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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에 조종당한 대통령, 이런 나라 부끄럽다" 분노



사회 일반

    "최순실에 조종당한 대통령, 이런 나라 부끄럽다" 분노

    • 2016-10-26 06:00

    "어디 가서 한국 사람이라고 말하기 싫어"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연설문 유출 의혹과 관련 대국민사과 방송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 씨에게 연설문 등 청와대 문건을 전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국민들의 박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 국기문란 사태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한국인인 게 부끄럽다", "허망함을 느낀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 "차라리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고 싶다"

    해운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업가 김 모(54) 씨는 "최순실 씨와 관련된 보도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김 씨는 "역사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일반인 여자 한 명이 국가를 좌지우지한다는 게 어처구니없고 차라리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고 싶을 때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제 국민들도 위로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국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은 없고 다들 자기 이익을 위해 일을 하고 있으니 국민들을 위로해주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주부 조 모(51) 씨도 뜻을 같이 했다. "최순실 씨와 정유라 씨를 보니 '우리는 그냥 도구였구나', '가진 자들을 더 누릴 수 있게 해줄 뿐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는 조 씨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최순실 게이트'에 기시감을 느끼는 시민도 있었다.

    벤처사업가 신 모(67) 씨는 "한국은 늘 이런 식이었다"며 "이승만 시절 자살한 이기붕 일가 사건처럼 5~60년대에는 지금과 같은 일들이 말도 못하게 많았다"고 회상했다.

    "지금도 그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신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국은 보이지 않는 권력층들이 매우 부정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연일 보도되는 최순실 씨와 관련된 의혹들을 쉽사리 믿지 못하기도 했다.

    주부 이영민(40) 씨는 "우리 대통령이 너무 무능한 것 같아 놀랍다"며 "일반인이 뒤에서 조종을 하고, 대통령은 그 조종을 당한 것 같아 너무 실망스럽고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딸을 키우고 있는 이 씨는 정유라 씨에 대한 논란을 두고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면서 젊은 층들이 상대적으로 허탈감을 많이 느낄 텐데 더 기운이 빠질 것 같다"며 "다른 사람들은 아무리 노력을 이룰 수 없는 것들을 권력의 한 마디에 다 이룰 수 있다는 게 세상이 정말 불합리하고 정의가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효선(40) 씨는 "연설문까지 정말 고쳤을까 했는데 정말 고쳤다고 나오니까 너무 맥이 빠지고 기가 막히다"며 "이제는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웃음이 나온다"고 말했다.

    ◇ "원래 이런 나라 아니었나요"…2~30대 청년들은 패배감

    '헬조선'을 외치고 있는 2~30대 청년들은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민낯을 보인 기존 사회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여실히 드러냈다.

    대학생 최모(20) 씨는 "원래 한국 사회가 이렇지 않았느냐"며 "평소에도 부정부패가 가능한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최 씨는 "한 나라의 중요한 사안이 일반인한테 흘러들어갔다는 게 충격적이고 잘 믿기지도 않는다"면서도 "공직자들이 깨끗하지 않다는 느낌은 늘 받아왔고, 사회의 불공평한 구조도 익숙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학생 김 모(25) 씨는 "솔직히 대통령에게 기대를 하지도 않았다"며 "일이 이렇게까지 됐는데도 대통령을 지지할 사람은 지지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김 씨는 정유라 씨가 SNS에 "돈도 실력이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을 두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무시당하고, 돈있고 권력 있으면 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박탈감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국민이라는 자부심이나 정체성은 거의 없는 것과 다름 없다"며 "어디 가서 한국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니고 싶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윤 모(30) 씨는 "루머성으로 떠돌던 일들이 사실인 걸로 밝혀지는 마당에, 오래전부터 썩어서 이어져온 것들이 결국에는 최순실 씨가 대통령의 연설문까지 고치게 된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처럼 국민들이 느끼는 실망감에 대해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는 "양극화나 경제 문제 등 사회가 점점 살기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 문제들을 풀어낼 위치에 있는 국가 지도자가 오히려 사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을 끌어들여 국정 운영을 해왔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좌절하고 분노하고, 또 실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국가 지도자에 대한 국민들의 좌절이 상당한데, 이렇게 당면한 문제들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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