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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현장] 피해조사 나온 공무원 비 온다고 철수, 주민들 분노



국제일반

    [네팔현장] 피해조사 나온 공무원 비 온다고 철수, 주민들 분노

    "네팔정부 못믿겠다" 주민들 자치위원회 조직

    카트만두 원주민 네와리족인 모여사는 써나가우 지역.강진으로 대부분의 가옥이 부숴졌다. (사진 = 카트만두 박지환 특파원)

     


    "네팔 수도 카트만두 중심부에서 남동쪽으로 약 25km 떨어진 써나가우(Sanagau) 지역.

    카트만두 원주민인 네와리족이 집단으로 사는 곳이다. 18년 전 인구조사 때 주민은 6,000여명. 지금은 1만명 정도 살 것으로 마을사람들은 추산할 뿐이다.

    써나가우 지역은 카트만두 원주민인 네와리족의 집단 거주촌이기 때문에 결속력이 매우 높다. 네와리족이 아닌 주민은 전체의 1%도 안되고 나머지 99%도 대부분의 성이 '머헐전'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집성촌인 셈이다.

    지난달 25일 강진이 마을을 덮쳤을 때 특정 구역에서만 12명이 숨졌다. 벽돌로 대충 올린 30-40년 이상된 가옥들이었다.

    힌두교 문화권인 네팔인들은 가족의 시신을 곧바로 화장해야 좋은 곳으로 간다고 믿는다. 써나가우 마을 희생자 가족들도 그려려고 했다.

    하지만 마을 공동체에서 만류했다. 재앙으로 유명을 달리한 만큼 마을 공동장으로 치르자고 나이 많은 노인이 제안했다. 12명 중 11명의 시신이 강진 사흘째날 마을 입구 공동화장터에서 한줌의 재가 됐다.

    대다수 가옥이 파괴되고 주민들은 한기를 피해 천막에서 몸을 웅크린 채 밤을 지새웠지만 네팔 정부는 제대로 된 구호활동을 하지 않았다.

    이재민들은 천막에 모여 무너진 집 안에서 겨우 꺼내온 식량으로 연명 중이다. 가족마다 500루피(한화 약 5000원)씩 걷어 카트만두까지 내려와 기본 식자재를 구입해 공동으로 식사를 하지만 돈을 낼 수 없는 주민들이 더 많다.

    강진 5일째 카트만두 시 공무원이 처음으로 피해조사를 나왔다. 하지만 비가 내린다는 이유로 곧바로 철수했다. 주민들은 분노했다.
    비노드 머헐전씨가 주민자체위원회를 꾸린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비노드씨는 "정부가 피해조사를 나왔지만 비가 온다는 이유로 철수했다"며 분노했다. (사진 카트만두 = 박지환 특파원)

     


    "정부 공무원이 피해조사를 나왔는데 사망자 한 사람당 3000루피와 피해자 가족에게 텐트 하나만 준다고 그러더라고요, 나머지 피해 주민들은 받은 게 아무 것도 없어요, 또 비가 온다고 곧바로 철수했습니다."

    마을 청년 비노드 머헐전(38)씨의 말이다. 3000루피. 우리돈 약 3만원이다.

    비노드씨의 할머니 러티나 머헐전(78)도 강진 때 담벼락 옆에 있다가 목숨을 잃었다.

    마을 청년들은 더이상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하고 민간 구호품을 자체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주민자치위원회를 만들었다.

    '시티폴 나하 코스 2072'라는 이름의 자치위원회다. 2072년은 네팔력을 뜻한다. 가만히 앉아서 구호품 지급을 기다리기에는 상황이 너무 촉박했던 것.

    "정부 차원의 구호품 말고 해외 등 민간단체에서 들어오는 구호품을 마을 주민들이 공평하게 나누기 위해 자체적으로 조직했습니다, 장부도 만들어 구호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표시하고 주민들에게 잘 나눠지는지도 살펴보지요."
    비노드씨가 마을자체위원회에서 조사한 필요물품 등을 꼼꼼히 적어놓은 노트를 보여주고 있다.(사진 카트만두 = 박지환 특파원)

     


    비노드씨는 정부 차원의 구호활동을 더는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이웃 마을에서 민간 구호품을 두고 종종 주민간에 다툼이 벌어지는 것도 부담이다.

    특히 해외 민간단체들의 구호활동이 진앙지인 고르카(Gorkha)와 람중(Lamjung), 다딩(Dading), 누와코트(Nuwakot), 신두팔촉(Sindhupalchok) 등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카트만두와 가까운 외곽 지역이 지원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도 불안하다.

    '시티폴 나하 코스 2072' 자치위원회는 이런 환경들을 돌파하기 위해 네팔정부와 민간 구호단체에 자신들의 존재를 적극 알리기로 했다.

    네팔 강진에 따른 사망자 수는 5일 현재 7500명을 훌쩍 넘기고 부상자만 1만5000명에 달한다. 또 네팔 전역에서 60만 채의 집이 부숴지고 네팔 인구 2800만명 중 810만명이 이재민으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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