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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만 바라보던 검찰수사 ''낙동강 오리알'' 신세



법조

    입만 바라보던 검찰수사 ''낙동강 오리알'' 신세

    피의자·증인 진술 엇갈릴 때마다 비리수사 벽에 부딪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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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검찰은 의욕적으로 착수했던 정·관계 비리 의혹 수사에서 사건의 핵심에는 접근하지 못한 채 기대 이하의 성과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핵심 피의자나 증인들이 입을 굳게 다물거나 진술을 바꿀 때마다 수사가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아 수사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총장의 직할부대이자 권력형 비리 수사의 최고봉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지난 10월 C&그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자 정·관계는 검찰의 움직임에 일제히 촉각을 곤두세웠다.

    실제로 여의도 정가에서는 C&그룹 임병석 회장으로부터 로비자금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정치인들의 이름이 이니셜로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임 회장을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박택춘 전 C&중공업 사장 등 전·현직 임직원 14명을 구속·불구속기소하는 선에서 더 이상 수사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정·관계 로비 의혹을 입증할 열쇠를 쥐고 있는 임 회장이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굳게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에서는 C&그룹에 대한 1차 수사가 마무리됐고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는 계속될 것이라는 말이 흘러 나오고 있지만 주변에서는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분위기가 아니다.

    C&그룹에 대한 수사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두 차례의 수사는 올해 검찰에게 재앙에 가깝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대한통운 곽영욱 전 사장으로부터 5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한 전 총리를 기소했으나 법원은 지난 4월 1심에서 "곽 전 사장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별건수사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한 전 총리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지난 7월 기소했으나 이번에도 공여자가 진술을 뒤집었다.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지목된 한모씨가 지난 20일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한 전 총리에게 어떤 정치자금도 준 적이 없다"며 "한 전 총리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있다"고 진술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증거가 있다며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이미 핵심 증인이 진술을 뒤집은 만큼 재판부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의견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 고소·고발 사건에서도 핵심 피의자가 입을 열지 않으면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의혹이 규명되지 않은 채 수사가 마무리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지난 29일 불구속기소한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2008년 2월 경영자문료에서 3억원을 횡령해 외부인사에게 전달했다는 정황을 확인했다.

    이 돈은 민주당 조영택 의원이 지난 10월 국무총리실 국정감사 때 "지난 2007년 대선 뒤 이 행장이 새로 출범하는 정권 실세에게 보혐료 명목으로 전달했다"고 폭로한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입이 문제였다. 이 전 행장이 3억원 전달은 물론이고 자신의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 돈의 사용처를 알아낼 수 없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었다. 또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는 지난 9월 청와대 관계자가 금융감독원 관계자의 승진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브로커 김모씨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았다는 정황을 잡았으나 김씨가 입을 다물면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런가 하면 환부만 정확하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에 역행하는 마구잡이식·난개발식 수사도 눈에 띄었다.

    [BestNocut_R]지난 9월부터 경기도 고양 식사·덕이지구 도시개발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조합장 2명과 시행사 대표 1명을 구속기소한 뒤 더 이상 전진을 못하고 있다.

    검찰은 당초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하자 관련된 특정 기업의 모든 임직원의 계좌를 추적하기도 해 김준규 검찰총장이 취임 초부터 강조했던 ''신사다운 수사''를 거스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화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서부지검은 그룹 본사와 계열사 10여곳을 압수수색하고 그룹 총수인 김승연 회장을 세 차례나 소환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결국 올해 검찰 사정수사는 일부 성과에도 불구하고 주목받은 주요 사건에서는 ''입에 의존하는 수사'', ''신사답지 못한 수사'' 때문에 빛이 바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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