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가족도 모자라 1인 가구가 '대세'인 요즘, 뿔뿔이 흩어져 '제각각' 일상을 이어가다보면 가족 간의 끈끈함도 잊게 되기 일쑤다. 인터넷 공간을 통해 꾸준히 소통하고 정을 나누는 '가족카페'가 주목받는 이유다.
◈ "노인소외? 가족단절? 우린 그런 거 몰라요"
정영옥(47·회사원) 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가족카페'에 접속한다. 직장일로 바쁜 와중에도 식구들이 남긴 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진다.
정 씨 가족이 가족카페를 개설한 건 지난 2003년. 전국 각지로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의 모임 터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였다. 6남매의 참여로 시작된 가족카페는 이제 초등학생 아이들부터 일흔을 넘어선 아버지까지 두루 가입할 정도로 세를 넓혔다.
가족카페
가족카페에는 '이야깃거리'들이 넘쳐난다. 갓 태어난 아기 소식부터 아이들 커가는 모습, 가슴 쓸어내렸던 얘기들과 시시콜콜한 고민상담도 적잖게 올라온다. 각종 대소사를 앞두고는 카페 전체가 가족회의장으로 변신한다.
몇 년 전 마을회관에서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한 아버지(73)는 고향소식과 100세를 바라보는 할머니 소식, 그리고 노부부의 일상을 전하고 있다. 자녀들을 떠나보내고 시골에서 적적함을 달래던 아버지는 인터넷을 통해 자녀들과 다시금 소통하면서 '삶의 재미'를 되찾았다.
정 씨는 "실제로 고향을 찾는 건 1년에 2~3번 남짓이지만 마음만은 늘 고향에 있는 것 같다"며 "평소에도 카페에서 꾸준히 대화를 나누고, 명절 지나면 수고했다고 서로 격려 글도 남기다보니 그 흔한 '고부갈등'도 없다"며 자랑했다.
◈ '소통하는' 온라인…'끈끈한' 오프라인으로 이어져또 다른 인터넷 가족카페는 이른 아침부터 서로의 안부를 묻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온몸이 욱씬욱씬, 오빠들 출근해야 되는데 괜찮아요?"
"진행도 먹을거리도 다 좋았어요. 먼 곳에서 어려운 발걸음 해준 매제들도 고마워요."
카페에는 '가족 체육대회' 사진이 새로 올라왔다. 인터넷으로 소식을 주고받던 이 가족은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온 식구가 모처럼 총출동했다.
가족들은 이번 체육대회를 성사시킨 1등 공신으로 '가족카페'를 꼽았다. "가족모임 한 번 하려고 해도 전화로 연락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가족카페의 장점을 들었다. 온라인 소통이 '끈끈한' 오프라인으로 이어졌을 뿐만 아니라 유용한 연락수단도 된 것.
이러한 가족카페는 포털 사이트에서 수십 군데가 운영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서도 개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