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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의혹' 김상곤 후보 박사논문 다 읽어봤더니…



교육

    '표절 의혹' 김상곤 후보 박사논문 다 읽어봤더니…

    김상곤 교육부장관 내정자 (사진=자료사진)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그의 석박사 학위 논문 표절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 등 야권이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와 함께 김 후보자를 '집중 낙마 대상'으로 삼으면서 이번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논문 표절 의혹이 큰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교육부장관 후보로 일찌감치 물망에 올랐던 김 후보자가 교육부장관에 뒤늦게 내정된 것도 논문 표절 의혹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정 직후 보수 우익 성향의 '연구진실성검증센터'(이하 검증센터)가 김 후보자의 석박사 학위 논문에 대해 표절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본격화됐다.

    검증센터는 김 후보의 박사 학위 논문이 국내 문헌 5개와 일본 문헌 5개를 짜깁기해 80여군데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 교수 임용 9년 뒤에 쓴 서울대 박사 논문

    문제의 논문은 1992년 2월 서울대 경영학과 박사 학위 논문이다. 한신대 교수로 임용된 뒤 9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논문 제목은 '사회주의 기업의 자주관리적 노사관계 모형에 관한 연구-페레스트로이카 하의 소련기업을 중심으로'이다.

    대강의 내용은 이렇다.

    생산수단이 사회화된 사회주의 국가의 경우 노동자의 경영참여가 자주관리의 형태로 나타나며 이는 계획경제 시스템에서 '민주집중제'의 성격을 띄게 된다. 그러나 스탈린주의로 인해 노동자 자주관리 시스템에 '민주성'보다는 국가권력의 '집중성' 측면이 두드러지면서 국가의 경제계획이 생산현장과 괴리되고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나온 것이 1980년대말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정책이며 자주관리도 국가통제형에서 경영자주도형으로 바뀌는 등 민주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된다.

    김 후보자는 자신의 논문이 주는 현실적 시사점으로 당시 노태우 정권의 북방정책으로 소련과 경제교류가 태동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소련의 이같은 노동자 자주관리의 전통을 알아야 현지진출에 용이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아울러 분배불균형을 해소하고 경제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공영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의 경영참여가 필요한데, 소련의 자주관리적 노사관계가 참고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내용으로 김 후보자의 박사 논문은 모두 7장 226페이지(참고문헌 부분 제외)로 구성됐다.

    하지만 '검증센터'는 김 후보자의 박사 논문 상당부분이 표절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내외 문헌의 문장을 거의 베껴오면서 아예 출처를 표시하지 않거나 인용부호를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검증센터가 제기한 표절 의혹은 80여건으로, 결론 부분에 해당하는 6,7장을 제외한 1~5장에 걸쳐 있다. 표절의혹 문장이 있는 페이지 수는 모두 27페이지로, 전체 논문 분량의 12%를 차지한다.

    특히 검증센터가 표절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한 곳은 5장으로, 페레스트로이카 당시 소련의 자주관리 모형의 특성과 구조를 분석한 부분이다. 3페이지에 걸쳐 무려 26곳이 일본 문헌의 내용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예를 들면,

     


     


     


    김 후보자의 논문 내용과 일본 문헌의 내용이 상당히 유사하다. 검증센터의 황의원 센터장은 "김 후보자가 일본 문헌을 거의 직역하다시피해서 짜깁기하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은 물론 인용부호조차 붙이지 않은 전형적인 '텍스트 표절'"이라고 주장했다.

    검증센터는 일본 문헌 뿐 아니라 국내 문헌도 김 후보자가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 전문가들 "텍스트 유사하다고 무조건 표절 아니야…전문가에 맡겨야"

    검증센터는 김 후보자의 논문에 기재된 참고문헌을 구해 대조한 결과 표절 의혹을 잡아냈다고 주장했다.

    검증센터는 다른 사람의 저술문구를 그대로 또는 말만 바꿔 인용하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거나 인용부호를 붙이지 않을 경우 '텍스트 표절'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표절여부의 기준을 제시해온 한국연구재단은 타인의 저작물을 출처 표기 없이 그대로 가져오거나(텍스트 표절) 말을 바꿔 가져오거나(말바꿔쓰기 표절) 자신의 생각이나 표현방식과 섞어 사용하거나(모자이크 표절) 하는 경우를 표절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텍스트를 그대로 가져올 경우 출처 표기와 함께 인용부호도 붙이도록 하고 있다.

    황의원 검증센터장은 "남의 텍스트를 그대로 가져올 경우 출처 표기는 물론 인용부호까지 달아야 한다"며 "둘 중의 하나만 하지 않아도 표절"이라고 주장했다.

    황 센터장은 "최근 미국에서 공직자가 논문표절 의혹으로 사퇴한 경우를 보면 출처는 밝혔지만 인용부호를 달지 않은 사례가 많다"며 "이처럼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인용할 때는 엄격한 규칙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계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다른 사람의 저작물과 문구가 같다고 해서 무조건 표절로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경제관련 학회 임원진은 "인용의 맥락과 중요성을 따져 표절 여부를 판단해야지 문구만 같다고 해서 표절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논문의 핵심 부분에서 출처표기 없이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가져왔다면 표절로 봐야 하지만 그 이외의 경우에는 표절로 보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경제학회 임원진 역시 "표절 판단 기준은 학문마다 다를 수 있고 핵심적인 부분에서 발생했느냐 아니냐에 따라서도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최근 논문표절 검증이 너무 정치적으로 흐르고 있다"며 "표절 여부 판단은 해당 분야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학술단체총연합회도 "표절 여부는 쉽게 판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해당 학계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며 "표절 시비에 대한 최종 판단은 관련 학계나 동일분야 전문가들의 견해를 충분히 반영해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인용된 부분이 '일반적 지식'에 해당하면 출처 표시가 없어도 표절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일반적 지식은 '그것이 사용되는 학문공동체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것으로 확립된 사실'을 말한다. 예를 들면 물리학에서 '만유인력은 뉴턴이 발견했다'는 등등이다.

    김 후보자의 박사학위 논문에서도 표절 의혹이 제기되는 문장 가운데 경영학에서는 일반적 지식에 해당하는 부분이 없지 않다. '노동자 자주관리 이념은 18,9세기 생시몽이나 오웬과 같은 공상적 사회주의의 산업공동체 사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거나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정의 등은 경제경영학에서는 일반적 지식에 가까운 것들이지만 검증센터는 이마저도 모두 표절로 주장하고 있다.

    ◇ 나서지 않는 전문가들…서울대 '진실위'도 이해충돌

    결국 표절 여부를 객관적으로 가릴 수 있는 집단은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지만 선뜻 나서는 전문가들은 없다.

    CBS노컷뉴스는 복수의 경제경영 관련 학회에 김 후보자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를 가려줄 수 있는지를 물었으나 모두 '곤란하다'는 대답을 보내왔다. "학회 차원에서 아무 관련없는 김 후보자의 학위 논문의 표절 여부를 판단해줄 이유가 없다"거나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거절했다.

    이들은 "김 후보자가 박사 학위를 받은 서울대측에 표절 여부를 의뢰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사학위를 내준 서울대가 다시 박사학위의 표절 여부를 가리는 것은 심각한 '이해충돌'을 야기한다. 자신이 인정한 논문에 표절 판정을 내림으로써 스스로의 공신력과 권위를 깎을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증센터가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에 김 후보자의 박사학위 논문표절 여부를 가려달라고 제보했으나 서울대는 "일부 정확한 출처 표시 없이 사용된 사실은 인정되지만 연속된 2개 문장 이상을 동일하게 사용하지 않았고 (표절 의혹 문장 주변에) 출처를 표기했거나 (인용 부분이) 역사적 사실에 해당하는 내용이어서 연구윤리 위반정도는 경미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표절 의혹을 부인했다.

    ◇ 정치적 공격 무기가 된 '논문검증'

    논문 표절 판단에 전문가들이 몸을 사리면서 논문 검증은 정치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국내 유일의 민간 연구진실성 검증기관이라고 자평하는 '검증센터'는 태생부터 정치적이다. 보수우파 진영의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고문에 의해 만들어졌고 표절의혹 대상의 대부분이 진보 또는 좌파 진영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황의원 센터장은 '검증대상이 한쪽으로만 쏠려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미디어워치에서부터 시작했고 당파지이다 보니 표절 의혹 제보가 진보좌파쪽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황 센터장은 "논문검증이 정치적으로 흐르는 것도 맞지만 불가피하다"며 "2,30년은 지나야 우리 사회에 논문표절 풍토가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센터장은 '논문표절 여부를 판단할 때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견해를 듣느냐'는 질문에 "초창기에는 견해를 듣기도 했으나 지금은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며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학자들의 말은) 속이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최종 판단은 항상 표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텍스트 표절은 (전문가에게 의뢰하지 않아도 될만큼)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한 논문 표절 검증에 전문가들이 몸을 사리고 정파적 이해관계가 개입되면서 논문 표절 논란은 청문회 때나 선거 등 특정 시기에 상대방을 공격하는 정치적 무기로 변질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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