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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법무부 기싸움에 멍드는 동포사회



사회 일반

    고용부·법무부 기싸움에 멍드는 동포사회

    불법체류 사면조치 받아도 취업활동 대상 제외 '억울'

     

    중국 연변 출신의 동포 A씨(56)는 최근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10년 전 결혼과 함께 한국에 온 A씨는 남편의 계속되는 묻지마식 폭력을 견디다 못해 곧바로 가출했고 이후 불법체류 신분으로 온갖 고생을 감내해야 했다.

    다행히 법무부가 지난해 8월부터 한시적으로 장기 불법체류 동포 가운데 인도적 사유가 있는 자에 한해 사면조치를 단행하면서 A씨는 꿈에서나 그리던 합법체류자로 신분을 바꿀 수가 있었다.

    하루 아침에 불법체류자에서 합법체류신분인 H-2(방문취업비자)로 인생역전에 성공한 A씨의 기쁨은 그러나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또다른 벽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지원센터를 찾은 A씨는 상담 직원으로부터 "취업을 허용할 수 없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얘기를 들어야 했다.

    고용지원센터 상담 직원은 A씨에게 "불법 신분에서 합법 신분으로 바껴 H-2 자격을 받긴 했지만 불법 체류 사실까지 없어진 건 아니다"면서 "이런 경우 취업활동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방침"이라고 통보했다.

    결국 A씨는 취업교육은 물론 구직신청도 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A씨는 "불법에서 합법 신분으로 바꾸는데 벌금과 서류 준비, 대행 수수료 등으로 500만원이 들었다"며 "돈은 돈대로 쓰고... 이 억울함을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혜자 6000명, 실업자 되나

    문제는 이같은 안타까운 사연이 A씨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법무부는 이번 한시적인 사면조치를 통해 63세 이상 장기 불법체류 동포에게는 F-4(재외동포비자), 55~62세까지는 H-2(방문취업비자), 그리고 55세 이하 동포는 D-4(기술연수비자)의 체류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마감시한이 6월 30일로 예정된 가운데 법무부에 따르면 약 6000명에 달하는 불법체류 동포들이 이번 사면조치의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앞서 A씨의 경우처럼 이들 대부분이 합법적인 신분으로 다시 태어나긴 했으나 떳떳하게 일을 할 수 없는, 마냥 기뻐할 수도 슬퍼할 수도 없는 곤혹스런 상황에 처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걸까?

    ◈고용부 "난 모르는 일", 법무부 "권한 침해" 엇박자[BestNocut_R]

    고용노동부 외국정책인력과의 담당자는 "외국인 인력정책의 원칙은 국내 노동시장, 특히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고용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법무부의 한시적 사면조치는 사전에 (고용노동부와) 협의된 사항도 아니어서 전혀 모르는 일이다. 불법체류자에서 합법으로 체류자격을 변경한 동포들에게 취업을 허용하는 것은 고용허가제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대해 법무부는 "동포들의 체류자격 변경은 법무부장관의 고유권한이며, 협의사항도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중국동포문제를 외국 인력을 다루는 고용허가제의 틀에서 볼 것이 아니라 동포통합, 중국내 거점확보 등 정책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고용문제와 관련된 일을 사전에 협의하지 않았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입장이고, 법무부는 고유권한을 고용노동부가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부처간 불협화음에 애꿎은 동포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동포사회는 이와관련해 동포 문제를 바라보는 양 부처의 현격한 시각 차이가 결국 이같은 문제를 불러왔다고 보고 있다.

    이주동포정책연구소 곽재석 소장은 "중국동포를 우리 민족으로 인정하고 포용적 차원에서 끌어 안을 것이냐 아니면 단순히 외국인 인력으로 볼거냐는데 있어서 부처간 온도 차이가 너무 크다"고 진단했다.

    곽 소장은 또 "그동안 진화와 발전을 거듭해온 동포정책이 현 정부 들어 오히려 과거로 회기하고 있다"면서 "중국 동포를 국내 고용시장을 잠식하는 외국인 인력으로 치부하는 시각으로는 해결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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