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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출석 거부한 '503번'의 노림수 차단하려면…



법조

    법정출석 거부한 '503번'의 노림수 차단하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7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10월 18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수형번호 '503'번의 피고인석과 그의 변호인석이 텅비었다. 다만 옆자리에는 최순실 피고인과 이경재 변호사, 그리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변호인들만 자리를 채웠다.

    이에 반해 검찰석은 꽉들어찼다. 고형근 검사를 비롯해 7명의 검사와 조상원 특검 파견 검사 등 특검측에서 2명을 포함한 모두 9명의 검사가 대거 출동했다.

    150여석의 방청석 가운데 20여석에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나머지 방청석은 썰렁했다. 평소 자리를 메우던 '지지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것이다. 이미 박 전 대통령의 불출석 사실이 알려진 터였다.

    재판이 시작됐다. 재판장인 김세윤 부장판사가 향후 재판 진행에 대한 입장을 설명했다. 동시에 기자들이 노트북을 두드리는 소리가 법정을 울렸다.

    "오늘은 최서원 피고인과 박근혜 피고인,신동빈 피고인에 대한 기일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피고인이 불출석했습니다. 지난 월요일 변호인이 일괄 사임서를 제출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미결 구금일수 증가로 인한 박근혜 피고인의 불이익 방지와 국민적 관심을 고려하면 신속한 재판이 필요한데, 방대한 사건기록을 파악한 변호인들이 사임하면 상당기간 심리가 지연될 것이 명백해서 재고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변호인 사임 철회와 새로운 변호인 선임을 기대하고 공판 기일을 지정했지만 오늘까지 철회도 않고 선임계 제출도 안되고 박근혜 피고인도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필요적 변호사건입니다. 모두 사임하고 새로운 변호인도 사임 안해서 공판진행 위해 국선변호인 선정을 더 늦출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 직권으로 국선변호인 선정절차에 들어갑니다"

    박근혜 피고인이 예고한대로 본격적인 재판거부 실력행사에 들어간 것이다. 그가 꺼내든 실력행사의 명분은 '정치 보복론'이었다.

    "이제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향후 재판은 재판부의 뜻에 맡기겠습니다.

    더 어렵고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정치 투쟁을 위해 단지 '정치보복'만 꺼내들지 않았다. 곧바로국제 기구와 언론을 통한 '인권 침해'를 돌발적으로 들고 나왔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수였다.

    '정치보복' 에 뒤이은 '인권침해'. 정치투쟁의 쌍둥이 전략이다.

    우연이라고 치기엔 치밀해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월요일 법정에서 '정치 보복'을 주장하기 앞서 미리 기획된 CNN의 '인권침해' 보도 사실을 틀림없이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자료사진)

     

    검찰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오지 않고 국선 변호인이 활동하게 내버려 두며 '궐석 재판'을 결정한 것 같다. 이는 자신이 정당한 변호를 받지 못하고 국선 변호인들이 내 의사와 상관없이 쏙닥쏙닥해서 나를 징역 살리려 하고 있다는 것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동시에 국제기구를 통한 '인권침해'를 부각시킴으로써 박 전 대통령측이 사법체계를 깡그리 부정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사정당국 관계자의 분석도 유사하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망명'은 어렵다. 나도 성사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러나 '망명' 소리가 나오는 순간 엄청난 정치적 소용돌이가 생긴다.

    국제적으로 망명이 허용되든 안되든 박 전 대통령은 '내가 여기서 탄압을 받기때문에 나를 안전한 방법으로 구출해달라'고 국제기구에 계속 요구할 것이다. 이것이 망명 운동이다. 일부 사람들은 '망명이 말이 되냐'고 우습게 생각하지만 그렇게 볼 일이 아니다"

    대검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실제로 국제 인권기구에서 청와대에 구속자를 석방시키라는 '레터'가 상당히 많이 온다"고 말했다.

    국내 형사·사법체계를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국제 인권기구들이 '누군가'의 작업에 의해 쉽게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 국제 컨설팅 동원하는 '거액 비용' 파악 위해 최순실 일가 재산추적 필요

    (사진=CNN 홈페이지 캡처)

     

    박 전 대통령측은 난민 인도를 특장으로 하는 외국법률 컨설팅 회사를 동원하고 있다. 그 법률회사 관계자는 미국 CNN과 인터뷰에서 "우리 팀은 이 문제를 필요한 최고 수준까지 가져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팀에서 일하는 로드니 딕슨이라는 변호사는 리비아 카다피의 후계자를 변호했을 만큼 국제범죄와 범죄인 인도 분야에서 전문 변호사로 유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측이 '로열 패밀리'만 주로 선임하는 딕슨이라는 전문 변호사를 고용한 것을 보면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거기까지 손을 뻗고 여러갈래로 행동에 들어간 건 하루이틀에 한 것이 아니다. 그런 변호사를 선임하려면 거액의 비용이 들어간다. 하루이틀 접촉해서 될일이 아니고 왕가(王家)만 상대하는 사람인데 작심하고 대드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더욱이 컨설팅 회사가 '최고 수준까지 끌고갈 준비가 돼있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일회성 사안으로 치부하는 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에따라 검찰과 특검 주변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재산추적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측이 어마어마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치외법권적인 '구명운동'에 돌입한 만큼 그 비용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추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국정농단 당시 최순실씨 일가 70명의 재산을 추적했다.

    당시 특검은 "최순실씨의 재산이 230억원에 달하며 최씨 아버지인 최태민 일가 재산만도 2,730억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특검팀의 재산추적은 100페이지에 이르는 분량으로 정리됐지만 특검이 마무리되면서 사실상 중단됐다. 검찰에 자료를 넘겼지만 적폐청산 수사로 최씨 일가에 대한 재산추적은 현재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검찰 관계자 "박 전 대통령측이 국제법률 컨설팅회사와 CNN에 언론구명 로비를 하는 비용이 어디에서 나오지를 파악하려면 외국에 적치한 최씨 재산 추적을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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