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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는 개인책임? ''긍정의 배신''을 읽는다면…



책/학술

    해고는 개인책임? ''긍정의 배신''을 읽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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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긍정주의는 미국을 감염시킨 뒤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자기계발서 ''시크릿''은 한국에선 200만부, 전 세계적으로는 1억부 이상 팔렸다. ''긍정심리학''이라는 새로운 지식 형태로 학계에까지 침투했다. 미국의 인기 토크쇼 ''래리 킹 라이브''나 ''오프라 윈프리 쇼''는 ''긍정교'' 전파에 앞장선다.

    만약 ''긍정적으로 사고하라'', ''낙관적이 되어라''는 말에 반감을 품는다면 ''삐딱이''라는 딱지가 붙는 걸 각오하거나 현실 부적응자로 의심받을 지 모른다.

    ''긍정의 배신''(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전미영 옮김/13,800원/부키)은 신자유주의와 철저한 공생관계를 맺고 있는 긍정 이데올로기를 전방위적으로 분석하고 파헤친다.

    신자유주의는 경쟁과 구조조정이 일상화되고 시장에 모든 판단을 맡긴다. 저자는, 긍정주의가 신자유주의 시대가 원하는 최적의 이데올로기라고 지적한다.

    1994년 미국 최대 통신회사 AT&T는 2년간 1만5000명을 정리 해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당일, 직원들을 ''성공 1994''라는 동기유발 행사에 보냈다. 이날 행사에서 동기유발 강사 지그 지글러가 전한 메시지는 이랬다. "(해고를 당하면) 그건 당신 잘못입니다. 체제를 탓하지도, 상사를 비난하지도 마십시오. 더 열심히 일하세요."

    긍정주의는 소비를 부추기고 기업의 성장에 유리한 문화를 조장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AT&T의 예에서 보듯 사회적으로 실패했을 때 개인의 책임을 가혹하게 강요한다.

    청년백수와 일자리를 잃은 직장인이 제도의 불합리성과 사회 보장의 미비함에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자신의 긍정성 부족을 탓하며 성공을 향한 동기유발에 더욱 매진하게끔 한다.

    긍정주의와 짝을 이룬 동기유발 산업은 해고노동자의 불만을 다독이고, 남은 직원의 사기를 북돋우는 수단으로 영향력이 더욱 강화된 것이다. 실제 1980~2003년 사이 다운사이징 여파로 미국에서 약 3천만명의 노동자가 해고되자 동기유발 산업은 급격히 번창했다.

    올들어 벌써 카이스트 재학생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들을 자살로 몰고 간 원인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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