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충남 천안·아산일대를 들썩이게 했던 전세사기 범죄가 논산에서도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수천~수십억에 달하는 대규모 피해가 잇따르고 있지만 피해자 구제는커녕, 사실상 재발방지 대책도 없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 '우후죽순' 전세사기…유사범죄도 '활개' 충남 논산경찰서는 월세로 빌린 집을 다시 전세로 놓는 수법으로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박 모(여·38)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달 22일 논산시 반월동에 있는 단독주택을 월세로 임대해 생활정보지에 전세 광고를 낸 뒤, 이를 보고 찾아온 A(여·45) 씨에게 자신이 집주인인 것처럼 속이고 전세금 30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박 씨가 천안지역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수법을 매스컴을 통해 접한 뒤 유사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천안지역에서는 서민들을 상대로 수십억 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부부사기단이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천안동남경찰서에 따르면, 김 모(46) 씨 부부는 지난 2008년 11월부터 최근까지 천안과 아산 등 9개 지역에서 소형 아파트를 월세로 빌려 전세로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131명으로부터 모두 41억6000만 원 상당의 보증금을 챙겼다.
이어 김 씨 부부에게 수법을 전수받은 장 모(여·46) 씨가 53가구로부터 전세보증금 13억여 원을 가로챘다 구속되는 이 지역에서만 200여 가구 600명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 '내쫓기는' 피해자들 전세사기의 무서움은 서민들에게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과 삶의 터전을 동시에 앗아간다는 것.
사건 발생 두 달이 지났지만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아픔은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부모님의 노후자금 2000만 원을 넣어 작은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던 김 모(33) 씨는 피해사실이 드러나면서 '진짜 집주인'에게 퇴거 통보를 받았다.
김 씨는 "집을 비워주지 않으면 집주인이 명도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하는데 돈도 없고 당장 갈 곳도 없어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피해는 단란하게 살던 가족을 뿔뿔이 흩어지게 만들기도 했다.
천안의 한 아파트에 살던 부부는 피해를 당한 이후 남편은 회사 기숙사에, 부인과 아이는 친정으로 내쫓기는 신세가 됐다.
한 이웃주민은 "집안에 있던 가구를 옮길 데가 없어 중고 상사에 헐값에 다 내다팔았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피해자 이 모(여·52) 씨는 원래 살던 집에서 당분간 월세로 지낼 수는 있게 됐지만, 10여 년 동안 살뜰히 모은 전세보증금 4000만 원은 영영 찾을 길이 없게 됐다.
이 씨는 "교통사고로 거동이 불편해 수입도 뚝 끊긴 상태에서 새로 보증금 1000만 원과 월세 35만 원을 마련할 생각을 하면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이 씨는 "천안시에 수차례 찾아가 읍소했지만 '안타깝지만 도와줄 방법이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며 답답해했다.
◈ "구제대책도…재발방지책도 없어"
상황이 이런데도 관할 기관들은 "관련법이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충남도 토지관리과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중개업소를 거치는 것 말고는 피해를 막을 방법이 없는 상태"라며 "집주인의 신분과 서류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등 개개인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BestNocut_R]
잇따른 전세사기 사건 이후 일부 지자체는 중개업소 입구에 '등록업소'임을 나타내는 스티커를 부착하기 시작했지만, 피해자 대부분이 '중개료조차 부담스러운' 서민층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국의 대책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이번 달부터 충남지역 공인중개사 협회와 협의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보증금 4000만 원 이하 주택에 대한 무료 중개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지만, 대상이 한정적인데다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업소 역시 충남지역 전체의 3.3%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에 대해서는 "안타깝지만 일차적으로는 직거래를 한 피해자들의 책임"이라며 "안타깝지만 관련법이 없어 따로 예산을 세울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