, YS는 왜 아무 말도 안하나

    측근들 ''사실 아니다''…아들 현철 씨 "필요하면 직넙 입장 밝힐 수도"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 주제가 ''YS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가?''인데 이 주제를 정한 이유는?

    = 노태우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최근 화제다. 그런데 회고록 내용 중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3천억 원을 선거자금으로 지원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런데 YS는 3천억 원 지원설에 대해 직접 나서서 ''사실이다'' 또는 ''아니다''라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김기수 비서실장이나 아들 현철 씨는 ''사실이 아니다''라거나 ''개인에게 준 것이 아니다''라며 부인하고 있지만 정치현안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혀왔던 김영삼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어서 오늘 Why뉴스 주제를 ''김영삼 전 대통령은 왜 3천억 원 지원설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나?''라고 정한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직접 밝힌 내용은 없나?

    = YS의 김기수 비서실장은 "김 전 대통령은 회고록 내용을 보고받고서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물어봤다"라고 밝혔다.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을 맡고 있는 아들 현철 씨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왜 김 전 대통령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냐? 는 질문에 "지금 당장 말씀 안하시지만 조만간 입장을 밝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직접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금 당장은 YS가 직접 입을 열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로 들리는 대목이다.

    ▶직접적으로 언급을 하지 않는다는 건 시인하는 것으로 봐도 되는 거냐?

    =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단정적으로 사실이라고 얘기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그동안 김영삼 전 대통령의 행보로 미뤄볼 경우 사실무근이라면 그냥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그렇지만 YS의 김기수 비서실장이나 아들 현철 씨가 사실이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어서 진위 논란이 일고 있는 상태다. 구체적인 액수의 논란은 있더라도 대선자금을 지원한 건 사실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반박하지는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그렇다면 3천억 원을 지원한 건 사실이냐?

    =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은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그리고 기금 조성 역할을 한 금진호, 이원조 씨일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김 전 대통령이 후보로 결정된 직후 자신이 대선자금 얘기를 꺼내니까 ''적어도 4000억 원에서 5000억 원은 들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다면서 안가에서 기업사정을 잘아는 금진호 장관과 이원조 의원을 인사시키면서 도와주라고 했고, 두 사람이 각각 1000억 원 정도의 기금을 조성해 주었다고 들었다"라고 밝히면서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 김 후보자와 당 선거관계 참모들로부터 선거자금이 모자란다는 긴급요청을 받고 금진호 장관을 통해 한 몫에 1000억 원을 보내 주었다. 김 총재는 한밤중에 내게 전화를 걸어 "이제 살았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감사 인사를 하였다."

     

    노 전 대통령은 "내가 결국 김영삼 캠프의 선거자금 3000억 원 조성을 도운 셈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쟁점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직접 돈을 받았느냐 하는 점이다.

    노 전 대통령도 ''김영삼 캠프의 선거자금 3000억 원 조성을 도운 셈''이라고 했고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도 "우리는 백번 천 번 공개해도 거리낌이 없다"라면서 "노 전 대통령 측근들을 통해 당으로 간 것이지 개인에게 온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 문제의 핵심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지시로 금진호 이원조 씨가 나서서 대통령 선거자금 3000억 원을 조성했고 이 돈이 당시 신한국당 김영삼 후보의 선거자금으로 사용된 건 맞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이 어느 기업으로부터 얼마를 조성했고 조성한 선거자금을 어떤 경로를 통해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 않아서 논란이 있지만 천문학적인 금액이 선거자금으로 쓰였다는 얘기다.

    ▶당시 법정선거자금이 얼마인데 3천억 원이 쓰였다는 것이냐?

    = 1992년 제14대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 캠프에서 신고한 대선자금은 284억 원이었다. 그런데 노태우 전 대통령이 별도의 3000억 원을 지원했다고 하니 284억 원에다 3000억 원 그리고 김영삼 후보 측에서 조성했을 자금까지 더하면 얼마나 될지는 상상하기 어렵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 씨에 대한 수사가 진행된 2007년 검찰수사 과정에서 대선잔금으로 보이는 132억 원의 수상한 뭉칫돈이 발견된 적이 있다. 실제 사용된 선거자금이 1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얘기에서 부터 수천억 원에 이른다는 얘기들이 나돌았지만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다.

    직선제가 처음 부활한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 측은 130억 원을 사용했다고 신고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 1400억 원을 지원받았고 당 재정위 등에서 5백억 원을 추가로 모금해 선거자금이 2000억 원정도 였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가치로 환산할 경우 2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였다.

    그러나 당시 선거과정에서 ''조 단위''의 선거자금을 사용했다는 얘기들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또 한 가지 궁금한 점은 왜 지금에서 회고록을 발간했나 하는 점인데?

    = 그 문제에 대해서는 노태우 전 대통령 진영에서는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올해 팔순이어서 올해 회고록을 발간했다는 것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마지막 정무수석을 지낸 손주환 전 공보처 장관과 통화를 했는데 "회고록의 글은 2~3년 전에 이미 완성이 됐다"고 말했다.

    손 전 장관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지금은 병환이 위중해 말도 잘 못하고 거동이 어렵지만 회고록은 병환이 위중하기 전에 완성이 됐는데 2~3년 됐다"고 말했다. 왜 지금 출간했냐는 질문에는 "발간시기는 김옥숙 여사와 아들 재현씨 등 가족들이 결정했다"면서 "8순을 넘기지 않고 생존해 있을 때 발간하자는 것이 가족들의 뜻"이라고 전했다. 회고록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직접 쓴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구치소 수감 중 틈틈이 메모한 것과 육성을 녹음한 것을 기반으로 한 기록"이라고 밝혔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32년생이니까 우리나이로 올해 여든이니까 올해가 팔순이되는 해이다.

    ▶회고록을 발간한 이유가 뭐냐?

    = 손주환 전 장관은 "가족들이 회고록을 발간한 이유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치적을 정리해 남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손 전 장관은 "언론에서는 정치자금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정치자금은 회고록에서 부수적인 요소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노태우 회고록은 상권 ''국가민주화 나의 운명'', 하권 ''전환기의 대전략''의 두 권으로 구성됐으며 책값은 각권 2만2500원이나 되는데 상하권이 부록을 제외하고 1084페이지에 이른다. 정치자금 부분은 전체 50장으로 구성된 회고록 중 49장에 나오는데 24페이지에 이른다.

    노태우 측근들의 말대로 순수하게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 회고록을 발간했을 수 있다. 그렇지만 회고록에 담긴 내용들이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어서 정치적인 의도나 다른 의도가 있는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다만 노태우, 전두환 비자금 사건을 폭로했던 박계동 전 의원은 회고록에 대해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 보면 노태우 비자금 사건이 가장 큰 불명예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리고 대선자금 3000억까지 도와줬는데 나를 집어넣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 하는 소회를 남기고 싶었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정치자금 부분이 부수적이라는 측근들의 설명과는 달리 이 부분이 핵심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선자금 외에도 추가적으로 정치자금을 건넸음을 공개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취임식장으로 떠나기 전에 "청와대 금고 안에 100억 원 돈을 넣어두게 했다" 라거나 "1990년 3당 합당 이후 당 운영비 외에 김영삼, 김종필, 박태준 최고위원들에게 매달 적지 않은 돈을 보내 주었고, YS에게는 더 많은 액수의 을 줬다"고 추가로 밝히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 김영삼 전 대통령 진영에서 그런 분석을 하고 있다. 회고록 발간이 의도적이라는 것이다.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이 시점에 회고록을 발간한 것은 정치적인 저의가 있는 것 같다"면서 "내년 총선이 지나가면 회고록이 소용없다고 판단하고 서둘러 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부소장은 "최근 YS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표를 비판한 것과 회고록 발간이 맥락이 닿아 있는 것 같다"며 특히 회고록이 조선일보와 관련된 것도 양측의 의도가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본다"라고 덧붙였다.

    김 부소장의 이런 반응은 비자금 문제 때문에 김영삼 대통령에게 서운한 감정을 가진 노태우 전 대통령 측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독재의 원흉''이고, ''세계에 부끄러운 참혹한 독재국가''라는 비난을 하는 김 전 대통령을 매도하려는 정치세력들이 이해관계가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YS의 영향력을 깎아 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회고록을 발간했다는 것이 김영삼 대통령 측의 입장인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정치인들을 평가하면서 YS에 대해서는 ''나는 왜 그(YS)의 인간됨과 역사관을 오판했을까"하는 것과 "2년간 매주 만나다시피 했고 내 옆에서 국가 경영을 봐오기는 했지만 진지한 면보다는 피상적으로 접근한다는 인상이었다. 권력을 향해 하나에서 열까지 투쟁하는 자세가 변함없이 엿보이곤 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기술하고 있다.

    대선자금 3000억 원을 조성해줬고 취임축하금 100억 원을 남겼으며 매달 정치자금을 줬고 YS는 훌륭하지 못한 권력투쟁가라는 평가를 내린 부분들이 YS를 겨냥한 회고록이라는 것이다.

    김 부소장은 "회고록에 대해 법적인 대응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하면서도 상도동 출신 민주계와 함께 정치적인 대응을 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회고록을 읽었나?

    = 회고록이 너무 방대해서 아직 전체를 다 읽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회고록의 중간 중간을 읽으면서 드는 느낌은 전직 대통령이지만 자신의 관점에서 역사를 재단하려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노태우씨가 누구인가? 전두환씨와 함께 12ㆍ12정변을 주도한 정치군인이었고 자신들의 권력 야욕을 채우기 위해 광주에서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했으며 조 단위의 정치자금을 조성해 뇌물수수죄로 처벌 받은 사람이다.

    다른 부분은 논외로 하고 정치자금 부분만 보아도 그렇다.

    전노비자금 수사 때 대국민 성명에서 "재임 중 기업체로부터 5000억 원 가량을 받아 사용하고 1700억 원 가량이 남았다"라고 밝혔는데 회고록에서는 퇴임 때 쓰고 남은 비자금이 2757억 원에 이르렀다고 밝히고 있다.

    노태우의 주장대로만 보더라도 대선자금 지원금 3000억 원 매달 당 운영비와 3명의 최고위원에게 건넨 돈 총선 선거자금 등등을 따져보면 조 단위 이상의 정치자금을 기업체로 부터 거둬들였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부분에 대한 참회 보다는 자신에 대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나는 ''돈''문제로 인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다. 대통령 재임 중에기업인들로부터 이른바 ''통치자금''을 받은 일 때문이었다"라고 소회를 밝히면서이 때문에 ''모든 것을 잃다시피 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고 정치자금은 관행이었고 ''기업인들이 헌금''했다는 식으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반성하거나 참회의 뜻이 담겼다기 보다는 ''억울하다''는 심정이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다.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경제연구소(ERISS) 안치용 소장은 신문 기고문에서 "노씨는 군사독재정권의 후계자와 학살자로 다시 우리 앞에 섰다. 회고록을 출간함으로써 그는 자신의 관점을 역사에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라면서 "만일 그가 참회록을 썼다면 누구보다 먼저 사서 읽고 나는 그에게 기꺼이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치적''을 스스로 남기고 싶은 심정은 있겠지만 대통령으로서의 공과를 따져볼 때 ''과''가 명백한 전직 대통령이 논란을 일으킬 회고록을 발간함으로서 ''치적''이 남는 것이 아니라 ''말년에 또 하나의 오점''을 남긴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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