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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밀월에 불편한 트럼프, '시진핑에 직격탄' 효과 볼까?



아시아/호주

    북중 밀월에 불편한 트럼프, '시진핑에 직격탄' 효과 볼까?

    • 2018-05-24 05:05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시진핑 메시지 트럼프에 전달할 지 관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미국에 대한 태도 변화 뒤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있음을 강하게 시사하고 불만을 터뜨리면서 중국을 긴장 속에 몰아넣고 있다.

    중국은 북미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뿐이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돌직구가 무엇을 노린 것인지 속내를 파악하는데 부심하는 모양새다.

    ◇ 트럼프 "시진핑은 세계적 포커플레이어, 나도 그렇게 할 줄 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모두발언이 끝나고 기자들과 문답을 하는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번째 만난 다음 태도가 좀 변했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에 대해 기분이 좋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간 '항상 나의 좋은 친구(my good friend)'라며 추켜세우던 시 주석을 '포커 플레이어'에 비유하기도 했다.

    특히 시 주석이 지난 7~8일 김 위원장과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서 회동한 것에 대해 아무런 통지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마음에 안든다.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는 말을 수 차례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최근 적대적 태도 변화의 배후에 시 주석이 자리잡고 있다는 이른바 '시진핑 배후설'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7일에도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트럼프, 시진핑에 돌직구 던진 까닭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 주석에 대한 직설적인 비판은 최근 북중 관계가 급속도로 밀착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한때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소외되고 있다는 '차이나 패싱' 우려까지 나오기도 했지만 지난 3월 말 있었던 김정은 위원장의 전격적인 방중을 기점으로 북중 관계는 놀라운 속도로 예전 '혈맹' 관계를 회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된 지 10여 일만에 '초강경파'로 분류되는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새로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하는 등 북한을 다시 압박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자, 김 위원장은 첫 방중 이후 40여일 만에 다시 다롄에서 시 주석과 회동하는 파격 행보를 보이며 응수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대체제로 중국을 선택할 수도 있음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과시한 셈이다.

    중국 역시 지난 14일 부터 북한 노동당 '친선 참관단'을 초청해 극진한 환대 속에 베이징(北京), 시안(西安), 상하이(上海), 저장(浙江)성 등을 돌며 경제 발전 현장을 참관토록 하는 한편 대규모 경협까지 제안하는 등 북한의 '러브콜'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특히 대대적인 대북제재가 현재도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서 중국이 북한에 대해 '대규모 경협'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는 사실이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과 합의가 성사될 때까지 중국은 북한과의 국경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 최근 국경이 더욱 허술해져 북한 주민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들었다"며 "나는 북한 주민이 국경을 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는 합의문에 서명한 뒤에 일어나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기싸움이 한창인 상황에서 중국이 제재의 한 귀퉁이를 풀어주면서 대북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이 깔려 있다.

    베이징 외교가 일각에서는 최근 북한의 태도 변화로 북미 정상회담이 소득 없이 끝났을 경우 그 책임을 중국에 미루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도 등장하고 있다.

    ◇ 中 "중국은 북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긍정적 역할만 할 것"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배후론'을 제기하자 중국 관영매체들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중국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求時報)는 19일 사설에서 "두 나라(중국·북한)의 정치 및 여론은 단순하고, 순진한 논리를 따르고 있을 뿐"이라며 "왜 자신(미국)들의 정책에서 원인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는지 당혹스럽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북한이 억류 미국인 3명을 석방하고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핵 실험장 폐기를 발표했지만 미국은 북한에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신속히 반출하는 '큰 선물'을 재차 요구하면서 북한의 반발을 산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경질에 가급적 냉정하게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으로 '시진핑 배후론'을 거론하자 중국 외교부는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과 관련해 중국의 주장과 입장은 여태껏 변한 적이 없고 일관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줄곧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국들이 서로 마주 보고 가고, 노력을 통해 상호 신뢰를 쌓아야만 대화를 재개할 조건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설득해 왔다"고 강조했다.

    트위터에 북중 접경지역의 엄격한 제재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하자 "중국은 국제의무를 엄격히 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또다시 '시진핑 배후론'을 거론하자 중국 외교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긍정적인 역할을 할 뿐"이라며 원론적인 대응에 그쳤다.

    한반도 정세를 둘러싸고 미중간 갈등이 다시 고조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23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를 마친 왕이 국무위원은 미국에 들러 미국 고위급 관리들과 미중 무역협상 합의에 따른 후속 조치와 북미 정상회담의 원활한 성사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시진핑 주석의 메시지를 전달할 지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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