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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신해철 2주기, '마왕'이 예견한 '헬조선 2016'



문화 일반

    故 신해철 2주기, '마왕'이 예견한 '헬조선 2016'

    고 신해철(사진=자료사진/노컷뉴스)

     

    지난 2014년 10월 27일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난 '마왕' 신해철(1968~2014).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으로 들끓는 지금의 한국 사회를 본다면, 그는 무슨 말을 먼저 꺼낼까.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지 317일 만에 사망한 고 백남기 농민 사태를 접하면서는 어떤 울분을 토해낼까.

    지난 2008년 12월 18일 전파를 탄,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던 MBC '100분 토론'에서 남긴 신해철의 발언들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시 '100분 토론'에서는 400회 특집을 맞아 '2008 대한민국을 말한다'라는 주제로 그해 한국사회 주요 이슈를 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여전히 논객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진중권 교수, 전원책 변호사, 방송인 김제동 등이 함께했다. 그리고 가수 신해철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 1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열린 당시 토론에서 오간 열띤 논쟁은, 8년이 지난 오늘의 한국 사회가 왜 '헬조선'으로 불리게 됐는지에 관한 실마리를 던져준다. 이제는 고인이 된 신해철의 발언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날 방송에서 신해철은 이명박 정부 1년을 두둔하는 상대 패널에게 "이명박 정부가 현재 강압적인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민심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이라며 "민주주의의 후퇴, 권위주의의 부활이라는 면에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단적인 예를 들면, 제가 다른 어떤 주제를 갖고 100분 토론을 나왔을 때는 (주변에서 걱정한 이유가) 제가 여론에게 뭇매를 맞을까봐 나가지 말라는 것이었다. '너한테 좋을 것 하나도 없어'라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나간다니까 '큰일 난다' '너 보복 당한다'고 이야기들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는, 신해철의 이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미 예견된 일이었던 셈이다.

    신해철은 "물론 그런 일(보복)이 실제로 일어나느냐 일어나지 않느냐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그 정도로 위협감을 느낀다는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참가한) 유모차 엄마들을 체포했다. 공무원들을 물갈이한다. 방송을 장악한다. 교과서가 자신들의 이데올로기에 맞지 않는다고 거기에 대해 일방적인 주장을 펼친다. 하다 못해 국가 정책을 펼쳐나갈 때도 전문가 집단에 대해서조차 이념을 들이댄다."

    그는 "이런 경직성은 행정부가 일일이 사소한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사회 각계각층으로 확산되고 파급된다. 이로 인해 모든 경직 현상이 일어난다"며 아래와 같이 강조했다.

    "이런 경직 현상은 나중에 경제가 되살아난다고 해서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민들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전두환의 모습이지, 박정희의 모습이 아니다."

    ◇ "지금 정부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포용성 부족"

    당시에는 뉴라이트를 중심으로 역사 교과서가 좌편향 돼 있다는 목소리를 냈다. 정부, 서울시교육청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제의 식민지배가 한국의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가르치기 위한 강의를 조직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는 지금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와도 맥을 같이 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신해철은 "한국에서 '좌'라는 단어가 가지는 금기사항들, 애시당초 그런 것이 이 땅에서 존립할 수 없었다는 건데, 좌라는 단어가 등장하면 그것이 곧 악으로 치환되는 그런 구조"라며 "현 교과서에서 지금 정권과 이념이나 태생을 같이 하는 데 불리한 것들이 보여지면 그런 것들을 곧 좌라고 얘기하고, 악으로 치환하는 방식으로 현재 교과서를 좌편향이라고 주장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렇다면 우리가 어디까지 좌편향을 수정해야 하나. 4·19를 데모라 하고, 5·18까지 양보해야 하나. 그렇다면 6·10까지 양보해야 하나"라며 "교과서의 저자들이 수정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에서, 어디까지 물러서야 이것이 가운데에 선 교과서가 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해에는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 반대에서 촉발돼 정권퇴진운동으로까지 번지며 100일 이상 지속된 촛불시위가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이를 논하며 신해철은 이명박 정부의 '포용성 부족'을 비판했다.

    신해철은 "지금 이명박 정부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포용성의 부족이라고 생각한다"며 "촛불시위가 불법으로 변질이 됐느냐, 아니냐의 진위를 이해하기 전에, 그것이 불법시위로 변질되는 양상이 보였다 하더라도 그런 것들을 포용하려는 듯한 방향으로 나아가느냐, 그렇지 않으면 겁주고 체포하고 색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런 면으로 볼 때 (이명박 정부는) 전혀 포용성이 없어 보인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집안이 가난하고 경제가 기울면 기울수록 가정의 화목이 중요한 것처럼 국민 통합이 굉장히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그것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칠 것이냐인데, (이명박 정부 스스로) 대단히 위협적인 모습으로 비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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