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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부터 경기도 내 초등학교에 무상급식이 시행됐지만, 구제역 파동과 물가 상승으로 일선 학교들이 급식 식단을 구성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학교 측은 고기 반찬 횟수를 줄이거나 두부나 계란 등 대체 식품을 이용해 식단을 짜고 있는 실정이다.
3일 경기도 수원의 한 초등학교. 오후 12시 10분 점심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학생들이 수저통을 들고 급식실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이날 점심 메뉴는 조랭이떡국에 마파두부와 호두나물, 김치. 돼지고기나 소고기 등 '고기 반찬'은 없었다.
수저통을 가지러 온 4학년 이승민(11) 군은 "요새 고기 반찬이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일주일에 한두번 나오거나 아예 안나올 때도 있다"고 말했다.
◈ 구제역 파동에 물가 상승에 식단 짜기 골머리인근의 다른 초등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급식에서 고기 반찬이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 학교 6학년 이나림(13) 양은 "평소보다는 고기 반찬의 양이 10분의 1 정도 줄어든 것 같다"며 "다른 반찬이 맛있어서 괜찮지만 예전에 비하면 고기 양이 줄어들긴 했다"고 말했다.
4학년 서상현(11) 군도 "고기가 잘 안나와서 서운하다"며 "아무래도 구제역 때문에 돼지가 많이 죽어서 (반찬이)잘 안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치솟는 식자재 가격에 맞춰 식단을 짜느라 애를 먹는 모습이다.
구제역으로 지난해 대비 돼지고기 가격이 30% 이상 오른데다 친환경 무상급식 시행에 고물가까지 겹쳐 예산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의 한 초등학교 영양 교사 김 모(39)씨는 "친환경 식단에 무상급식까지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까지 많이 올라 단가를 어떻게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불안한 마음으로 모험해보는 심정이다"라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3학년부터 6학년을 대상으로 무상 급식을 시행하고 있는 이 학교의 1인당 식사 단가는 2천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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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서 우수축산물 업체를 연결해 주고 있어 1등급 품질의 돼지고기를 3등급 가격으로 사먹을 수 있지만 구제역으로 고기 가격이 워낙 많이 올라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김 씨는 "작년 대비 30%나 돼지고기 값이 올랐다면 3번 먹을 것을 한 번 먹으라는 소리밖에 안 된다"며 볼멘소리했다.
다른 초등학교 영양사 민 모(39)씨도 "고기 값이 워낙 많이 올라 예전처럼 풍족하게 먹이지 못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민 씨는 "돼지고기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닭이나 두부 등 단백질 대체식품으로 식단을 꾸리고 있다"며 "식사 후 먹는 과일이나 떡 같은 보조식도 횟수를 확 줄였다"고 말했다.
민 씨는 "오늘 점심은 비빔밥에 직접 만든 미니핫도그, 그리고 친환경 사과가 나갔는데 고기는 비빔밥에 조금 들어갔다"며 "그래도 열량과 영양소는 다 맞췄다"고 민망한 듯 웃었다.
이 학교 한 달 식단을 살펴보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들어간 식단은 21일 중 단 5일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야채 계란말이나 닭갈비 등 계란이나 닭을 이용한 반찬이 대부분이었다.
◈ "친환경 급식 지원비 200원으로 어떻게 단가 맞추나"값비싼 친환경 식자재도 급식비 단가 맞추는 데 어려운 요소 중 하나다.
민 씨는 "친환경 식자재의 경우 학생 한 명당 200원이 지원되지만 이것만으로는 금액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예전에 비해 친환경 농산물 식단 횟수가 5번에서 한 번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BestNocut_R]이어 민 씨는 "친환경 무상 급식을 시행하면서 업무가 이중 삼중으로 많아져 솔직히 감당 안 된다"며 "본업무보다 외적인 업무가 더 많아진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현재 경기도와 도교육청은 학생 수에 따라 도내 31개 시군 학교에 2천100원에서 최대 2천700원까지 무상 급식비를 지원하고 있다.
수원과 광명 평택, 이천 등 8개 시군의 경우 3~6학년만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으며, 나머지 23개 시군에는 전학년 무상급식을 시행 중이다.
친환경 무상급식에 400억 원을 지원하는 경기도는 "현재는 구제역과 AI로 일부 식단구성에 어려움이 있을 순 있지만 3월 말쯤 가축 이동제한이 해제되면 물량 공급에 차질이 없어 하반기쯤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도 "구제역 파동과 식자재값 인상으로 일선 학교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로선 고기 식단 횟수를 줄이고 다른 식품으로 대체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