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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안 휴대전화 수납용 마약가방 사라지나…



사회 일반

    교실 안 휴대전화 수납용 마약가방 사라지나…

    시도교육감협의회, 휴대전화 학칙 금지 근거 법령 삭제 논의

    (사진=자료사진)

     

    12일 오전 경기 하남의 한 고등학교 교실, 아침 조회를 마친 담임 선생님이 교탁 위에 학생들 사이에서 이른바 마약가방으로 불리는 휴대전화 수납가방을 올려놓았다.

    학생들이 하나 둘 몰려나와 휴대전화를 마약가방에 꼽았고 수거를 마친 담임 선생님은 교무실로 향한다.

    이르면 내년부터 수업 중 휴대전화 소지를 학칙으로 금지한 서울, 경기, 광주, 전북 등은 물론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이 같은 풍경이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다음 달 11일 세종시에서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학칙 기재사항을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하 시행령) 제9조 제7항의 삭제 안건을 협의하기로 했다.

    시행령 제7항은 학칙에 학생 포상, 징계, 두발·복장 등 용모, 소지품 검사,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의 사용 및 학교 내 교육·연구활동 보호와 질서 유지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 경기, 광주, 전북 등 4개 시도교육감들은 시행령 7항이 학생들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는 학생인권조례와 상충돼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가 시도교육감들의 건의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학습권 침해를 우려하는 학교현장과 교육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경기 등의 교육현장에서는 상당수의 학교가 시행령을 근거로 수업 중 휴대전화 소지 금지를 학칙으로 정해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 수업 중 휴대전화…법과 조례가 상충되는 교육현장

    지난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광주, 서울, 전북 등이 학생의 존엄과 가치가 학교교육과정에서 보장되고 실현될 수 있도록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했다.

    학생인권조례에 따르면 학생들은 두발이나 복장, 휴대전화 소지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서울, 경기 등 시도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를 근거로 수업 중 휴대전화 소지 등의 허용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3월 이명박 정부의 교육부는 시행령 제8조 1항을 개정해 교육감 등의 인가 없이도 학교의 장은 학교 규칙을 제정 또는 개정할 수 있도록 변경, 사실상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시켰다.

    이로 인해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됐음에도 서울, 경기 등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두발이나 복장 제한, 휴대전화 소지 금지 등 학생 규제 등의 내용을 담은 학칙이 운영되고 있다.

    서울, 경기 등의 시도교육감들은 학칙에 학생 포상, 징계, 두발·복장 등 용모, 소지품 검사,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의 사용 및 학교 내 교육·연구활동 보호와 질서 유지에 관한 사항을 명시한 시행령 제7항을 삭제해 시행령과 학생인권조례가 상충되는 것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 인권보장 VS 학습권 침해 엇갈린 반응

    시도교육감협의회의 이 같은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 교사들은 사실상 학생지도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학생들과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기 하남 A고 송모양은 "너무 강압적으로 압수를 하고 몇몇 아이들은 휴대전화를 안 내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를 애처럼 취급하고 무시하는 것 같아 싫었다"며 시도교육감들의 논의를 환영했다.

    서울 B고 김모양은 "수업도중 휴대전화 사용에 대해 제재를 해도 되는데 지금처럼 무조건적으로 압수를 하고 방과 후에 돌려주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일부 아이들은 구형 전화기를 제출하고 스마트폰은 가지고 있기도 하는 등 학칙으로도 통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C고 김모 교사는 "휴대전화 사용 제한 등을 학칙으로 정한 것은 학생들을 억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아이들 스스로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 학교 현장을 너무 모르고 정책을 추진하려 한다"고 우려했다.

    경기 성남 D고 이모 교사는 "학칙마저 없애면 생활지도를 할 수 없다"며 "학교운영의 근본이 무너지는 상황이다. 학칙이 없어지고 문제가 생기면 결국 교사가 모두 책임을 져야하는 데 걱정스럽다"라고 토로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재철 대변인은 "학생인권조례를 통해 학칙 사항을 제한하려는 것에 대해 우려스럽다"며 "일부 정치적 시도교육감들이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해 학교 실정에 맞는 학칙을 제정해 운영하라는 법의 취지를 약화시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그러면서 "학교 자치와 학교 민주주의를 달성하자면서 학칙을 부정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19일 '교내 휴대전화 사용금지는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경기지역의 한 중학교 학생이 제기한 진정에 대해 해당 학교에 휴대전화 관련 '학교생활인권규정'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또 경기도교육감에게 도내 학교의 휴대전화 사용 전면 제한 규정을 점검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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