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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스토리] 다스는 누구 자식? '친자확인' 소송 시작



사회 일반

    [노컷스토리] 다스는 누구 자식? '친자확인' 소송 시작

    '홍길동' 다스, 이제는 MB를 '아버지'라 부를 수 있을까?

    '뇌물·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새벽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로 들어서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대한민국 헌정사상 네 번째로 부패 혐의로 구속된 대통령이 됐다. (사진=황진환 기자)

     


    아버지가 구속됐다.

    검찰이 나의 과거를 조사하기 시작한 지 161일 만이다. 지난 2005년부터 십년 넘게 계속 제기된 의혹, 이제는 정말 끝낼 수 있을까?

    나는 홍길동과 처지가 비슷하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다. 검찰에 다녀간 사람 모두 그가 나의 아버지라고 증언했다. 하지만 그는 나를 큰형님의 자식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아버지의 입장에서 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서울시장 재임 당시 천호동 뉴타운 특혜 의혹, 대통령 재임 당시 BBK 소송비 삼성 납부 의혹, 내 비자금 수수 의혹... 나를 자식으로 인정하는 순간 큰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사진=다스 홈페이지 캡처)

     


    사실 내 본명은 다스가 아니다.

    난 1987년 7월 경상북도 경주시에서 대부기공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내가 하는 일은 현대자동차의 부품을 납부하는 일이었다. 2003년 3월에 대부기공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다스(DAS:Daebu Automotive Seat)로 개명했다.

    서류상으로는 아버지의 처남(김재정)과 형님(이상은), 일본의 후지기공이 동업한 것으로 나와 있다. 당시 아버지는 현대그룹의 사장 신분이었다.

    1992년 아버지는 대한민국 제14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다음해 3월, 세계일보는 아버지가 현대건설 사장 재직 당시 구매한 도곡동 땅을 처남(김재정)의 명으로 은닉했다고 보도했다. 도곡동 땅이 서류상 김재정-이상은 명의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아버지의 소유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논란 이후 도곡동 땅은 1995년 6월 포스코개발에 약 263억원을 받고 매각했고 이중 약 22억원은 우리 집으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3년 3월 27일 보도된 세계일보 기사)

     


    사실 도곡동 땅은 '제3자의 소유이다'는 검찰 발표도 있었다.

    2007년 8월 검찰(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은 도곡동 땅 실소유주 관련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는 이상은씨가 아닌 제3자의 차명재산으로 보이나 누구인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부실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더 이상 추적을 할 수 없어 유야무야 끝났다.

    이후 나는 성장을 거듭했다. 아버지가 서울시장 재임시절에 매출은 급증 했고 대통령에 재임시절 때 자산도 대폭 늘어났다. 난 연매출 1조원 이상, 자산가치 9000억원이 넘는 알짜기업으로 남부럽지 않았다.

    이정도면 자식으로 인정할 만도 한데 아버지는 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이 다시 나를 수사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10월 13일 장용훈 옵셔널캐피탈 대표가 아버지를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부터다. BBK 김경준씨와 아버지가 LA 총영사(김재수)를 동원해 나에게 투자한 140억원을 돌려받았다는 게 이유였다.

    참여연대 고소도 이어졌다. 참여연대는 아버지와 나의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2008년 아버지를 수사했던 정호영 전 특검을 검찰에 고발했다.

    다스 검찰수사팀은 그렇게 출범했다.

    다스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부실 수사 논란에 휩싸인 정호영 전 'BBK 의혹사건' 특별검사가 1월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상가 회의실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정 전 특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소유주로 의심받는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120억원 횡령' 정황을 파악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됐다. (사진=황진환 기자)

     


    검찰이 가지고 있는 증거는 다양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내 법인카드를 이용해 4억여 원을 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버지도 가족이 함께 쓴 것을 인정했다.

    시형이형 급여를 올린 사실도 알고 있다. 내가 나이가 더 많은 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던데 나는 87년 토끼띠이고 시형이 형은 78년 말띠다.

    형이 나와 함께 일하기 시작한 건 2010년이다. 당시 형은 과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실장을 거쳐 2012년 이사로 승진했고 2014년 전무로 승진해 해외법인 관리 업무를 맡았다. 초고속 승진이라 내부적으로 불평불만은 있었지만 형제가 아닌가.

    현직 대통령의 아들로 사상 처음 특검에 소환돼 14시간이 넘는 강도높은 조사를 마친 이시형 씨가 2012년 12월 26일 새벽 서울 서초구 이명박 정부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사무실을 나서 청와대 경호원들의 보호 아래 귀가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검찰은 아버지가 대통령에 재임하고 있던 2011년, 청와대 총무기획관실에서 형의 급여를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이후 실제 급여도 30%~40% 오른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형이 나의 서류상 아버지인 이상은 회장의 배당금을 가로챈 정황도 확보한 듯 하다. 나 때문에 아버지와 형이 계속 구설에 오르자 전무였던 형은 감사법무실 소속 평사원으로 강등됐다.

    검찰은 무엇보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내가 분식회계로 매년 30억~40억원씩 비자금을 조성해 아버지에게 현금으로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아버지가 총 350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나에 대한 문제 말고도 법인세포탈,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삼성뇌물, 국가정보원 자금 상납, 공직임명 대가 등에 따른 금품수수, 대통령기록물 유출 등 혐의가 상당하다.


    결국 검찰은 지난 19일 내가 아버지의 아들이 맞다고 명시하며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22일 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돼 있어 부담감이 있지만 사건의 중대성이 컸다.

    법원(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2일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하여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범죄의 중대성 및 이 사건 수사과정에 나타난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으므로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아버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친필로 쓴 편지를 올렸다. 편지에는 '국민의 눈 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반성이 담겨 있었다. 아버지는 구속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고 말했다. 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자필 편지 (사진=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대한민국 헌정사상 부패 혐의로 구록된 네 번째 전직 대통령.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동시에 구속된 것에 이어 아버지는 지난해 구속된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전직 대통령이 동시에 구속 된 두 번째 기록을 남겼다.

    내가 아버지의 자식이 맞는 지 아직도 확신을 못하겠다.

    검찰은 나의 아버지가 확실하다는 입장이다.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도 아버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나를 자식이 아니라고 한다. 이제 친자확인 소송이 시작됐고 나는 지켜볼 뿐이다.

    그 동안은 아버지 대신 '716'으로 불러야겠다.

    아 참! 내 친구 BBK도 아직 친아버지를 찾지 못했다고 하던데...

    *이 기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다스와 관련된 취재 내용을 내러티브 형식으로 재구성한 기사임을 밝힙니다.

    '뇌물·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서울동부구치소로 압송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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