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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육아 후 알바로… 한국여성 20·30·40대 현주소



인권/복지

    출산·육아 후 알바로… 한국여성 20·30·40대 현주소

    20대 “결혼하고 싶지 않다”
    30대 “육아·직장 병행 못해”
    40대 “정규직 재취업 포기”

     

    한국 여성에게 결혼과 육아는 자신의 삶을 옥죄는 ‘덫’이다.

    “40대 기혼 여성이 정규직에 재취업하기는 꿈도 못 꿀 일이지요. 한번 경력이 단절되면 제대로 된 사회생활은 끝났다고 보는 게 현실적입니다.”

    고교 1년과 초등 4년생 아이 둘을 둔 박안나씨(42·경기 용인시)의 한탄이다. 그는 결혼 전 외국계 호텔과 석유화학회사에서 6년여간 일한 고액 연봉자였다. 퇴직 후 10년 넘게 육아에 매달리다 최근 재취업을 희망하고 있지만 언감생심이다. 그를 받아줄 정규직 일자리는 없었다.

    3년 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지만 월 150만~200만원에 이르는 임대료 걱정에 선뜻 부동산중개업소 개업을 결심하지 못하고 있다. 박씨를 현재 상황으로 몰아넣은 것은 결혼과 육아 문제다. 첫 아이를 낳은 뒤 아이 키우고, 시어머니를 모시느라 직장일을 병행할 수 없었다.

    결혼 3년차 주부 강모씨(35·경기 고양시)는 몇 년 전까지 보육교사로 일했다. 결혼 뒤 아이를 가지면서 ‘일’에서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남편은 회사일로 아이 돌볼 형편이 안됐고, 시댁·친정 모두 지방에서 살아 아이를 맡기기도 어려웠다. 일에 대한 욕구가 강했지만 “엄마가 직접 아이 눈을 마주치고 하면서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일을 그만뒀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도 일하는 친구들이 부럽기만 했다. 상대적으로 집안이 넉넉하거나, 주변에 아이를 돌봐줄 친지가 있는 경우였다. “다시 일을 하고 싶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그는 “프랑스 등에선 만 3살부터 육아를 국가가 책임진다고 들었는데, 우리나라 보육복지는 왜 이렇게 낙후됐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남은경씨(27·서울 노원구)는 출판사의 촉망받는 여성 편집자다. 대학 졸업 후 잡지사 기자로 1년 일하다 출판사 편집부로 옮긴 지 2년이 돼 간다. 남씨는 “저자를 발굴하고 출판물을 기획하는데 콘텐츠를 생산하는 일이라 적성에 맞는 것 같다”며 “연차가 쌓이면 기회가 더 넓어진다는 점에서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남성 직원에게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당찬 20대다. 주말마다 친구들과 야구장에서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기도 하고, 영화나 공연 보는 것도 즐긴다. 하지만 육아 때문에 점심시간을 쪼개서 일을 하거나 집에까지 일을 들고 가는 여자 선배들만 보면 우울해진다.

    “아직 계획은 없지만 결혼을 해서 아이 낳을 생각을 하면 결혼 자체에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는 그는 “일을 그만두자니 내 삶이 흐트러질 게 뻔하고, 쉬었다가 다시 일하고 싶어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여성은 주류처럼 보인다. 남성보다 대학에 더 많이 가고, 취업자 중 임금근로자 비중도 남성보다 높다. 그러나 통계청이 27일 내놓은 ‘201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은 박씨, 강씨, 남씨처럼 차별과 불평등으로 고통받는 한국 여성의 현실을 수치로 증명한다.

    지난해 25~29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9.8%. 그러나 30~34세 참가율이 54.6%로 떨어진다. 40~44세는 다시 65.9%로 높아져 ‘M’자 형태를 띠지만 내용이 다르다.

    40대 이후 경제활동은 20대 때의 번듯한 일자리가 아니라 단순 노무직이 대부분이다. 20대 정규직에서 30대 무직을 거쳐 40대 일용직이 되는 셈이다. 박씨가 말한 ‘단절’은 평생 여성의 발목을 잡은 ‘결혼과 육아’의 슬픈 대가다.

    경향신문 / 노컷뉴스 제휴사

    ※ 위 기사의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경향신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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