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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MRO에 동네 문구점 ''초토화''



경제정책

    대기업 MRO에 동네 문구점 ''초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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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들이 MRO(소모성자재 구매대행) 사업은 물론 떡볶이나 순대 업종까지 무차별적으로 진출하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사업기반이 급속이 붕괴되고 있다.

    겉으로만 그럴듯한 한국경제의 이면에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대기업 쏠림현상과 이로 인해 신음하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의 고통과 절망이 자리잡고 있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적합분야까지 진출한 실태와 문제점을 3차례에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 주]


    (1) 대기업 MRO에 동네 문구점 초토화
    (2) 떡볶이, 순대까지 잠식…동네상권 씨가 마른다
    (3) 심각한 쏠림현상,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장사가 반토막 났다. 문방구가 다 죽는데 우리 같은 업자들은 팔아먹을데가 없다."

    서울 영등포에서 30여년 동안 문구도매점 ''ㅇ''사를 운영하는 이경오씨는 최근 2~3년 동안 불어닥친 변화를 문구유통업계의 쓰나미로 여겼다.

    대기업 MRO(소모성자재 구매대행)가 자체 계열사 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과 대형병원, 학교에까지 문어발식으로 영역을 확장하자 중소 문구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 이씨의 문구도매점엔 낮시간대인데도 불구하고 손님을 찾아보기 드물었다. MRO나 대형할인매장의 문구코너에 손님을 빼앗겨 문구소매점들이 하나 둘 문을 닫으면서 도매점의 매출도 덩달아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영등포 지역 도매상이 16곳 가량 됐는데, 최근 2~3년 동안 영업에 타격을 입으면서 제대로 장사하는 곳은 대 여섯 곳도 안된다"고 말했다. 이씨의 가게도 그 사이 매출이 절반 가량 줄었다.

    특히 대기업 MRO가 대형병원이나 여의도 증권사, 대학교 등에까지 볼펜과 노트, 바인더 등 문구류 공급계약을 하고 나서자 이씨를 비롯한 도매상들은 고사직전의 위기에 몰렸다. 이씨 등 문구상들은 올해 초 M병원이 일방적으로 거래계약을 종료하자 더이상 물건을 납품하지 못하고 있다.

    문구업체인 오피스넥스도 경기도 소재 H대학과 거래를 해 왔는데, 대기업 MRO가 들어와 지난 1분기 매출이 수 백만원 감소했다.

    중소업체들은 대기업 MRO가 구매파워를 동원해 가격 후려치기를 하는 것도 심각한 고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구업계 관계자는 10일 "MRO가 물건을 보관도 하지 않으면서 중간에서 계약만 하고 실제 납품은 업체들이 다 하는데 중간에서 엄청난 마진을 따먹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 "대기업 MRO란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납품계약을 갱신할 때는 10% 가격을 더 빼라며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식으로 경쟁이 무너지면 나중에 대기업MRO가 기업이나 병원, 학교 등으로 납품할 때에는 가격횡포를 부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문구협회 신건식 전무는 "대기업 MRO가 처음에는 자기네 그룹사나 계열사의 소모성 자재를 효율적으로 구매하기 위해 시작됐는데, 지금은 협력사와 공공기관, 학교, 병원까지 영업을 확대해 오고 있고 특히 최근에는 대헝할인마트까지 MRO사업을 시작해 문구업계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구유통업체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지난 1995년 2만 7천여개였던 문방구 등 문구유통업체는 2009년 2만여개로 크게 줄었다.[BestNocut_R]

    중소기업중앙회는 대기업 MRO에 의해 최근 3년간 매출감소를 겪었다고 응답한 소상공인이 전체의 83%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또 대기업 MRO를 통해 우회납품을 했더니 10% 이상 이익이 줄었다고 답했다.

    대표적인 대기업 MRO는 LG계열인 서브원과 삼성계열인 아이마켓코리아가 있다. 아이원의 지난해 MRO사업 매출은 2조 4천억원 가량에 이르고 아이마켓코리아는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RO 출현 뒤 우린 그들의 퀵서비스 대행업체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어느 상인의 말이 문구유통업계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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