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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당신의 작은 기부가 기적을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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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부는 전염성 매우 강해"…한 사람의 작은 기부가 기부 확산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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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모레퍼시픽 부산본부 안소연(33) 씨.

    "출근길이었어요. 매일 지나치는 길이었는데 갑자기 저금통 공장 앞에 매달려 있는 하얀색 토끼 저금통이 눈에 확 들어오더라고요. ''저거다!'' 했죠."

    아모레퍼시픽 부산본부에 근무하는 안소연(33) 씨. 2월 초순쯤이던 어느 날 저금통을 만드는 작은 가내수공업 공장이 눈에 확 들어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회사에서는 매주 월요일 아침 조회 때마다 천 원씩 걷어서 기부하는 ''천 원의 기적 행사''가 있었다. 하지만 공개적인 자리에서 돈을 걷다보니 강제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고, 지난 연말 폐지됐다. 그녀는 기부행사가 없어진 것이 못내 섭섭했다. 같은 생각을 갖고 있던 동료 이희정(39) 씨와 함께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토끼 저금통이 눈에 띈 것이었다.

    "마침 토끼해니까 토끼 모양 저금통에 자투리 돈을 모아서 좋은데 기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녀는 곧바로 ''토끼 저금통을 분양 한다''는 글을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에 올렸고, 기부행사가 없어져 아쉬워하던 직원 25명이 저금통을 신청했다. 그리고 2월 10일, 25마리의 토끼 저금통이 책상에 놓이던 그날 곧바로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저금통을 책상에 올려놓으니까 직원들이 자꾸 물어보더라고요. 이게 뭐냐고. 그래서 취지를 설명해줬더니 ''아 그럼 나도 달라'' 하더라고요." 단 하루 만에 토끼 저금통이 85개로 늘어났다. "외근하는 직원들 빼면 부산본부에 상주하는 직원의 80%가 신청한 셈이죠."

    그녀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안 씨는 매 분기마다 저금통을 걷어서 연말이 되면 한 기관을 정해 기부를 할 생각이다. 아모레퍼시픽에는 직원들이 기부하는 금액과 같은 액수를 회사에서 기부하는 ''매칭 기프트'' 제도가 있다. 회사는 토끼 저금통에도 ''''매칭 기프트''''를 적용하기로 했다. 개인이 시작한 기부운동이 회사 차원으로 번진 것이다.

    #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김도영(19)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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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22일 (재)영도장학회 장학금 수여식장. 장학금 대상자 가운데 한 명인 김도영(19) 군이 장학금 2백만 원을 다시 장학회에 내놨다. 김 군은 부산남고를 졸업하고 올해 서울대에 진학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KBS 도전 골든벨''에서 골든벨을 울려 화제를 모았다.

    김 군은 자신에 대해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당시 무상급식 논란이 한창이었어요. 저는 혜택도 많이 받았고... 형편이 어려워서 방학 때 밥을 못 먹는 친구들도 있잖아요. 그런 친구들에게 장학금을 돌려주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가 내놓은 장학금 2백만 원은 또 다른 기적의 씨앗이 됐다.

    김 군의 소식이 전해진 뒤, 장학회에는 "진작 좋은 일을 하려고 했는데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며 곗돈 75만7천730원을 들고 온 익명의 주부부터, 고향 후배들을 위해 매달 5만 원씩 정기적으로 내겠다는 회사원 등이 줄을 이었다. ''훈훈한 고향소식이 반갑다''며 서울에서 3백만 원을 보내오기도 했다.

    김 군의 장학금 반납 소식 이후 한 달 만에 영도장학회에 들어 온 장학금 기탁액수는 모두 21건에 3천34만8천730원에 달했다. 부산 영도구청 교육문화과 서민자 계장은 "영도장학회는 재단 성격상 모금활동을 할 수 없는 단체"라며 "기업이나 단체 기부가 대부분인 장학회에 공식적인 모금활동 없이 개인 위주로 기부금이 이만큼 모인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 "기부는 전염성이 매우 강합니다."

    혼자서 적은 돈을 내기엔 너무 부끄럽고, 기부는 나와는 다른 대단한 누군가가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기부는 한 사람의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

    "기부를 하고 싶다는 마음만 갖고 있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까운 누군가가 기부를 시작하는 것을 보면 ''아, 나도 해야겠다''하는 생각이 들게 돼요. 또 한 사람의 기부자가 탄생하는 순간이죠." [BestNocut_R]

    굿네이버스 부산서부지부 김은정 팀장은 ''기부는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고 표현했다.

    김 팀장은 또 "기부를 하고 있다면 주변에 많이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이 기부하는 것도 아닌데 부끄럽다''는 생각 때문에 감추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당신에게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생각으로 주변에 기부를 권유해보시면 생각보다 호의적인 반응에 아마 놀라실 겁니다."

    큰 기적도 당신의 작지만 용기 있는 행동에서 시작된다. 한 사람에게는 작은 시작이지만 이렇게 시작한 기부 바이러스는 빠르게 주변으로 전염된다. 그리고 기부 바이러스가 전염되면서 나타나는 증세는 ''통증''이 아니라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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