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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남기춘 검사는 왜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나?



정치 일반

    [Why뉴스] 남기춘 검사는 왜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나?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ㄴㄴㄴㄴㄴ

     

    ''잘 드는 칼'' 또는 ''남 검객(劍客)''으로 불리던 남기춘 서울 서부지검장이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한화와 태광그룹에 대한 수사를 진두지휘하던 일선 지휘관이 돌연 사퇴하면서 ''수사 외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일설에는 남기춘 검사장을 경질하려는 움직임이 알려지자 남 검사장이 인사발령이 나기 전 스스로 사표를 제출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법무부나 검찰 수뇌부가 사표제출을 유도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오늘 [Why뉴스]에서는 ''남기춘 검사는 왜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나? 라는 제목으로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남기춘 검사장이 사표를 제출한 날이 지난 금요일이었나?

    = 그렇다.

    남기춘 검사장은 지난 금요일 전격적으로 사표를 내고 검찰 내부 망에 사퇴의 변을 남긴 뒤 검찰청을 떠났다.

    남 검사장은 금요일 처음부터 사표를 낼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검찰의 한 간부는 금요일 아침 출근길에 남 검사장과 통화를 했는데 "오늘 지켜보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처음부터 사표를 내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남 검사장은 그러다가 11시 25분쯤 검찰내부망인 e-프로스에 자신의 ''사퇴의 변''을 올렸고 법무부에 사표를 공식적으로 제출했다.

    오후에는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검찰청사를 떠났다.

    사표제출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문제는 남기춘 검사장이 왜 사표를 냈느냐 하는 건데?

    = 남기춘 검사장이 검찰 내부 망에 마지막 글을 올렸다.

    아름다운 마무리
    이제 저에게도 때가 왔다고 판단해서 정든 고향, 검찰을 떠나려 합니다.

    법조계가 무언지, 검사가 무언지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 그저 시험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법대에 들어갔고, 친구들을 따라 다니다가 우연히 사법시험에 합격하게 되었으며, 검사시보 시절 열정적으로 사건을 수사하면서도 한 가족처럼 지내는 사무실 분위기에 어쩔 수 없이 마음이 끌려 검사직을 지망하게 되었고, 결국 이 곳에서 청춘을 바치게 되었습니다.

    훌륭한 선후배, 동료들과 함께 지낼 수 있었던 기회 덕분에 정의감, 바른 자세, 억울한 사람 만들면 안 된다는 교훈 등 귀중한 가치를 배웠고, 그 대신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었던 시간을 버렸습니다.

    이 모든 것을 은총으로 받아들이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다만, 그동안 저의 작은 그릇에서 비롯된 편협한 생각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신 여러 분들께는 진심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긴다. 내가 걸어온 길 말고는 나에게 다른 길이 없었음을 깨닫고 그 길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음을 믿는다.'''' (법정스님, 아름다운 마무리)

    몸은 떠나더라도 검찰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 기도 많이 하겠습니다.

    2011. 1. 28. 검사 남기춘 배상
    그러나 ''사퇴의 변''에는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에서 나온 글을 인용하고 있을 뿐구체적인 사퇴의 이유를 적시하지 않고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남 검사장의 사의 소식을 듣고 전화를 했더니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은 채 "수사가 끝나면 그만두려고 했다"는 말만 했다고 전했다.

    남 검사장 본인으로부터 사퇴의 이유를 들어보려고 백방으로 노력을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아 직접 듣지는 못했다.

    그래서 검찰과 법무부 청와대 관계자와 현직검사들 남기춘 검사장과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여러 관계자들의 말을 통해서 사퇴의 이유를 유추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가장 확실한 이유는 아직 한화그룹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는데도 문책성 경질 인사안이 거론되면서 자존심을 구긴 남 검사장이 사퇴라는 최강의 수를 둔 결과가 됐다.

    ▶ 남기춘 검사장을 경질하려 했다는 것이 사실이냐?

    = 공식적으로는 사실이 아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남기춘 검사장의 인사안은 고검장 인사안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남기춘 검사장은 인사 대상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남기춘 검사장의 사의 소식이 알려진 뒤 법무부 고위 관계자가 남 검사장에게 ''인사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통보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비공식적으로 인사 대상으로 검토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귀남 법무장관에게 남기춘 검사장 경질방안을 검토했느냐? 는 질문을 했더니 "전혀 얘기가 안 된 바는 아니지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대답했다.

    고검장 인사가 1년 6개월여 만에 이뤄진 인사인데 일선 검사장들은 6개월이 조금 지난 시점이어서 검사장급 인사를 할 계획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귀남 장관은 다른 검사장들을 그대로 두면서 서울 서부지검장만 교체한다는 것이부담스러워 그 전날(남기춘 검사장이 사표를 내기전) 인사를 하지 않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당초 인사안에 남기춘 경질 안이 포함됐지만 사표를 제출하니까 없던 것으로 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문책성 경질인사를 구체적으로 검토했다는 얘긴데 그 때문에 사표를 낸 거냐?

    = 그렇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번 남기춘 검사장의 사퇴 파동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있다.

    남기춘 검사장의 사퇴가 세간의 관심을 끄는 것은 서울 서부지검이 한화그룹과 태광그룹에 대한 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청와대나 검찰 수뇌부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얼마 전 재계총수들과 이명박 대통령이 만났는데 공식적으로 그런 발표는 없었지만잘나가는 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장기수사에 대해 재계의 우려나 불만이 청와대에 전달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 현실이다.

    한화수사를 조기에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남기춘 검사장을 경질하는 것이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 청와대나 법무부가 모를 리가 없다.

    그래서 남기춘 검사장의 경질방안이 이미 오래전에 검찰 안팎에서 나돌았다.

    구체적으로 대검의 어느 검사장과 맞바꾸는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구체적인 인사내용까지 흘러나왔다.

    고검장급 인사를 위해 이귀남 법무장관, 김준규 검찰총장, 권재진 민정수석이 27일 저녁 남기춘 검사장의 교체를 포함한 인사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이 금요일자 아침뉴스에 CBS 노컷뉴스와 동아일보에 구체적으로 보도됐다.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태에서 수시지휘 책임자를 전격적으로 교체하는 것은 문책성 인사이기 때문에 남기춘 검사장으로서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언론에 구체적인 경질설 내용이 보도됐는데도 법무부에서 아니라는 공식논평이나 반박 보도자료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남기춘 검사장의 결단을 방조한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

    ▶ 구체적인 인사내용이 흘러나왔다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흘렸다는 얘기냐?

    = 가능성은 몇 가지로 따져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검찰수뇌부에서 의도적으로 흘렸을 가능성이 있다.

    수사를 지휘하는 검사장을 인사권을 가진 법무부 장관이 일방적으로 교체하려 한다면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사이에 충돌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한화수사는 김준규 검찰총장이 서부지검에 직접 배당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협의해야 하는데 검찰총장이 수사 중에 지휘관을 바꾼다는 것은말도 안 된다고 버티면 이를 밀어붙이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그래서 미리 남기춘 검사장의 경질설을 흘리면서 압박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인사권이 법무부장관에게 있기 때문에 법무부 쪽에서 흘렸다는 설도 있다.

    이귀남 장관이 공식적으로는 한화그룹 수사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사석에서는 몇 차례 비판하는 발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가지는 마타도어로 남기춘 검사장을 흔들기 위해 수사를 받는 한화 또는 변론을 맡고 있는 변호인단에서 고의로 흘렸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의 중견 간부는 "상당수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는 한화 수사에 대한 비판은 한화그룹의 변호를 맡고 있는 대형 로펌의 논리 그대로"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화에 대한 변론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맡고 있다.

    이런 몇 가지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청와대나 법무부, 대검찰청, 한화 변호인단까지 모두가 한화그룹 수사나 이를 지휘하는 남기춘 검사장이 부담스러웠다는 건 사실인 것 같다.

    그래서 구체적인 경질설이 나왔고 남기춘 검사장이 알아서 스스로 물러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 모양새는 자진사퇴이지만 내용으로 보자면 경질을 당한 셈이 됐다는 거냐?

    =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

    남기춘 검사장이 경질인사가 난 뒤 사표를 제출했다면 ''인사에 대한 불만''이니 ''인사권에 대한 도전''이니 이런 비판적인 얘기들이 나왔을 것이다.

    ''당대 최고의 수사통''으로 불리던 검사로서 체면을 구긴 남기춘 검사장의 성격상이런 얘기가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자체가 부담스러웠을 것이고 수사를 맡겨놓고 믿고 기다리지 못하는 법무부나 검찰 수뇌부의 태도가 자진사퇴로 몰고 갔다는 해석들도 나오고 있다.

    [BestNocut_R]김준규 검찰총장이 수사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면서 ''신사다운 수사''''외과 수술적인 수사''를 강조해왔다.

    그런데 수사는 ''''외과 수술 적''''이지 못하고 남기춘 검사장의 인사만 외과 수술하듯이 꼭 찍어 내려고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구체적으로 사표 제출를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우회적인 방법으로 한화수사가 무리하다고 비판하고 남기춘 검사장을 경질 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흘리면서 사실상 사퇴를 유도 또는 강압하는 효과를 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남기춘 검사장의 평소 성격으로 볼 때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다른 측면에서 이번 사퇴파동으로 남기춘은 영웅이 됐고 검찰총장이나 법무부 장관은 외압을 행사했다는 오명을 쓰게 됐다며 검찰 조직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 그렇다면 한화그룹에 대한 수사가 무리한 수사였다고 봐야 하나?

    = 한화그룹에 대한 수사가 137일간 이어졌고 321명을 소환했으며 19차례의 계좌추적과 13차례의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수사기간이 4개월 보름 정도니까 수사를 당하는 입장에서는 무리하고 과도한 수사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동안 검찰수사가 먼지털기식 또는 저인망식으로 기업의 업무를마비시킬 정도로 과중하게 이뤄졌다는 비판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수사를 받는 대기업 입장에서 무리하지 않고 과도하지 않은 수사가어디 있겠나?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대기업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1~2년은 간다고 한다.

    그런 수사를 무리하다고만 하면 앞으로 대기업에 대한 수사는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남기춘 검사장도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보다 살아있는 대기업에 대한수사가 어렵다"고 말할 정도다.

    검찰수사의 무리함을 따지기 이전에 왜 한화가 검찰수사를 받게 되었냐? 하는 점을 되짚어 보면 검찰의 수사가 무리했다고 지적하기에 앞서서 대기업, 재벌그룹들의 잘못된 기업경영 형태를 비판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비자금 조성과 불법이나 편법을 동원한 경영권 승계,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횡령과 배임, 분식회계 등 불법행위가 없다면 검찰이 대기업에 대한 수사에 나설 이유가 없지 않겠나?

    물론 검찰이 삼성그룹에 대한 수사는 미루고 미루다가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어쩔 수 없이 수사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는 비자금을 양성화시켜주고 경영권 승계를 합법화시켜 준다거나 특정 기업을 타깃으로 해서 표적수사를 벌이는 등 잘못된 수사관행을 보여 왔기 때문에 검찰수사가 무리하다는 그런 비판을 받는 점도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한화그룹에 대한 수사에서 보듯이 검찰은 한화그룹의 불법행위를 밝혀내야할 책임과 의무가 있기 때문에 다소 무리하더라도 수사를 강행할 수밖에 없는 처지임을 인정해야 한다.

    만약 검찰이 계좌추적을 하다가 이상한 돈의 흐름을 감지하고도 신사답게 수사한다고 중도에 그만둔다면 어떻게 되겠나?

    재벌 봐주기 수사를 했다고 비난하지 않겠나?

    사실 검찰의 한화그룹에 대한 수사가 비난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무더기로 구속영장이 기각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19건의 계좌추적과 13차례의 압수수색은 모두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법원이 수사를 위해 압수수색영장이나 계좌추적 영장을 발부했으면서도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은 반론권 보호를 위해 기각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검찰수사가 난항을 겪게 됐고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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