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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좋은데…조리사 처우는 더욱 열악해져



사건/사고

    무상급식 좋은데…조리사 처우는 더욱 열악해져

    • 2011-07-14 06:00
    ss

     

    서울 지역에 친환경 무상급식이 시작되면서 학생들의 식단을 책임지는 급식 조리사들의 노동 환경은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부터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무상급식이 순조롭게 실시되고 있지만 조리사들은 가뜩이나 높았던 노동 강도가 더욱 높아져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 무상급식 이후 일 늘어나 서서 밥 먹고 요실금까지 걸려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 급식 조리사 A씨(50·여)는 친환경 급식이 시작된 이번 학기 동안 단 한 번도 앉아서 밥을 먹어보지 못했다.

    A씨는 "오전 7시에 출근해 하루 9시간을 일하지만 밥 먹는 시간 10분을 내기도 어려워 고무장갑을 낀 채 서서 끼니를 해치운다"고 하소연했다.

    중랑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B씨(46·여)는 일이 바빠 화장실도 못 가고 일하다가 결국 요실금 증상에 시달린다고 했다.

    B씨는 "한 달에 86만원 받는 것에 비해 일이 너무 많다“면서 ”일하면서 얼마나 걷는지 만보기를 차고 세어 보고 싶다"며 높은 노동 강도에서 오는 피로감을 호소했다.

    무상급식 시작 이후 친환경 농식품인 흙당근, 흙무 등을 식재료로 사용하면서 기존에 비해 세척하는 시간도 늘어났고, 농약을 적게 사용한 유기농 식품에 벌레가 발견될까봐 세척 횟수까지 늘었다.

    여기에 서울시교육청에서 학생들에게 숟가락을 제공하라는 지침까지 내려와 씻는 부담도 고스란히 조리사의 일로 추가됐다.

    한 조리사는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없었던 아이들이 무상급식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기쁘지만 일이 너무 힘들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1명 당 200인분’...무상급식 시행 이전에도 서울 지역 노동강도 전국 최고 수준


    문제는 무상급식 시행 이전에도 서울 지역 급식 조리사들의 노동 강도가 전국적으로 최고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민주노총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급식조리사 한 명이 준비하는 음식은 200인분이다. 경기도는 150인분, 경상북도는 125인분, 제주도는 70인분이다.

    1인분을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2.74분으로 병원 10~14분, 사업체 7~10분보다 훨씬 짧아 부실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미 한계에 이른 노동 강도가 무상급식이 시작되면서 더욱 높아지자 조리사들이 집회를 갖고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등 고통 섞인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조리사 숫자를 늘려 노동 강도를 완화시켜도 모자랄 판에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조리사 수를 오히려 줄이고 있다.

    동대문구의 한 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20명 늘었지만 작년까지 느슨하게 적용하던 '1명 당 200명' 수치를 맞춘다는 명분으로 조리사 1명을 해고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과거에는 모자란 인건비를 학부모들로부터 걷는 급식비에서 충당했지만, 올해부터 정부로부터 지원받게 돼 인건비가 모자라 해고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시교육청, “어려운 환경 알고 있지만 구체적 대책 없어”


    서울 지역 조리사들의 고된 환경에 대해 감독 기관인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친환경 무상급식의 영향으로 조리사들의 노동량이 늘어난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BestNocut_R]이 관계자는 "앞으로 1인당 부담을 185인분으로 줄일 예정이지만 예산 문제 때문에 언제 시행할 수 있을지 정확히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185인분이라는 대책도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라 급식 현장의 노동환경을 얼마나 개선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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