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의 딸과 판사 사이의 애틋한 편지 내용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울산지법 형사 2단독 성금석 부장판사와 한 여고 2학년생. 성금석 부장 판사는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재판과 관련해 최근 한 여고생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사기사건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어머니를 자신의 품으로 돌려달라는 것.
여고생의 어머니는 범죄를 저질러 2년 동안 도망다니다 검거됐으며 사기 등 모두 11건의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여고생 A 모 양은 담당인 성 부장 판사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동생과 함께 어렵게 지내는 자신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하며 어머니를 돌려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A 양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된 성 부장판사는 이례적으로 직접 답장을 썼다.
그는 답장을 통해 "나도 자식들을 키우는 부모라 네 어머니를 용서해 주고 싶지만 피해자가 너무 많고 피해자들의 용서를 먼저 받아야만 나도 용서해줄 수 있다"며 너와 네 동생이 처한 현실이 참으로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난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특히 "부디 부디 좌절하지 말고 어려움을 이겨내어서 건강하고 굳건하게 잘 자라라. 동생도 잘 보살피고. 실패란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넘어진 자리에 그대로 머무르는 것"이라며 좌절하지 말고 역경을 견뎌낼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또 "나도 어려운 유·소년 시절을 보내면서 자랐기 때문에 너의 처지가 남다르지 않구나. 네 어머니를 너희들의 품속으로 돌려보내지 못 하는 안타까운 내 마음을 먼 훗날에는 이해할 수 있게 될 거야"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BestNocut_R]
울산지법 한 관계자는 "피고인의 딸로부터 엄마를 자기품으로 돌려보내달라는 간절한 편지를 받고 성 부장판사가 직접 답장을 썼다"며 "형사담당 판사들의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성 판사가 여고생에게 보낸 편지의 전문이다.
000 양에게
이 편지를 쓰는 아저씨는 울산지방법원 형사 2단독 성금석 부장판사란다.
오늘 아침 일찍 전달된 네 편지를 보고, 10시에 진행할 네 어머니에 대한 재판기록을 다시 한 번 읽어 보았다.나도 자식들을 키우는 부모라 네 어머니를 용서해 주고 싶지만, 지은 죄가 너무 많고 피해자도 많은데 피해자들의 용서(피해 변제)를 먼저 받아야만 나도 용서해 줄 수 있단다.
너희들이 학교에서 저지르는 사소한 잘못이라면 반성문 작성이나 봉사활동으로 사죄에 갈음하겠지만, 법원에서 형사재판을 받는 범죄는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단다.너와 네 동생이 처한 현실이 참으로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나는구나. 나도 어려운 유·소년 시절을 보내면서 자랐기 때문에 너의 처지가 남다르지 않구나. 네 어머니를 너희들의 품속으로 돌려보내지 못 하는 안타까운 내 마음을 먼 훗날에는 이해할 수 있게 될 거야.
부디 부디 좌절하지 말고 어려움을 이겨내어서 건강하고 굳건하게 잘 자라라. 동생도 잘 보살피고. 실패란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넘어진 자리에 그대로 머무르는 것이라고 누가 말했어. 긴긴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넘어질 수 있지, 하지만 넘어진 자리에 그대로 머물지 말고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나렴.
2011. 6. 30. 울산지법 402호 판사실에서 성금석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