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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날림에 허점투성이'…제도개선은 탁상행정?



자동차

    중고차 '날림에 허점투성이'…제도개선은 탁상행정?

    중고차 분쟁.. 소비자 기대치보다는 제도허점이 문제
    바뀐 성능점검서식 중고 자동차 분쟁 해결에 기여 못해
    "기록부 아무리 뜯어봐도 엔진성능 알려줄 내용 없어"

    사진=소비자원 제공

     

    사고나 침수 사실을 숨기고 자동차를 판매하는 중고차 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어 중고차 성능책임보험이 도입되는 등 보완책이 마련됐지만 중고 자동차의 성능점검은 여전히 허점 투성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 자동차의 성능이 새 차와 같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입니다. 중고인 만큼 품질도 떨어질 것이란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수도권 한 자동차 매매상 직원의 말이다. 중고차를 구입하려고 나서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말이지만, 중고차 매매에서 비롯되는 모든 문제들의 원인을 소비자들의 '과도한 기대치나 욕구'로만 돌리기에는 중고차의 성능을 점검하고 이를 공인해주는 제도의 허점이 너무 크다.

    가장 비근한 예는 자동차 성능점검 때 중고자동차 시운전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자동차관리법 상 중고차 성능점검은 성능점검자(정비소)가 육안으로 실시하는 점검을 말한다. 대략 20분 안팎의 짧은 시간안에 그야말로 벼락치기 점검이 이뤄진다. 형식적인 점검에 치우치다 보니 시운전은 아예 있을 수 없다.

    자동차 성능점검기록부 과거서식. 사진=소비자원 제공

     

    자동차 성능점검기록부 현재서식. 사진=소비자원 제공

     

    인천지역 A 대형중고매매상 소속 성능점검 정비사는 14일 CBS노컷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고차 1대를 점검하는데 비용문제도 있고 점검장소의 환경이라는게 있다 보니까 20분이란 짧은 시간에 이뤄지는 점검에 시운전을 넣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성능점검때 시운전을 하지 않는 것은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때문에 이로인한 민원과 분쟁 또한 불가피하다. 차를 구입할 때는 멀쩡했는데 막상 직접 운전해보니 중고차에서 이상한 소음이 발생하거나 변속충격으로 인한 차체 출렁거림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는 건 '50~60km이상 고속주행 상태'에서 점검이 이뤄지지 않는 탓이 크다.

    A 매매상 정비사는 "소비자 민원이 주로 들어오는 경우는 60킬로미터 이상 고속주행 시 나타나는 문제점이 적지 않다"며 "시운전을 몇십분 해야 문제를 정확히 잡아낼 수 있는데 이런 류의 민원이 전체 발생 민원 가운데 10% 정도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중고차 성능을 둘러싼 다툼과 갈등이 워낙 많다보니 국토교통부에서는 자동차관리법 상 '중고자동차 상태.성능점검기록부'의 서식을 바꿔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업계에서는 '시늉만 했을 뿐 기존제도와 달라진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자기진단부분. 사진=소비자원 제공

     

    바뀐거라곤 '서식의 순서'와 '원동기와 변속기 등 부위별 상태'란의 선택지가 달라진 것 뿐인데 이 마저도 바뀐 이유를 도무지 알기 어렵다. 예를들어 과거 기록부 서식에는 [( )양호 ( )부족 ( )정비요]였다면 새로운 서식에는 [( )양호 ( )불량 ( )부족]으로 바뀐 식이다.

    수도권 자동차 매매상의 B직원은 "원동기 냉각수 상태란은 '없음' '미세누수' '누수'로 나눠져 있는데 이런 거 말고 오염희석 등을 첨가하는 등 (서식을)보다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중고차를 점검하면서 문제가 되는 부분을 체크하고 싶은데, 정작 (서식에)체크할 데가 없다. 예를들어 RV나 4륜구동차는 뒤쪽에 트랜스퍼나 오일이 들어가는 부분이 있는데 누유를 체크하고 싶어도 체크란이 없어 못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비업계에서는 새로 시행된 서식에 '배출가스 점검란'이 그대로 존치된 것을 두고 불필요한 걸 개념없이 집어 넣은 경우라고 지적한다. 자동차의 배출가스 상태는 자동차검사소에서 받는 차량 검사에서 2년 또는 4년주기로 측정을 하기 때문에 배출가스까지 점검하도록 하는 건 낭비적인 요소라는 설명이다.

    성능 점검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정비소에서 매매상이나 소비자에게 해당 품목 점검에 대해 보증을 해줘야 하는데 요즘 출고되는 차에 대부분 적용되고 있는 '타이밍 체인'은 쏙 빠져 있다. 성능점검부나 보증품목 관리가 옛날 차를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차 민원을 10년간 담당해온 한국소비자원 양종석 차장은 14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중고차 매매의 필수서류인 성능점검기록부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엔진의 상태를 제대로 나타내주지 못하는 점'을 꼽았다.

    그는 "현행 성능점검기록부의 문제점은 자기진단사항(원동기와 변속기)에 중고차 엔진의 상태를 정확히 표현할 수 없는 부분으로 기록부를 아무리 뜯어봐도 엔진상태를 정확히 알수 있는 내용들이 안 들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럴까? CBS가 중고차 성능점검기록부를 입수해 분석해 봤더니 '양호' '불량'으로 뭉뚱그려진 정보 밖에 찾을 수가 없었다. 가령 양호라고 하더라도 기준치가 5이상 이라고할 때, '5.1'의 양호일 수도 있고 '10'의 양호일 수도 있는 것이지만 그냥 '양호'로 표기해버리는 것이다.

    엔진상태를 구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는 지적의 의미는 성능점검장에서 측정한 구체적인 측정치(규정값)를 소비자들이 알아볼 수 있기 쉽게 수치로 적어넣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차량을 이용할 소비자가 성능점검에 입회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매매상이 대리로 받는게 일반화돼 있다. 이 경우 매매상들은 성능점검에 입회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매매상과 성능점검자(정비소) 사이에 결탁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출장 성능점검을 하는 사례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지역 한 정비사는 "성능점검은 출장이 안되는데도 출장점검도 하고 수원지역에 특히 이런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며 "사정이 이렇다보니 스캐너 등 장비를 이용한 기본적인 점검이 안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장비를 가져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고차 거래는 갈수록 늘어나고 중고차 이용비중도 증가하지만, 차량 성능점검은 탁상행정에 그나마 있는 제도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중고차 속여팔기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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