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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나가라"…서울시도 노숙인 내쫓나?



사회 일반

    "공원 나가라"…서울시도 노숙인 내쫓나?

    서울시 "악취 나고 혐오감 일으켜 단속대상"…노숙인 단체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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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레일이 서울역 노숙인에 대한 퇴거방침을 밝힌 가운데 이번엔 서울시가 직영공원에 있는 노숙인들을 모두 공원 밖으로 내보내기로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는 여의도공원.

    지루한 장마 끝에 고개를 내민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고, 시민들은 녹음이 우거진 나무 아래 몸을 숨겨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벤치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연인에서부터 시작해 오두막 또는 벤치에 아예 드러누운 어르신들, 트랙을 따라 열심히 걷는 남녀에 이르기까지 여느 공원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공원을 한 바퀴 둘러보니 긴소매 옷을 입고 배낭을 짊어 진, 이른바 ‘노숙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너덧 명 눈에 띄었다.

    그중 김종남(가명·57)씨는 문화마당 뒤편의 한 벤치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출입구 바로 앞에 위치한 곳이라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난 장소였다.

    10년 넘게 이곳을 찾은 김씨는 이번 단속조치와 관련해 “안 그래도 (공원 관계자들이) 누워 있지 못하게 하고 앉아만 있으라고 한다”며 “매일 여기서 지내는데 (단속하면) 어디로 가라는 말이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김씨는 또 지난 2009년 9월 당시의 주민등록증을 꺼내 보이며 “말소되긴 했지만 나도 주민등록증이 있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하지만 장애인이라 일도 못하고 쉼터에도 갈 수가 없다”고 했다.

    11일 서울노숙인복지시설협회의 ‘2010년 거리노숙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직영공원 21곳 가운데 7곳에서 노숙인 20여명(지난해 10월 20일 기준)이 관찰됐다.

    해당 조사가 모든 직영공원을 대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가을철보다 여름철에 노숙인이 집중되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직영공원에 머물고 있는 노숙인의 숫자는 수십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서울시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오는 10월 31일까지 시 직영공원에 있는 ‘노숙자’를 비롯해 ‘술에 취해 배회하는 행위’, ‘불량청소년 행위’, ‘노름하는 행위’ 등에 대한 단속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본청과 사업소 직원 72명으로 구성된 기동단속반을 꾸려 매일 오후 3시부터 밤 10시까지 야간시간대를 중심으로 이 같은 행위를 집중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단속 근거로 내세운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49조를 보면 공원시설이나 나무를 훼손하는 행위, 심한 소음이나 악취를 나게 해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 애완동물의 배설물을 방치하는 행위 등이 금지된다.

    서울시 푸른도시정책과 관계자는 “노숙인들이 심한 악취가 나거나 혐오감을 일으킨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의 불안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노숙인들을 공원 밖으로 내보내거나 경찰에 인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시가 전례 없는 공원 단속반을 운영하기로 한 것은 지난해 실시한 공원 만족도 조사 결과 때문이다.

    지난해 공원 만족도 조사에서 취객·노숙인 관리는 73.1점, 치안상태는 71.7점으로, 전체 만족도 점수인 77점을 한참 밑돌았다.

    그러나 곧 다가올 무더위에 아무런 대책 없이 노숙인들을 공원 밖으로 내쫓는 것은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노숙인 지원단체 관계자는 “서울시 공원은 모든 시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인데, 행색이 초라하고 더럽다는 이유만으로 쫓아내는 것은 행복권 침해”라며 “일반 시민들이 집 밖에서 시원하게 있고 싶은 것처럼 노숙인들도 시원하게 지낼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서울시인데도 한쪽(자활지원과)은 노숙인 보호대책을 내놓고, 또 다른 쪽은 노숙인을 내쫓으려고 하는 등 정책에 혼선이 빚어져 노숙인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BestNocut_R]

    이에 대해 서울시 푸른도시정책과 관계자는 “일단 경찰에 지원을 요청하되, 쉼터와 연계한다든지 해서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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