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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없는 명품소비의 주범은 무개념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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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념 없는 명품소비의 주범은 무개념 언론

    [변상욱의 기자수첩]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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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가 시즌을 맞아 공항에서 고가사치품 검색이 엄격해 졌다. 그만큼 외제 고가 사치품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흔히 명품이라고 부르지만 그 표현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들이 많다.

    1. ''명품''은 언제 등장했을까?

    1990년 9월 서울 강남의 G 백화점이 패션 전문점을 새로 열면서 ''''명품관''''이라 이름을 내걸었다. 이것이 ''''명품''''이란 신조어의 시작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관련된 어휘들을 영어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명품, 명작 - masterpiece, masterwork, well-made 멋지고 훌륭한 유명 상품고급품 - premium product호화 상품 - luxury goods (값이 비싼 걸 강조하면 high priced -)유명 브랜드 제품 - brandname product, designer lable goods

    중국에서는 우리가 흔히 ''''명품''''이라고 부르는 물건들을 well-known brand 라고 부른다. 종합하자면 ''''고가 수입 브랜드 제품''''이 ''''명품''''의 본래 이름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것을 <명품>이라고 뭉뚱그려 부르면 어찌 될까? 외제 사치품 소비, 허황된 과소비를 마치 좋은 물건을 사는 것처럼 착시를 일으키고 가치관의 왜곡을 가져 온다는 지적이다. 고가의 사치품, 고가의 해외 유명브랜드 제품을 명품이라고 부르는 순간 심리적으로 경계 심리와 방어 기제 한 쪽이 허물어진다는 것이다.

    심리학 상으로는 흔히 베블렌 효과를 이야기 한다. ''''보통 사람들이 상위에 있는 계층을 흉내 내며 그 무리 속에 들어가는 동시에 보통사람들과는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현상''''이다. 여기에 역사와 사회적 요건을 덧붙여 ''''명품'''' 신드롬을 살펴보자.

    2. 아시아의 명품 신드롬과 ''''봉''''이 된 코리아

    일본의 사회심리적 특징으로 脫亞入歐를 이야기한다. 아세아를 벗어나 서구 사회로 편입되고 싶어 하는 일본인의 집단적 욕구를 가리킨다. 그래서 일본은 일찍부터 유럽의 귀족문화와 그들의 패션, 물건들을 동경하고 수집하는 습성을 보여 왔다.

    1970년대 서구 선진국의 럭셔리 제품 생산 기업들은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베트남 전쟁에 가진 것들을 털어 넣었고 석유 파동도 잇따라 경제적으로도 궁핍해 지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청바지와 티셔츠가 유행했기 때문이다. 드레스 등의 패션 뿐 아니라 이에 어울리는 핸드백, 구두, 액세서리, 향수 등 럭셔리 제품 소비가 크게 줄었다. 기업들은 전문 경영인을 도입해 경영혁신과 구조조정을 통해 활로를 찾았고, 마침 일본 경제가 승승장구하며 최대 호황기로 접어들었다. 일본이 벌어들인 막대한 부는 국제적인 부동산 투기 뿐 아니라 명품 쇼핑에도 쏟아 부어지기 시작했다. 일본 소비시장은 까다롭고 마니아적 성격이 강해 럭셔리 수입 상품들의 희소성과 어울렸고, ''''탈아입구''''심리에 경제적 호황과 맞물려 수입 브랜드 시장이 덩치를 키워나갔다. 그 결과 일본을 중심으로 일본 유행을 뒤쫓는 한국, 중국이 연결되어 동북아시아 시장이 외제 고가 브랜드의 ''''봉''''이 된 것이다. 현재도 유럽과 미국 시장의 성장세는 멈췄고 한국,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등이 새로운 고가 럭셔리 브랜드의 주력 시장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국 사회의 관련된 특징 중 하나로 계급의식의 혼란을 지적하기도 한다. 한국인들은 자신이 노동자 계층이란 자의식이 약하다는 것이다. 스스로 다달이 봉급을 타 생활하는 임금 노동자라고 인식하면 사치품이나 호화 소비가 제어되지만, 중산층이란 의식과 심리적 기준을 갖고 있어 유한계급의 사치품을 쉽게 따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의 고가 수입 브랜드 소비는 몇 년 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대지진과 쓰나미 이후로 더 위축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비싼 등록금, 청년 실업, 인플레이션과 고물가, 가계부채 증가 등 어려운 시장 여건에도 소비심리가 줄어들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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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명품 신드롬의 주범은 개념 없는 언론

    이런 ''''명품 열기''''에 일조를 하고 있는 것이 언론이다. 신문을 살펴보면 고가 수입 브랜드 상품 - 자동차, 보석류와 시계, 화장품, 가구, 구두 등을 다룬 기사들이 즐비하다. 신문마다 경제면 취재는 경제정책, 산업 둘로 나누어 한다. 그리고 산업 쪽에 백화점, 마트 등을 취재하는 유통팀이 있고 유통팀 기자 중에 한 두 명이 고가 수입 브랜드를 취재하는 게 그동안의 취재 관행이었다. 그러다 명품 담당 기자로 불리는 고가 외제 브랜드 전문 기자를 아예 못 박아 두고 취재하는 언론사가 생겨났다. J, D, M 등의 신문이 소위 명품 담당 전문기자라는 걸 두고 관련 기사를 많이 써왔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다른 신문사들도 유통팀과 별도로 담당 기자들을 대거 확충해 고가 수입 브랜드 시장 취재에 뛰어들고 있다. E, MT, C경제 등이 유통팀과 별도로 전담 기자를 2명 씩 새로 배정해 취재에 임하고 있다 한다. 유통 분야의 한 부분으로 여겨지던 고가 수입 브랜드시장이 별도의 영역으로 분리되고 있는 중이다. 일부 신문은 담당 기자를 미국 등 선진 패션 국가에 연수까지 보내고 있다 한다.

    방송 역시 고가 수입 브랜드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수입 브랜드로 치장한 인물들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나 주요 배역으로 늘 등장한다. 드라마 10개 중 85~90%는 재벌, 재벌 2.3세, CEO, 명문가, 유학파 엘리트 등 상류층이 등장하며 값비싼 소비 생활을 보여준다고 누누이 지적되지만 고치지 않는다. 해외 브랜드 수입업체들도 방송의 간접광고 효과를 노려 소품, 협찬 등을 파고든다.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걸핏하면 고가 수입 브랜드 이야기로 수다를 떤다. 명품 광고를 얻어 내기 위한 신문.방송사들의 전략이 호화사치품 과소비를 부추기는 장본인이다.[BestNocut_R]

    이제 ''''명품 신드롬''''은 패션을 벗어나 재테크, 레저, 여행, 외식 산업까지 파고들었다. 개인의 소비영역으로만 놔둘 것이 아니라 국가적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 시작은 언론의 자정과 자제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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