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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쓰나미 4달 후…일본 재해현장을 가다



아시아/호주

    [르포]쓰나미 4달 후…일본 재해현장을 가다

    쓰나미 상처 여전, 유령 마을로 변해…가장 기초적인 복구작업 시작

     

    풍어를 울리는 뱃고동 소리도, 아이들의 경쾌한 재잘거림도, 심지어 한여름 매미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쓰나미를 몰고 온 파도만이 아직도 자연의 위력을 깨닫지 못했냐는 듯 거친 숨을 연실 토해냈다.

    2011년 7월 15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 동북쪽으로 430km 가량 떨어진 미야기현(宮城縣) 이시노마키(石卷)시 해안가 주변마을의 살가운 풍경들은 지난 3월 11일 발생한 지진과 쓰나미가 모두 앗아갔다.

    주택과 건물은 유리창이 깨진 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게 부서졌고 허리가 꺾인 전봇대, 논두렁에, 건물 계단에 아무렇게나 처박힌 주인 잃은 배며 자동차들도 쉽사리 볼 수 있었다.

    떠밀려 온 쓰레기들은 넉 달이 지난 이제서야 한 곳 공터에 거대한 산더미를 만들었지만 생활 쓰레기와 생선 비린내가 섞인 심한 악취와 극성스런 파리 떼를 몰고 왔다.

    방수림 역할을 기대했던 나무며 가로수들도 드문드문 초록색 흔적만 남긴 채 대부분 누렇게 죽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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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진·쓰나미 사망·실종…2만명 넘어서

    일본 정부가 공식발표(7월16일 현재)한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피해는 사망 1만5천573명, 실종 5천76명, 그리고 5천694명이 다쳤다.

    이 가운데 미야기 현에서만 9천314명이 목숨을 잃었고, 2천573명이 실종됐다.

    미야기현 센다이(仙台)시에 거주하는 료코 와타나베(38.여)씨는 "미야기현 인근 이시노마키시에서만 1만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등 피해가 가장 컸다"며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고 회고했다.

    더디나마 가장 기초적인 복구작업은 진행돼 이지저리 떠다니던 자동차와 건축 잔해물, 나뭇가지, 생활쓰레기 들이 치워지고 길을 만들었을 뿐 복구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대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한 지 열흘째인 3월 20일 손자 아베 진(阿部任. 16)군이 부서진 집의 지붕위로 올라가 도움을 요청하면서 80대 할머니와 함께 극적으로 구조돼 감동을 일으켰던 가도노와키(門脇) 마을의 초등학교.

    아이들은 다행히 높은 곳으로 얼른 대피해 사고를 막았지만 수마가 할퀴고 간 학교건물은 검은 파도자국만 선명히 남긴 채 유령의 집으로 남아 있었다.[BestNocut_R]

    이시노마키시 인근의 히가시마츠시마(東松島)시 오오마가리(大曲)정의 사정도 마찬가지.

    벼와 콩, 팥, 옥수수등이 자라야 할 넓은 논과 밭은 쓰나미의 여파로 검은 진흙밭으로 변했고 실개천은 시뻘건 황톳물이 고여 을씨년스러웠다.

    억지로 떠밀려 온 크고 작은 선박들도 자신이 왜 여기에 와 있는지 모르겠다는 듯, 무심하게 놓여 있었다.

    ◈전신주마다 ''''행방불명자를 찾습니다''''…눈시울 붉혀

    논과 논 사이로 겨우 나 있는 도로 옆 한 켠엔 눈에 잘 띄도록 실종자를 찾는 안내문과 진흙이 덕지덕지 묻은 부부의 빛바랜 사진첩, 아이가 갖고 놀았던 듯 보이는 장난감 통이 길을 지나는 이들을 붙잡고 ''주인을 찾아 달라''며 하소연하는 듯 했다.

    ''논 앞에 잠깐 세워둔 차에 타고 있던 행방불명된 두 아들을 찾습니다. 4살,7살 남자아이들이구요, 키는 117cm, 121cm고, 몸무게는 18kg, 22kg, 6월 18일 현재 연락처는...''

    바로 옆 논바닥에선 시신을 찾기라도 하듯, 혹여 발견될 지 모를 시신이 다칠세라 굴착기 한 대가 조심스레 바닥을 긁어내고 있다.

    이곳에서 지난 4월 말부터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반다이 요시노부(萬代好神. 47)씨는 "자원봉사를 하면서도 유가족들만 생각하면 눈물이 저절로 나온다"면서 "한 순간에 가족은 물론 재산과 전통 등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며 울먹였다.

    부서진 집

     

    ◈ ''''한국민들도 쓰나미의 경고 잊지 말기를…''''

    그는 또 "지진이나 쓰나미는 언제 또 올지 모르고 일본만의 문제가 아닌 공통언어가 됐다"며 "다음세대, 그 다음세대를 위해서라도 쓰나미의 경고를 한국에 가서도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발걸음을 위쪽으로 옮겨 도착한 곳은 바닷가 아름다운 기차역으로 손꼽히는 오쿠마츠시마시 노비루역.

    철로가 이리저리 휘고 꺾이면서 리쿠첸오노(陸前小野)로 가는 상행선, 도나(東名)로 가는 하행선 모두 이곳에 멈춰선지 오래됐다.

    역사(驛舍)에는 잡풀이 어른 키만큼이나 무성하게 자랐고, 이정표만이 이곳이 역사였음을 증명하고 있다.

    2층집 계단 난간에 매달려 있는 자동차, 내동댕이처진 컴퓨터 모니터, 곰 인형, 구겨진 자전거, 꽃 이불, 플라스틱 바구니, 부서진 선반 등이 어지러이 아직도 집안을 차지하고 있다.

    활주로를 비롯한 주변이 흙탕물에 잠기면서 폐쇄됐던 센다이 공항은 다행스럽게도 점차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공항이 폐쇄된 지 한 달 뒤인 지난 4월13일부터 도쿄와 오사카를 잇는 일본 국내선 여객기 운항을 다시 시작한 이래 운항을 중단했던 아시아나 항공도 오는 9월부터 정기편 운항을 검토하는 등 국제선 운항도 간간이 재개되고 있다.

    ◈ 센다이시, 본격적으로 복구진행할 계획

    섭씨 32~35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인근 초등학교 등 임시숙소에 수용된 이재민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전염병.

    당장 먹고 살 일도 문제지만 본격적으로 시작된 여름철 무더위와 각종 질병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한숨만 나온다.

    센다이시 이토 요키모토(伊藤敬幹)부시장은 "한국을 비롯해 여러나라에서 많은 지원과 도움을 준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앞으로 본격적으로 복구를 진행하고 지역경제를 회복시키는 일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센다이시에서는 16,17일 이틀간 ''함께 힘을 모아 재난을 극복하자''는 취지의 동북6혼축제(東北六魂祝祭)가 열렸다.

    후쿠시마, 미야기, 이와테, 아오모리, 아키타, 야마가타 등 동북 6개 지역의 축제가 센다이시에서 처음으로 한꺼번에 개최된 것.

    과거엔 지역별 축제가 따로따로 열리면서 경쟁을 벌였지만 함께 축제를 열어 복구에 힘을 보태기로 한 것이다.

    이 축제를 구경하기 위해 당초 일본 전역에서 10만명의 관광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무려 32만 명이 운집하는 성황을 이뤘다.

    이토 부시장은 "쓰나미로 인해 비록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동북지방은 매우 역동적인 곳"이라며 "있는 그대로를 보고, 듣고, 확인하면서 많은 이들이 찾을 수 있도록 널리 알려 달라"고 당부했다.

    절망을 딛고 희망을 일구려는 이들의 모습이 애처럽고 안쓰럽지만 한 켠 고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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