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단식 체험] 20일간 빠진 10kg, 내 몸에 무슨 일이?



문화 일반

    [단식 체험] 20일간 빠진 10kg, 내 몸에 무슨 일이?

    [단식, 내 몸을 정화하다 ①] 음식을 끊었다, 왜?

    이 기사는 기자의 단식 체험 과정과 그 후 신체 변화를 직접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기자의 주관적인 단식 체험기임을 미리 밝힌다. 또 독자들이 단식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현대 의학은 단식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살펴봤다. [편집자 주]

    <기사 싣는="" 순서="">
    ○ 20일간 빠진 10kg, 내 몸에 무슨 일이 생겼다 (上)
    ○ 굶으면 죽는다? 굶으면 산다! (下)

    "아, 배고프다."

    퇴근길 주린 배를 움켜쥐고 신길역에서 나와 집까지 걷는 15분 거리. 평소에는 있는지도 몰랐던 식당들이 눈에 들어온다.

    '족발', '등갈비', '분식', '갈메기살', '회' 등등. 세상은 넓고 먹을 건 많다고 누군가 그랬던 것 같은데, 틀린 말이다. 이 좁은 신길동에도 먹을 건 차고 넘친다.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길 기다리는 횡단보도 앞. 나도 모르게 뒤를 쳐다보니 맛있게 고기를 구워 먹고 있는 사람이 쇼윈도를 통해 보인다.

    '꼴깍'.

    나도 모르게 침이 넘어간다.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세어본다. "하나, 둘, 셋...여덟." 그래 8일, 오늘로 단식을 시작한 지 8일이 됐다. 여기까지 왔는데 한번 끝까지 가보자, 참자 하며 주린 배를 잡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집에는 된장차와 조청이 나를 기다린다. - 2015. 01. 09 / 단식 8일차 기록 중 -

    ◇ 음식을 끊었다, 왜?

    보통 새해가 되면 많은 다짐을 한다. 술이나 담배를 끊겠다느니, 아니면 다이어트를 하겠다느니 등. 나는 새해가 되자 음식을 끊었다.

    “왜?”

    담배나 술을 끊겠다고 했어도 이런 질문이 나왔을까 싶지만, 단식 중이라는 얘기를 듣는 사람마다 첫 반응은 "왜?"이다.

    이유를 밝히자면, 체질을 바꿔볼 요량이었다.

    지난해 여름께 페이스북에서 단식을 했다는 페친들의 글을 자주 보게 됐다. 단식을 통해 매일 복용하던 약을 끊게 됐고, 축농증이 나았다 등의 후기가 올라왔다.

    나는 비염 때문에 축농증이 심했다. 수술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게다가 아는 사람들의 후기다보니 광고 같지 않아 신뢰가 갔다.

    하지만 자신이 없었다.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종일 돌아다녀야 하는 날이 많은데 체력이 버틸 수 있을까’, ‘사람을 만나 식사와 술도 자주 해야 하는데 과연 안 먹을 수 있을까’ 등의 고민이 가득했다. 이런 상황이 기자뿐이겠냐만, 결론은 단식은 불가능하다였다.

    ◇ 술과 음식에 찌들어 살찐 내몸…어찌하오리까

    그렇게 머릿속에서 지웠던 단식을 다시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몸이 좋지 않아서였다. 12월 중 며칠간 속이 쓰려 제대로 식사를 할 수가 없었다. 연말이다 보니 술자리도 많았다.

    최근에 했던 건강검진 결과만 봐도 몇몇 간수치가 높고, 체중 감량이 필요하다는 결과와 함께 재검을 받아햐 한다는 소견이 나왔다.

    결국 내게 꾸준히 단식을 권유하던 지인을 따라 새해 둘째 날 1박 2일 단식캠프에 참석했다. 한번 교육을 받아보고 결정할 생각으로 갔다. 그리고 TV에서나 보던 단식원 같은 곳이라 생각했다.

    단식 캠프라기에 이런 곳인 줄 알았다.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中 / 제공 사진)

     

    단식을 안 하게 되더라도, 명상도 하고, 책도 좀 읽고, 한 해 구상이나 좀 하다 돌아오려 했다.

    섣부른 생각이었다. 이미 그곳에 도착한 순간부터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단식을 시작했다. 도착과 함께 안내원이 진득한 차를 줬는데, 장을 비우는 음료(엔자임)인지도 모르고 마셔버렸다.

    그날 저녁 난 화장실을 수차례 들락날락하며 마치 관장을 한 것 마냥 모든 것을 쏟아냈다. 단식 캠프에서 식사를 줄 리도 없었다. 장을 비우고, 이튿날까지 식사를 못하면서 단식 2일차가 지나갔다.

    ◇ 총 50일…10일 단식, 10일 회복식, 30일 조절식

    내가 한 단식은 사실 음식을 끊는 게 아니라 최소한만 먹는 '초절식'이다. 홍보처럼 보일까봐 단식명은 공개하지 않겠다. 총 50일간 진행되는 이 단식 과정은 10일 단식, 10일 회복식, 30일 조절식을 진행한다. 이 기간 내가 먹는 식사와 프로그램은 대략 다음과 같다.

    50일간 식단.

     

    여러 단식(생수, 효소, 장국, 수수팥 등)이 있는데, 내가 한 건 굳이 분류하자면 장국 단식에 해당된다. 된장차와 조청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최소한의 칼로리와 염분, 당을 보충해 줬다. 또 종일 몸에 수분과 미네랄를 보급해준다는 차를 마셔야 공복감이 덜하다고 했다.

    다음은 단식과 회복식 때 쓴 일기를 요약했다.

    ▶ 단식 3일차 : 보통 단식 2~3일차가 가장 참기 힘들다는데 아직 괜찮다. 신기하게 공복감도 없다. 식사를 못하니 된장차와 조청을 먹는 게 유일한 낙이다.

    ▶ 단식 4일차 : 입 냄새가 심해졌다. 양치를 해도 잘 가시지 않았다. 또 얼굴에 큰 여드름이 나타났다. 단식하는 사람들에게 물으니 명현반응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단식을 하면 빠르면 3일 늦으면 7일부터 두통, 속 쓰림, 구취, 설태, 발열, 저혈당, 두드러기 등의 명현반응이 나타나는데, 사람들이 단식 중간에 포기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몸의 독소가 배출되는 과정으로 한번은 거쳐야 한다.

    ▶ 단식 6일차 : 단식 중에는 격렬한 운동은 하면 안 된다. 그런데 무시하고 저녁에 회사 사람들과 풋살을 했다. 살살 뛸 요량으로 참석했다가 5분 만에 눈앞이 노래지고 별이 보였다. 살짝만 몸싸움을 해도 픽하고 쓰러졌다.

    ▶ 단식 7일차 : 그나마 맛있던 된장차와 조청이 이젠 물린다. 매일 같은 것만 먹어서 그런 것 같다. 된장차와 조청이 물리니 다른 먹을 게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배가 고파서 라기보다 습관 때문이다. 입이 심심했다.

    단식 기간 나의 만찬이었던'된장차'와 '조청'. 10일간 이것만 먹으며 살았다. 약간의 공복감은 있었지만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었다. 아마 쉬지 않고 마셔야 했던 차 때문이다. 그 차를 안 마시면 공복감이 느껴졌다.

     

    ▶ 단식 9일차 : 아무것도 씹지 않으니 이러다 이가 퇴화되는 게 아닐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단식을 마치면 뭘 먹을까 하며 웹서핑을 하는데 옆에서 아내가 라면을 먹는다. 너무하는군.

    ▶ 회복식 1일차 : 생채식을 먹기 시작했다. 비록 가루지만 10일 만에 무언가를 씹고 있다. 최대한 맛을 음미하며 먹는다. 행복하다. 그리고 감사하다.

    ▶ 회복식 5일차 : 생채식 가루는 왜 이렇게 쓴 걸까. 처음엔 그렇게 맛있더니만. 좀 맛있게 잘 만들지...

    ▶ 회복식 6일차 : 약간 기운이 없다. 차를 꾸준히 마셔야 하는데 밖에서 돌아다니다 보면 자꾸 안 먹게 된다. 손발도 얼음장처럼 차다. 단식 중에 해야 하는 맨손 운동이 있는데, 안 해서 그런 걸까.

    ▶ 회복식 8일차 : 사람들이 살이 왜 이렇게 빠졌냐며 놀란다. 내가 봐도 얼굴이 핼쑥하다. 누군가는 내게 '갸름이'라 부른다. 부러워하는 반응과 안타까워하는 반응이 들려온다. 얼굴색이 하얘졌는데, 이 역시 피부가 빛이 난다와 창백하다는 반응으로 갈린다.

    ▶ 회복식 10일차 : 끝났다. 아직 조절식이 남았지만 어쨌든 내일부터는 식사가 가능하다. 식사를 하지 못한 20일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건강 상태를 확인하러 병원에 다녀왔다.

    ◇ 의사도 놀란 단식·회복식 뒤 내 건강

    처음부터 기사를 쓰겠다는 생각으로 단식을 한 게 아니라서 건강검진 결과가 정확히 단식 직전과 직후로 구분되지 않는다.

    그마나 10월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가 있다.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연말 회식 등을 핑계로 먹고 마셔서 더 나빠졌을지언정 좋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10월 건강검진 결과와 비교한다.

    첫 검진 당시 문제가 있다던 부분만 검사하고, 추가로 체성분을 측정했다. 단식으로 인해 근육량, 체지방, 체수분 상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우선 단식 전 건강검진 종합소견 결과에서는 ▲체중 관리에 주의 필요 ▲AST 수치 높음 ▲ALT 수치 높음 ▲r-GTP 수치 높음 ▲총 콜레스테롤 수치 높음 ▲ 중성지방 수치가 높음으로 나왔다. 병원 측은 나에게 일부 종목에서 기준범위를 벗어났거나 유소견으로 나타났다며 2차 정밀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단식 후 종합소견 결과에서는 한 줄이다. "이상 없음."

    차 검진(2014.10.17) 당시 문제가 있다던 부분만 단식 후 재검(2015.1.21)을 받았다. 재검 결과는 '정상'이었다. 특히 중성지방의 변화는 의사도 놀랄 정도였다.

     



    "어떻게 관리하셨어요?" 상담을 맡은 의사가 신기해한다. "단식했어요"라고 답했다. 신기해하던 표정이 갑자기 찡그려졌다.

    “그건 좋지 않아요. 식이요법과 운동을 통해 감량해야 해요.”

    특히 근육량이 평균 이하로 떨어졌다며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했다. 단식으로 살을 뺄 경우 고지혈증이 우려된다는 말도 했다. 또 아직 복부비만이 있다며 역시 운동을 통해 빼야 좋다고 했다.

    하지만 내장지방이 급격히 줄어든 것에 대해서는 좋은 증상이라며 이 상태를 잘 유지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 축농증은 그대로지만…

    애초 단식을 통해 체질을 바꾸고 고쳐보고자 했던 비염은 차도가 없다.

    대신 두통이 사라진 건 개인적으로 놀랍다. 만성 두통이 있어 10년 넘게 고생했었다. 아스피린과 타이레놀을 달고 살았던 적도 있고, 약을 안 먹고 버티려고 손톱으로 통증 부위를 꾹꾹 누르기도 했다.

    아내는 그 두통이 비염 때문이라며 늘 수술을 받으라고 독촉했다. 그런데 단식 중에 두통이 거짓말같이 사라졌다. 조절식 6일차인 지금(1월 28일 기준)까지 두통은 없다.

    체중 역시 급격한 변화가 나타났다. 먹지 않으니 빠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주변 사람들을 다이어트 효과가 좋다며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단식에서 다이어트는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일뿐 그 자체가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고 단식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