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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키운 나몰라 배짱행정…'재해지도' 묻자 "그게 뭐죠?"



사건/사고

    피해키운 나몰라 배짱행정…'재해지도' 묻자 "그게 뭐죠?"

    • 2011-08-01 06:00

    자연재해대책법상 재해지도 만들 의무 있지만 안 해…주민들 알 턱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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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들의 무지(無知)가 화를 키웠다.

    현행법에 따르면 지자체별로 산사태나 침수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역을 표시해 놓은 재해지도가 반드시 작성돼야 하며, 이를 재해예방에 활용해야 한다.

    재연재해대책법 제21조(각종 재해지도의 제작,활용)에는 지자체장이 재해지도 등을 토대로 사전재해영향성 검토협의를 거쳐 자연재해위험지구를 지정하고 정비, 사업계획 등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산 절개지와 석축, 옹벽 등 사면관리를 의무화하는 급경사지 재해예방에 관한 법률 역시 재해지도를 작성해야 할 의무를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법으로 정해진 산사태 위험지역을 표시해 놓은 지도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이 주민들의 희생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서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 역시 '재해지도'만 제대로 갖춰 놓고, 주민들에게 배포하거나 공개만 했다면 재해를 막거나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법적으로 산사태 위험지역을 표시한 지도를 갖추는 것이 의무가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고 인정하면서도 작성 여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다른 지자체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여서 재해지도 작성 여부와 관련, 산사태로 6명 이상이 숨진 포천시는 '자체 검토 중', 13명의 사망자를 낸 춘천시는 '현재 용역중'이라고 답했다.

    4명이 숨진 동두천시의 경우 수년 전 만들어 놓은 내부용 매뉴얼만 있다고 밝혔고, 1명이 숨진 서대문구 역시 "있지만 내부자료용"이라고 설명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산사태 위험지역으로 지정하면 재해지도를 만드는 게 맞다"면서도 "지자체별로 (위험지역) 지정고시를 안하는 경우 보편적으로 지도를 만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제학회 공동산사태기술위원회 한국대표인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는 "전국 산사태와 석축 등 사면재해위험지구는 10만 곳에 달하지만 명시되지 않았다"며 "지자체들도 지형이나 높낮이 등을 토대로 간단한 표시만 해놨을 뿐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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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무원들 책임 떠넘기기…주민들은 無정보

    심지어 공무원들은 산사태 관련 재해지도 소관 부서조차 모르고 있었다.

    서울시만 해도 산사태를 관리한다는 자연생태과 관계자는 "하천관리과에서 하는 업무"라고 했고, 하천관리과 관계자는 "공원녹지과에서 할 수도 있고..잘 모르겠다"고 얼버무렸다.

    담당 공무원들이 잘 모르는데 주민들이 '내가 사는 곳이 위험한 지' 알 턱 없이 없다.

    우면산 인근 아파트 주민 최명(60) 씨는 "재해지도가 뭔지 알지 못한다"며 "그런 게 있다면 관계자들이 주민들에게 알려주고 자주 교육하고 경각심을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지자체들이 재해지도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15일자 CBS [일상화된 기후변화, 대한민국이 위험하다] 세 번째 시리즈 '전국지자체 50% 재해예방 부실..."어디 위험한지 몰라"'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CBS가 전국 230곳의 지자체를 상대로 실제 재해지도가 있는지 정보공개청구로 전수조사한 결과, 50%가 넘는 117곳 지자체에 이들 자료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 담당자들 "땅값 민원 때문에 공개는.." VS 정작 주민들 "목숨이 더 중요"

    시민들에게 산사태와 홍수 등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지점이 공개되는 경우 역시 드물다.[BestNocut_R]

    이미 지난해 CBS는 12월 16일자 기후변화 네 번째 시리즈 '상습 홍수지역 어디? 물음에 "땅값 떨어지니 공개못해"' 편에서 전국 지자체가 관리하는 재해위험지구의 지정, 정보 공개 등이 미비한 현실을 꼬집었다.

    당시 전남 순천시와 서울시 관계자는 "집값 하락을 우려한 시민들로부터 민원이 들어올 수 있어 시의 의견만으로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 우면산 산사태 피해를 입은 주민 서병옥(65) 씨와 북아현동 주민 정 모(54) 씨 모두 "집, 땅값 떨어진다고 목숨 위험한 것 감수할 사람은 없다"며 "일부 민원인들이 있을 수는 있어도 일단 살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항변했다.

    공무원들이 무지나 무사안일, 눈치보기로 제 할 일을 못하는 사이 시민들의 안전은 일상화되고 있는 자연재해 앞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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