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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침착함 잃지 않는 일본…'새치기도 바가지도 없다'



아시아/호주

    [르포] 침착함 잃지 않는 일본…'새치기도 바가지도 없다'

    • 2011-03-15 08:16

    대피소에서 피해주는 언행 삼가…여진 발생에도 긴장 속 차분

     

    대지진과 쓰나미가 덮치고, 방사능 공포까지 위협하고 있지만 일본은 침착함을 잃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 CBS취재진이 일본 동북부지역 미야기현에 들어서자 문을 연 주유소가 드문드문 눈에 띠었다.

    출입구까지 걸어 잠근 채 주민들에게 난방용 등유만 공급해오던 주유소들이 차량용 주유도 시작한 거였다.

    도쿄를 출발해 이틀 동안 휘발유 미터기 눈금이 한 칸씩 사라져갈수록 조마조마했던 취재진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BestNocut_R]

    예상대로 꼬리에 꼬리를 문 차량들이 주유소 입구부터 대략 2km 정도 늘어서 있었다. 기름을 넣으려면 1시간 정도를 길에서 버려야 한다고 주유소 직원은 말했다. 속이 타들어갔다.

    맨 뒤꽁무니에 붙어 거북이 보다 느린 걸음으로 전진했지만 차마 중간에 끼어들 수는 없었다. 그런 차량이 단 한 대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주유소까지 교차로 두 곳이 나왔다. 차선마다 차량 한 대 씩 순서에 따라 움직였고, 경적을 울리거나 뒤엉키는 일도 없었다.

    도로 옆 대형마트에는 입구부터 주차장까지 200여명의 주민들이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역시 새치기를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원칙과 질서에 따라 행동하면, 다른 사람도 그렇게 할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인 것처럼 보였다.

    센다이에서 한 사진기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도 놀라웠다.

    후쿠시마에 도착한 이 기자는 렌트카를 구하기 어렵자 지진 피해가 큰 곳으로 알려진 센다이까지 택시로 이동하는 무모한 도전을 시도했다.

    비싼 요금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승차 전 택시기사에게 묻자 "평상시 같으면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리고 요금은 대략 3만엔"이라고 했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고 했다.

    우려했던 대로 국도는 피란행렬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주차장으로 변했고, 절반도 못 가 요금 미터기는 3만엔을 넘었다.

    그런데 그 순간, 택시기사가 미터기를 꺼버렸다.

    안절부절 못하던 기자에게 택시기사는 "자신이 3만엔이라고 말했으니 그것만 내라"고 말했고, 결국 4시간여 만에 센다이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 기자는 "아마 7만엔 이상, 우리 돈으로 100만원이 넘는 요금이 나왔을 거"라며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택시가 어떻게 다시 돌아갔을지 걱정"이라면서도 고마움을 표했다.

     

    후쿠시마의 한 대피소를 취재진이 찾았을 때도 무심코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는 일도 없었고, 서로 피해를 주는 언행은 일체 삼갔다.

    지진 발생 날부터 가족과 함께 대피소에서 지내고 있는 한 주민은 "집이 무너진 것도 아니지만 대피소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해 왔다"면서 "차분하게 상황이 정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인터뷰 당시 두 차례 여진이 발생했지만 들고 있던 카메라를 휘청거렸던 취재진과 달리, 모두들 긴장된 표정 속에서도 조용하고, 차분하게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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