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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단임제로 5년 일하면 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것인가,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효율적으로 일하려면 추진력이 있어야 하고 나는 일 중심으로 사람을 판단한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1일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방송좌담회에서 자신의 인사 스타일을 이같이 설명했다.
하지만 조각부터 주요 개각때마다 장관후보자들이 잇따라 낙마하고 이로 인해 국정이 발목잡히는 등 인사부작용이 속출해 대통령 인사스타일을 둘러싼 논란은 확산되는 양상이다.
◈ 개선되지 않는 지역 · 학맥 편중 취임초 이명박 대통령은 고려대, 영남, 소망교회 출신인 이른바 ''고소영'' 인맥을 대거 등용하는 바람에 거센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특히 지역편중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셌고 후보자들의 부동산투기와 도덕적 흠결로 말미암아 무려 3명이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후 집권 3년동안 3차례의 중폭 이상 개각에서도 어김없이 낙마자가 발생하는 진기록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인사스타일을 유지해왔다. 이에따라 고위공직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처음이나 3년이 지난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CBS가 정부와 청와대 고위직의 출신지역을 분석한 결과, 청와대 비서관 이상 참모의 37%(64명), 장 · 차관급 101명 35.6%가 영남출신으로 나타났다.[BestNocut_R]
이른바 ''4대 권력기관''으로 불리는 국가정보원, 검찰, 국세청, 경찰 수장은 편중이 더 심각하다. 김준규 검찰총장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영남 출신이며 이들과 손발을 맞추는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 역시 영남(대구)이다.
또, 청와대 비서관 이상 참모와 정부 장.차관급 165명의 출신 대학은 기존 정부에서와 마찬가지로 서울대 비중(30.3%)이 가장 높았으나, 고려대 출신이 18%로 이전 정부들의 10% 안팎보다 크게 증가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는 "이번 정권에서는 인맥 관련 인사가 너무 편중됐다"며 "본래 정권 말기로 갈수록 이런 현상이 심해지지만 이번 정권은 처음부터 그랬다"고 지적했다.
◈ "인재풀을 좁히고 있다"…회전문 인사 등 부작용 심각이명박정부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낯가림이 아주 심하다는 점이다. 회전문 인사는 비단 현 정권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명박 정부의 측근 돌려막기식은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번 정부에서만 많게는 네 차례까지 요직에 재기용된 인물이 20명에 이른다.
김황식(감사원장→국무총리), 이재오(국민권익위원장→특임장관), 강만수(기획재정부 장관→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류우익(대통령실장→주중대사), 임태희(고용노동부 장관→대통령실장), 원세훈(행정안전부장관→국정원장), 박재완(청와대 정무수석→국정기획수석→고용노동부장관) 등이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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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교수는 "사람에 대해 나름대로의 두려움과 불안함이 있었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쓰겠다는 측면이 강했다"며 "인재풀이 작다기 보단 인재풀을 스스로 줄이고 있다고 표현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 시대변화에 뒤쳐진 ''도덕적 잣대''이명박 정부 들어 청문회 낙마자는 부지기수다. 최근의 정동기 전 내정자를 포함해 모두 8명이 청문회 앞뒤로 낙마했다. 전체 인사청문 요청안 60건 중 13.3%에 달하는 수치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전체 58건의 인사청문 요청안이 제출돼 이 가운데 2명만이 낙마한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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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계자는 "위장전입과 논문표절, 부동산투기, 전관예우 등 여론과 국민이 요구하는 도덕적 잣대가 너무 높아져 여기에 부응하려면 쓸 사람이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공직후보자의 사생활 부분에 대한 청문회 검증은 철저히 비공개에 부쳐지는 미국과 유럽의 인사를 예로 들면서 인사청문회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여론이 부담스러워 공론화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스템의 문제라기보다 이를 운용하는 사람들에게도 문제가 없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율 교수는 "일부에서는 인사 시스템이 문제라고 하지만, 시스템을 통해 나온 결과를 해석, 보고하고 판단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가치판단의 기준이 다르다면 시스템이 아무리 완벽해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 효율성 강조하는 인사는 계속된다집권 초중반 인사 실패가 잇따르자 최근들어 고위공직자 인사 패턴에도 미묘한 변화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일 방송좌담회에서 인사원칙과 관련해 "도덕성을 안 따질 수는 없지만 비교적 국정을 효율적으로 한다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혀 인사스타일을 바꿀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특히 박범훈 전 중앙대총장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내정하고 정병국 문체부 장관, 최중경 지경부 장관, 김대식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등 측근들을 요직에 포진시킨 최근 인사에서도 능력이 비슷하다면 믿을 수 있는 내 사람을 쓰겠다는 의지가 그대로 읽힌다.
다만, 반복되는 인사실패를 방치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청문회 파고를 넘을 사람을 찾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고 이는 결국 참신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집권 중반까지는 중폭 이상의 개각을 통해 내각 구성원들을 교체해 왔지만 지난 연말부터는 동시다발적인 청문회의 부담을 덜기 위해 인사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조금씩 교체하는 식의 인사를 선호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집권 말기로 갈수록 정국주도권 상실 등 인사실패에 따른 부담이 커지는 만큼 큰 과오가 없는 한 가급적 인사를 최소화하고, 인사를 하더라도 분산 실시하는 이른바 ''순차개각''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