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오세훈 '한옥선언'3년째…쥐꼬리 예산 '빛 좋은 개살구'



사회 일반

    오세훈 '한옥선언'3년째…쥐꼬리 예산 '빛 좋은 개살구'

    한옥 개보수 융자 신청에 서울시 "예산 없다"

    s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옥을 보존하겠다며 '한옥선언'을 한 지 2년이 넘었지만, 정작 예산 부족으로 한옥을 짓던 시민들이 공사를 중단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운동 23번지.

    171.9㎡의 땅에 스무 평 남짓한 한옥 건물이 묵은 때를 벗고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을 하고 있었다.

    "얼마 전 지붕공사를 하는데 1910~20년대 담뱃갑이 기와 아래에서 나오더라고요. 당시 인부들이 피운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한옥이 지어진 지 벌써 100년이 됐다는 의미이지요"

    이 한옥의 주인은 이상암(48)씨. 그는 지난해 7월 당시 3대째 한의원으로 운영되던 이 한옥을 매입해 서울시 한옥으로 등록했다.

    서울시 한옥으로 등록하면 한옥의 유지·관리에 필요한 비용 일부를 서울시가 지원해준다고 홍보한 내용을 철썩같이 믿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08년 12월 오세훈 시장이 한옥 보전 지원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한옥선언' 이후에는 한옥을 새로 짓거나 보수할 경우 지원되는 보조금과 융자금이 각각 3천만원과 2천만원 더 늘어난 상황이었다.

    이에 이씨는 해당 한옥을 게스트하우스로 꾸미기 위해 지난 2월 서울시에 보조금 6천만원과 융자금 4천만원을 신청했고, 관련 부서 직원으로부터 3월 초에 지원금이 지급될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3월은 커녕 두 달을 훌쩍 넘긴 5월 말이 다 돼도록 융자금 4천만원은 지원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중순 준공률에 따라 지급되는 보조금 2천만원만 간신히 받았을 뿐이다.

    이씨는 "담당 직원에게 전화해보니 관련 예산 2억원을 다 써서 지원해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한옥 한 채당 지원되는 융자금이 최대 4천만원인데 그럼 지원받을 수 있는 한옥은 다섯 채밖에 안 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동안 이씨가 한옥 기둥 수리 등 1차 공사에 들인 비용은 모두 4천여만원.

    앞으로 지붕 수리와 창호 공사 등을 마저 진행하려면 1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필요하지만 융자금 등이 지원되지 않아 결국 지난 주에 공사를 중단했다.

    이씨는 "한옥 목수 등 인건비로 하루 평균 5~60만원의 현금이 필요한데 빚을 내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3월 초에 지원금이 나온다는 이야기만 하지 않았어도 공사를 앞당기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00년 된 한옥을 지켜내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팔순의 아버지와 함께 전국을 돌며 한옥 전시회를 둘러보고, 서울시내 한옥 20여곳을 돌아다녔다"며 "적절한 지원이 없으면 누가 굳이 한옥을 보존하려고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 '한옥선언'에도 해마다 줄어드는 예산…시의원 "웃기는 일"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이씨처럼 융자금을 신청해놓고도 예산 부족으로 지원을 받지 못한 사람은 모두 7명.

    올해 한옥 개보수 융자금에 대한 예산은 2억원인데 융자금 지급건수는 7건으로 올 초에만 벌써 1억 9천700만원이 집행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한옥과 관련된 주요 예산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는 것.

    남재경 서울시의원(한나라당)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옥 개보수 비용 융자' 예산은 지난 2009년 6억원에서 2010년 5억원, 올해 2억원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한옥 매입·활용사업을 위한 민간대행사업비도 지난 2009년에는 한 푼도 책정이 안 됐다가 2010년 137억원이 책정됐으나 올해 72억 6천900만원으로 또 다시 줄었다. [BestNocut_R]

    이는 지난 2008년 오세훈 시장의 한옥선언 이후 한옥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세간의 예측을 뒤집는 것이다.

    당시 오 시장은 한옥선언에서 "2018년까지 3천700억원을 들여 4대문 안에 있는 4천500채의 한옥을 보전하거나 새로 조성하고, 북촌마을을 중심으로 추진해온 한옥 보전 지원사업을 4대문 안 지역으로 확대한다"고 공언했었다.

    또 "한옥 개보수 지원비용도 보조금은 기존의 3천만원에서 6천만원으로, 융자금은 2천만원에서 4천만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병근 한옥문화과장은 "예산을 편성할 때 한옥 개보수 비용에 대한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긴 어렵다"며 "올해 추경에서 2억원을 편성해 융자금 신청자들이 모두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남재경 의원은 "한옥 진흥을 위해 한옥선언까지 해가며 권장할 때는 언제고 정작 한옥을 짓겠다는 시민들에게 제 때 지원금을 주지 못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며 "당장 보조금 예산을 이용해서라도 융자금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북촌을 비롯한 인사동과 운현궁, 돈화문로, 경복궁 서측 등 한옥밀집지역에 남아 있는 한옥은 2천358채 뿐이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