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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촛불과 '맹신' 친박…극과 극 달린 두 집회



문화 일반

    '공감' 촛불과 '맹신' 친박…극과 극 달린 두 집회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17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 참석자들이 레드카드와 촛불을 들고 박 대통령 퇴장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우리 모두 같은 처지였다'는 공감은 새 세상을 향한 '희망'을 낳았고, 권력자 한 사람을 향한 맹신은 그 밖의 모든 것에 대한 '혐오'를 키웠다. 전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 후자는 박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친박집회' 이야기다.

    24일 오후 3시 30분께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건물 옆 너른 계단. 이곳에 설치된 무대 위로 한 젊은이가 올라와 신나는 음악에 맞춰 디제잉을 시작했다. 그리고 계단에 앉아 있던 청년들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리듬을 탔다.

    주변으로 많은 사람이 모여들면서 분위기도 한껏 달아올랐다. 디제이는 댄스곡 중간중간에 '전국노래자랑' 주제가를 집어넣는 등 허를 찌르는 선곡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무대에는 '청년정치 페스티벌 청년당 창당 발기인 대회'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이 현수막에 쓰인 한 문장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촛불에서 태어난 청년당, 직접정치를 시작하다.'

    이곳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에는 커다란 트럭으로 만든 간이무대가 마련됐다. '2017 노동당 노동자대회'라는 플래카드를 등진 한 청년은 이 무대에 올라, 오랜 연습으로 다져진 것이 분명한 춤 실력을 뽐냈다.

    '평등 생태 평화' '최저임금 1만원' '5시 퇴근법'이라고 적힌 현수막의 강렬한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절도 있는 춤으로 좌중을 휘어잡던 청년은 어느 순간 무대에서 뛰어내려 시민들 바로 앞에서 춤을 췄다. 곳곳에서 이에 호응하는 함성이 터져나왔다.

    헌정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를 부른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임박한 시점에 열린 이날 촛불집회 현장은, 오후 이른 시간부터 몰려드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현장 곳곳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 보장'을 촉구하는 각 단체의 다양한 목소리와 문화공연으로 활기를 띠었다.

    박근혜 정권이 유린한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기 위해 열일곱 번째를 이어온 촛불항쟁은, 법 위에 군림해 온 소수 특권층의 억압 탓에 끓어오른 상식적인 '분노'로 촉발됐다. 광장에 운집한 시민들은 '박근혜 즉각 퇴진' '부역자 처벌' '재벌 개혁' 등의 구호를 외치며 민주주의를 지켜냈고, 그 공감대는 더 나은 대한민국의 설계와 건설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는 '희망'으로 성장해 왔다.

    ◇ 촛불 두고 "빨갱이" "좌파좀비"…생기 없는 '혐오'로 점철된 친박집회

    2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친박단체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광화문광장에서 박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친박단체 집회가 열리는 서울광장, 대한문 앞으로 가는 동안 동아일보·한국프레스센터 건물 앞에서는 촛불집회 참가자와 친박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었다. '중간지대' 격인 이곳에 진을 친 전경들은 양 집회 참가자들의 작은 다툼을 말리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저 빨갱이 새끼들!" "나라 말아먹는 놈들!" 태극기와 성조기를 손에 든 노인들은 노란리본, '탄핵 촉구' 손펫말을 든 시민들에게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쏟아냈다. 그들의 발언은 자신들 아닌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혐오'로 가득했다.

    서울광장과 대한문 일대는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와 스크린을 통해 중앙무대에서 진행되는 친박인사들의 고성으로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별도로 진행되는 각 단체별 문화행사 등은 눈에 띄지 않았고, 집회 참가자들은 오로지 중앙무대에서 펼쳐지는 광경에 취한 듯이 이목을 집중했다.

    '촛불선동 종북발톱 태극기가 박살내자' '왜곡선동 언론척결' '반역국회 해산시키자. 한놈씩 잡아내자(표창원부터 시작)' 등의 구호가 적힌 현수막과 손팻말은 물론 "좌파 좀비놈들 모조리 척살하자" "촛불세력은 해병대가 박살낸다"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 등의 발언과 구호 역시 혐오로 점철돼 있었다. 시시각각 흐르는 군가에 맞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드는 참가자들의 모습은 몹시 관성적이었다.

    친박 성향의 참가자들이 집회 현장 주변의 편의점이나 커피숍 등에 진을 치고 있는 풍경은 쇼윈도를 통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의 생기 없는 표정과 자세는 다소 지쳐 있었다. 친박집회 현장 인근의 서울도서관 내부 광경은 더했다. 도서관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시끄러운 고성이 오갔고, 한 노인은 휴대용 마이크와 스피커가 달린 장비로 주변 사람들에게 일장 연설을 늘어놓고 있었다. 도서관 3층까지 올라가는 계단에는 수많은 노인들이 다소 멍한 표정으로 태극기, 성조기를 든 채 둥지를 틀고 있었다.

    이날 촛불집회 현장에서 만난, 113일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텐트에서 아침을 맞은 시인 송경동은 "이번 기회에 촛불로 한국 사회의 모든 불의와 부정, 고통과 아픔을 청산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박근혜와 그 부역자 몇 명을 감방에 보내는 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실제 사회가 변해야 한다. 새로운 사회의 윤리와 의제가 들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것은 최소한 1100만 비정규직의 고통이 없는 세상, 청년세대들이 'N포세대' '흙수저'로 내몰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 불공정이 없는 사회, 그리고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의 토대와 기틀이 확고히 서는 사회로 이전해 가는 소중한 시간이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송경동은 탄핵반대 집회를 두고 "말이 안 되는 경우다. 범법자 박근혜 하나 살리겠다고 매달리는 저곳에서 어떠한 긍정적인 에너지가 나오겠는가"라며 "한국 사회의 어두운 그늘인 저곳(탄핵반대 집회 현장)에도 조금이나마 진실의 빛이 내리비쳤으면 좋겠다. 해방돼야 할 수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관변 단체의 동원과 선동으로 움직이고 있는 점이 몹시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어 "이 극단의 시대에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사회적 진실이 무엇인지, 올바른 인간관과 세계관이 어떠한 것인지에 관한 진실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넓여지기를 바란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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