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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싱글 여행객을 노린다'…로마 민박집에서 무슨일이?



사건/사고

    '女싱글 여행객을 노린다'…로마 민박집에서 무슨일이?

    • 2011-08-07 06:00

    이상한 로마 민박집 女 싱글 여행객만 노린다/봉변당해도 도움 기대하기 힘든 '법의 사각지대'

    이탈리아 로마의 한 민박집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이 휴가철 여행객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퍼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권력의 영향권을 벗어난 해외 현지에서 일어난 일인데다, 해당 민박집 사장이 사건 직후 종적을 감춘 것으로 알려지면서 2차, 3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달 1일 난생 처음 유럽배낭여행을 떠난 20대 A씨는 로마의 한 민박집을 4박 5일 일정으로 예약하고 숙박했다가 큰 봉변을 당했다.

    해당 민박집은 값비싼 호텔 보다 저렴한 가격에 상대적으로 좋은 시설, '같은 한인'이 운영하고 한식까지 제공해주는 서비스로 여행객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곳이었다.

    3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해당 민박집 사장 B씨는 늦은 밤 다른 여행객들과 모여 술을 마시던 A씨를 데리고 나가 '의문의 술'을 먹인 뒤 몸을 더듬고 키스를 하는 등 성추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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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유명 여행카페에 이 같은 내용을 올린 A씨는 "사장이 사온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킨 뒤 필름이 끊겼다. 부끄럽고 수치스러워 펑펑 울었다"며 당시 참담했던 심경을 토로했다.

    A씨의 글에는 "같은 민박집에서 비슷한 일을 당했다"거나 "여행 중 성추행을 경험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200여건의 댓글이 달렸고, 많은 이들이 사장을 규탄하는 글을 해당 민박집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소식은 더욱 빠르게 퍼져 나갔다.

    예약 취소와 항의 전화가 잇따르자 B씨는 결국 온오프라인 민박집 문을 닫았다.

    실제 올 여름 휴가를 맞아 이탈리아 로마 여행을 계획하면서 '좋다고 소문났던' 이 민박집에 머물 예정이었던 신 모(26, 여)씨는 "우연히 카페에 올라온 글을 보고 너무 무섭고 놀라 당장 다른 곳을 예약했다"고 말했다.

    2006년 영국 런던 여행길에 올랐다가 한인 민박집에서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김 모(당시 33살)씨는 "사장이 성적 농담을 건네고 다리를 만져 일부러 피해 다녔다. 혼자 새벽에 깨도 절대 바깥에 나가지 않았다"고 끔찍했던 과거를 회상했다.

    이번 일과 관련해서는 "나만 겪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젊은 남자들이 민박집을 많이 하고 젊은 여자 여행객들이 혼자 많이 오니까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현지 경찰에 신고해도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봐 신고하지 않았다며 불신을 드러냈고, 겁이 많이 나고 경황이 없어 대사관의 도움을 요청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문제는 이번 일처럼 해외에서 발생한 자국민간 성추행 사건의 경우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이탈리아를 벗어나 유유히 유럽 어딘가를 활보 중인 것으로 전해진 B씨에 대한 마땅한 제재 조치가 없고, A씨가 현지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는 이상 법적 책임도 물을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발생지가 우리나라면 경찰에 신고하고 체포하는 절차를 밟을 수 있지만 해외에서 받을 수 있는 도움은 대사관이나 총영사관에서 법률 자문을 구하는 정도"라며 "우리 공권력이 현지 일에 관여하는 것은 현지법 위반이고 수사권 침해"라고 설명했다.

    만일 강도나 살인 사건처럼 사안이 중대하다면 현지 경찰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지만 성추행의 경우에는 요청조차 애매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탈리아 로마 대사관 영사과 신우식 서기관은 "현장을 방문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했지만 사장 소재가 불분명해 상황 파악이 어려웠다"며 "A씨와 꾸준히 연락하면서 재외 공관 개입의 한계와 구제 방법을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껏 절도, 바가지 요금 등의 소소한 피해는 있었지만 이 정도 심각한 사례는 처음이었고, 제보 내용을 토대로 볼 때 상당히 계획적으로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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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교적인 한계와 국가적인 무관심을 반영이라도 하듯 외교통상부 사이트 '국가별 안전공지'란에는 사건 발생 한 달이 지나도록 해당 민박집 성추행과 관련한 공지를 찾아볼 수 없다.

    한 해 이탈리아 로마를 찾는 우리나라 여행객 수만 40만 명.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해외 여행을 떠난 이들만 올 여름 성수기에만 일 평균 11만명에 달하는 등 수많은 인원이 휴가철 여행지로 해외를 선택하고 있다. [BestNocut_R]

    우리 당국의 한계가 있는 대처와 현지 경찰 등의 무관심으로 법망의 사각지대 속에서 많은 이들이 범죄 피해에 노출되고 있는 사이, 사후 처리과 책임, 철저한 대비 모두 여행자 본인의 몫으로 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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