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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모호성''과 현장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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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략적 모호성''과 현장의 힘

    [워싱터 리포트] 백악관 ''이집트 사태'' 브리핑

    지난 2일 미국 백악관 브리핑실. 이집트 사태와 관련해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이 기자들을 상대로 한 정례 브리핑이 열렸다.

    (전날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9월 대선 때까지는 퇴진하지 않겠다는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대국민 성명에 대해 "질서 있는 변화가 ''지금(now)'' 시작돼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기자= 어제 오바마 대통령이 ''질서 있는 변화가 지금(now)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는데 ''지금''은 언제를 말하나?

    깁스 대변인= 어제를 말한다.

    기자= 오늘도 당신이 ''지금''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깁스 대변인= 어제를 말한다.

    기자=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의 날로 9월은 만족스럽지 않다는 말 아니냐?

    깁스 대변인= 9월은 아니다. ''지금이 지금이다(now means now)''

    기자= 그렇다면 9월까지 기다릴건가?

    깁스 대변인= 구체적으로 말하진 않겠다.

    이집트 반정부 시위대가 무바라크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자들로서는 무바라크 정권을 30년간 지지해온 미국 정부가 말하는 지금이 언제를 뜻하는지가 당연한 관심사.

    당국자의 입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이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지만 깁스 대변인은 끝내 ''즉각''이라는 말과 ''사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질서정연한 변화가 지금 시작돼야 한다''는 애매한 말만 되풀이 했다.

    물론 사태진전과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는 기자들이 ''지금, 질서정연한 변화''의 뜻을 모를리 없다.

    하지만 분위기만 갖고 기사를 쓸 수 없는 것은 한국 기자나 미국 기자나 마찬가지다.

    이날 백악관 기자들은 ''멘트''를 받아내기 위해 50여분 동안 깁스 대변인을 ''쪼아댔다''. 백악관과 미 국무부 브리핑은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하루도 빠짐없이 브리핑한다.

    다른 나라의 일을 언급하기 때문에 이들의 브리핑은 ''전략적 모호성''이 강하다.

    상대국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빠져나갈 구멍을 남겨놓기 위해, 분쟁을 피하기 위해 명확한 사실에 대해서도 일부러 모호한 태도를 취한다.

    이번 이집트 시위사태에 대한 미국의 태도 역시 ''전략적 모호성''이 짙게 배어 있다.

    하지만 이 전략적 모호성도 ''현장의 힘'' ''국민의 힘''을 당해내지 못한다.

    이집트 시위 초기 ''폭력을 자제해야 한다''는 메시지만 보냈던 미국 정부는 반정부 시위가 대규모로 발전하자 ''질서정연한 변화''를 촉구하는 쪽으로 재빠르게 입장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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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이라는 피상적 상황만 언급하던 것에 사태의 본질로까지 언급의 격을 높인 것이다.

    백악관 기자들이 깁스 대변인에게 질문공세를 퍼부은 뒤 이틀이 지나 이집트 친정부 시위대가 반정부 시위대와 충돌해 11명이 숨지고 이집트 시위를 취재하던 외신기자들까지 이집트 당국에 구금되자 오바마 대통령이 재차 나서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이집트 당국에 공개적으로 보냈다.

    "''지금 당장 (right now)'' 변화가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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