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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철 감독 "최고은 작가 죽음, 비극적 영화 한편 보는 듯"



영화

    정윤철 감독 "최고은 작가 죽음, 비극적 영화 한편 보는 듯"

    - 영화계, 작가 못 지켜줘
    - 제작사에 유리한 관행 "영화화 돼야 완불"
    - 문화부 책임 커, 작가지원예산 삭감
    - 한국영화 미래 암울...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변상욱 앵커
    ■ 대담 : 영화 <말아톤>, <좋지 아니한가=""> 정윤철 감독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 것도 못 먹어서, 남은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드려 주세요” 한 촉망받던 예비 시나리오작가가 32세의 나이에 굶주림과 병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다른 집 문에 붙여놨던 쪽지입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화계의 열악한 현실, 구조적인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영화 ‘말아톤’ ‘좋지 아니한가’ 감독이죠, 정윤철 감독을 전화로 연결해보겠습니다.

    말아톤 정윤철 감독

     

    ◇ 변상욱> 열흘 전쯤 사망했는데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는데, 특히 영화예술계 몸담은 분들은 충격과 슬픔이 크시겠습니다.

    ◆ 정윤철> 네, 진짜 정말 비극적인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했습니다. 정말. 혼자서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어떻게 굶어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 참 너무 가슴이 아프고 믿기지가 않네요. 그렇게 만든 현실에 너무 화가 났고, 한국영화의 미래가 굉장히 어둡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변상욱> 혹시 고인이 된 최고은 작가하고 같이 일을 하시진 않으셨겠죠. 아직 예비 작가니까.

    ◆ 정윤철> 그렇진 않았는데, 최 작가 출신학교인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제가 강의도 했었고. ‘격정 소나타’라는 단편영화를 고인이 찍었는데, 거기 나왔던 배우도 제가 잘 알고 그래서 참 남 같지가 않습니다.

    ◇ 변상욱> 말씀하신 ‘격정 소나타’는 고인의 유작이 돼버렸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 정윤철> 정말 세상에 남긴 한 편의 작품이 됐죠.

    ◇ 변상욱> 그 작품, 상도 탔다고 얘기 들었습니다만.

    ◆ 정윤철> ‘아시아나 단편영화제’ 라는 곳에서 상도 탔었고, 또 상당히 좋은 영화라고 평이 나와 있습니다.

    ◇ 변상욱>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졸업하고, 시나리오 작가로서 작품도 이렇게 남기고, 인정을 받은 상태인 것 같은데. 사실은 한예종을 들어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상당히 능력 있는 작가로 인정을 받은 건데도 이렇게 시달렸다고 하네요?

    ◆ 정윤철> 네, 그게 참, 어떻게 보면 시나리오 작가들의 어떤 구조적인 문제인데요. 시나리오 한 편에 처음 데뷔하는 작가는 3천만 원정도 작가료를 받는데. 문제는 이게 영화가 다 완성되어야지만 완불이 된다는 거죠. 영화제작사에서는 처음에 5백만 원이나 1천만 원정도만 주고 작업을 진행시키고. 심지어는 이것도 안 주고 그냥 진행비라는 명목으로 월 한 몇 십만 원 정도를 주면서 일을 시킵니다. 그런데 시나리오 계발 기간은 정확히 계약서에 정해져있지 않아서 그 돈을 받고 한 6개월에서 1년, 혹은 1년 이상을 일하게 되는 거죠.

    그러다가 영화가 투자가 안 되면 잔금은 못 받게 되는 그런 구조가 관행으로 이렇게 계속 되어왔습니다. 그래서 돌아가신 최고은 작가도 그런 식으로 몇 편 작업을 했지만, 영화가 결국 다 못 들어가면서 잔금을 다 못 받고 접은, 아주 조그마한 계약금만 받고 일하다가 결국 생활고에 이렇게...

    ◇ 변상욱> 영화가 다 만들어지기까지는 제대로 돈을 못 받는다고 하면, 그걸 가지고 다른 영화사에 갈 수도 없는 것 아닙니까? 계약으로 묶여있을 테니까.

    ◆ 정윤철> 계약이 돼있기 때문에 묶여있는 거죠.

    ◇ 변상욱> 그러면 영화제작이 워낙 힘들고 긴 일정인데, 거기서 생기는 이런 저런 비용의 손실을 작가들한테 그냥 떠넘기는 거나 마찬가지군요?

    ◆ 정윤철> 그렇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작자들은 투자를 받아서 그래야 돈을 줄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하는 있는 건데, 이것은 같이 위험부담을 하자는 얘기잖아요. 그렇다면 거기에 대해서 투자가 이루어졌으면 더 보상을 해 주거나 예를 들어서 작가료를 더 올려주든지 아니면 나중에 영화가 성공했을 때 인센티브로 보너스를 주든지 해야 되는데, 그런 것은 전혀 없는 거죠. 위험은 같이 부담하고 결과는 같이 나누지 않겠다, 이런 제작사 쪽에 전적으로 유리한 관행을 이렇게 하고 있고, 한마디로 시나리오 단계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거죠.

    ◇ 변상욱> 영화가 만들어져서 상영이 되다가 실패했다고 하면 그 돈을 또 마저 받는 것도 사실 요원할 일이겠습니다.

    ◆ 정윤철> 그렇죠. 그러다가 영화가 실패하게 되면 어떤 제작자들은 그 돈도, 잔금도 안 주는 경우도 있고. 하여튼 굉장히 계약사라든지 여러 면에서 영화계가 작가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그런 아쉬움이 많이 있습니다.

    ◇ 변상욱> 그렇게 따지면 작가의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스텝들도 다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 정윤철> 현장스텝들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래도 현장스텝은 일을 하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그리고 요즈음은 투자사에서 직접적으로 그런 스텝들에 대한 돈은 정확히 줍니다. 메이저 투자자들과 계약을 하면서.

    ◇ 변상욱> 당장 영화가 안 만들어지니까 그건 줘야 되겠군요.

    ◆ 정윤철> 완성되고 돈을 주는 건데, 시나리오 작가만은 그러한 것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제작사들이 자기네들이 알아서 계발을 하기 때문에 상당히 취약한 가장 영화계 산업에서 약한 고리가 되고 있는 거죠, 지금.

    ◇ 변상욱> 정말 집안에 돈이라도 넉넉하지 못하면 영화예술 못하겠습니다.

    ◆ 정윤철> 어쨌든 영화계에서 시나리오 작업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하지 않으면 부수적으로 계속 이런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 변상욱> 다른 어느 월셋방이나 고시촌, 원룸에서 또 이러고 있을 작가들이 계속 있을 것 아닙니까?

    ◆ 정윤철> 굉장히 많을 거고요. 여기에서 진짜 저희들이 생각해볼 때, 이 시나리오라는 것은 영화라는 건물에 설계도를 그리는 것인데, 어떻게 보면 R&D비용입니다. 여기에 투자하지 않고서 성공한 사업은 없고. 삼성 같은 기업도 엄청난 금액을 계속 R&D에 투자하고 있잖아요. 그런 것들에 대한 인식의 전환으로 작가들에 대해서 정말 더 큰 투자를 해야만 합니다.

    ◇ 변상욱> 그러고 보니까 예전 ‘젊은 날의 초상’, ‘겨울 나그네’ 만드신 곽지균 감독도 생활고 때문에 일을 못해 가지고 결국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던 기억이 납니다. 다들 고생들 많으신 것 같은데. 그러면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라든지 영화계, 아니면 각종협회들이 뭔가 대책을 만들어야 될 것 같은데, 어떤 것들을 요구하고 싶으십니까?

    ◆ 정윤철> 지금 한 작가의 죽음뿐만 아니라 이것이 대개 계속 되는 구조적인 문제인데요. 여기에는 일반 제작사와 투자사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것 같고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시나리오 작업의 중요성, 정말 R&D 비용에 투자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어치 있는 것인가를 인식해서 투자를 더 많이 해야 될 것 같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계의 주무부처인 문화부의 어떤 인식전환과 그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사실은 이것은 문화부의 책임이 굉장히 큰데요. 문화부 밑에 있는 영진위, 영화진흥위원회에 지금 사실 이번 MB정권에서 두 명의 위원장이 왔는데, 둘 다 영화계에 와서 큰 불화만 일으키고 해놓은 일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결국은 둘 다 사퇴를 했는데. 무엇보다 특히나 ‘시나리오 마켓’이라고, 시나리오 신인작가들의 등용문인 시나리오 마켓 예산을 다 작년에 삭제해버렸습니다. 없애버렸습니다. 결국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오히려 시나리오 작가들을 더 불리하게 만든 것이죠. 그런 것들을 보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 변상욱>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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