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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속 고무대야로 구한 아기…눈이 말똥말똥"



사회 일반

    "폭우 속 고무대야로 구한 아기…눈이 말똥말똥"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대선 (부산 좌천리 주민)

    지난 월요일 느닷없는 폭우로 남부지방 곳곳이 아수라장이 됐었죠. 그 당시 피해상황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 사진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요. 그 가운데 아주 희한한 사진이 하나 발견됐습니다. 성인 남자의 가슴 높이까지 물이 들이차서 집들이 창문만 남긴 채 거의 잠겨 있는 마을에, 한 남성이 갈색 고무 대야를 배처럼 띄워서 밀고 갑니다. 이 갈색 대야는 그러니까 우리가 김장 담글 때 쓰는 그런 고무 대야인데요. 놀랍게도 그 안에는 까까머리 갓난아기가 들어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까 둑이 무너지면서 집이 잠겨가는데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갓난아기와 엄마가 있었던 거죠. 그걸 본 마을 주민들이 몰아치는 비와 물살을 뚫고 들어가서 이 대야에 아이를 받아 구해낸 거랍니다. 하마터먼 참 큰일 날 뻔 한 순간 기지를 발휘한 이 마을 주민들 지금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직접 만나보죠. 부산 기장군 장안읍 좌천리 주민이세요. 이대선 씨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이 선생님, 안녕하세요?



    ◆ 이대선> 안녕하세요.

    ◇ 김현정> 지난 월요일 그날로 한번 돌아가보죠. 비가 그렇게 무섭게 내리기 시작한 게 몇 시쯤부터인가요?

    ◆ 이대선> 오전 한 7시부터 비가 왔는데 비가 많이 온 게 아니고 비가 조금씩 오다가, 한 오전 11시부터 한 2시 사이에 그 사이에 제가 한마디로 뭐랄까요. 양동이로 붓듯이 비가 겁자기 쏟아졌어요.

    ◇ 김현정> 한 3시간 동안 양동이로 쏟는 것처럼. 그래서 사람 키로 친다면 물이 그러니까 어느 정도까지 찬 거예요?

    ◆ 이대선> 제 키가 1m 70인데 넘었으니까요.

    ◇ 김현정> 저는 그냥 사실은 가슴 정도까지 찼으니까 얼굴은 내밀고 가셨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도 더 찼어요?

    ◆ 이대선> 옛날에 일본에 쓰나미 같은 그런 식으로, 바다가 물이 만조 시간이 되니까 역류해서 순식간에 그렇게 찼습니다.

    ◇ 김현정> 마을이 100가구 되는 마을이라고요?

    ◆ 이대선> 128세대 정도 됩니다.

    ◇ 김현정> 그분들은 그래도 다들 빨리 빨리 나가자 이렇게 연락 취하고 해서 나오신 거예요, 어떻게 되신 거예요? 상황이 어떻게 된 겁니까?

    ◆ 이대선> 마을 이장님이 방송을 여러 번 하고, 또 젊은 사람들하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다 했는데 하필 아기가 있는 집의 사모님이... 원래 그렇잖아요. 모유를 먹이다 보면 애기가 젖 먹는 순간에 애기 엄마들이 보통 잠이 잘 온다고 그래요.

    ◇ 김현정> 맞아요. 생리적으로 아기가 젖 물고 빠는 순간에 잠이 들 수가 있고 모유수유 하는 시간도 사실 짧은 줄 아시지만 30분~1시간 정도가 걸려요.

    ◆ 이대선> 그래서 그 순간에 아기 엄마가 나가려는데 나가면 남들 앞에서 아기 젖먹이기가 좀 힘드니까, 애기 젖을 조금 먹여서 데리고 나오려고 하다 보니까. 그 순간에, 불과 한 10분 순간에 물이...

    ◇ 김현정> 찬 거예요. 세상에 그 이유였군요. 왜 마을사람 다 탈출을 하는데 저 아기 엄마는 왜 탈출을 못 했을까 했더니 모유수유 하느라고 아이 젖 먹이느라고.

    ◆ 이대선> 그게 모성 아닙니까?

    ◇ 김현정> 그게 모성이죠. 조용한 방에서 먹이고 얼른 아기 먹여서 얼른 배 채워서 나가자 한 것이 거실 문을 방문을 열고 거실 나오니까 이미 물이 감당할 수 없게 차버린 거예요.

    ◆ 이대선> 네.

    ◇ 김현정> 그것을, 창문으로 아기 엄마가 손 내밀고 있는 모습을 마을 주민들은 어디서 보신 겁니까?

    ◆ 이대선> (사람들을) 산에 피신시키고 오니까 저희 안사람이 저기 사람이 있다, 사람을 구해야 된다고 해서...

    ◇ 김현정> 잠깐만요. 그러니까 우리 마을주민들이 마을의 지대 높은 곳에 다 피신해 있는데 이대선 씨 아내 분께서 먼저 목소리를 들으신 거군요. 저쪽에서 누군가 손 흔들면서 소리 지르는 걸.

    ◆ 이대선> 네, 거리는 불과 한 10m 조금 더 되죠.

    ◇ 김현정> 얼마나 놀라셨어요? 처음 그 목소리 듣고 저 집이 아직 저기 있구나 아셨을 때.

    ◆ 이대선> 그때 그 순간은 뭐랄까요. 여자 분이 애기를 살려야겠다 싶어서 애기를 두 손에다 들고, 자기는 목까지 물이 차서...

    ◇ 김현정> 세상에, 세상에. 그러니까 창문으로 아기 엄마가 보이는데 아기를 4개월 된 갓난아기를 머리 위로 들쳐올리고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하고 있었던 거예요?

    ◆ 이대선> 그렇죠. 여기 사람이 있으니까 살려달라. 그걸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저희 안사람이 집에서 보고 제 안사람이 고무 대야를 움직이고 들고 오는데. 그래서 내가 안사람한테 ‘왜 그러는데’ 하니까 ‘저기 사람 있다, 사람 살려야 된다’ 하는 거예요. 저 혼자서 처음에 물에 들어갔더니 물이 빙빙 도니까 도저히 안 되잖아요. 그래서 안사람이 ‘사람 살리려다 당신이 죽는다. 일단 올라와서 준비를 해서 들어가라’ 이러대요.

    ◇ 김현정> 그렇죠. 준비해서 가라.

    ◆ 이대선> 그래서 노란 로프를 던지고, 그 안에 있는 아줌마를 보고 '줄을 던져줄 테니까 줄을 잡아라. 집 창틀에 줄을 감아서 잡고 있어라 당길 테니까' 했어요. 또 옆에 보니까 젊은 친구들이 목까지 오는 물을 건너 와서 ‘형님, 왜 그러냐’고 그러기에, ‘저기 사람 있다, 사람 살려야 된다’ 그래서 젊은 사람 세 사람이 같이 들어갔어요.

    (사진=구봉철씨 제공)

     


    ◇ 김현정> 그 갈색 고무 대야에다가 아기 담을 생각은 누가 하신 거예요?

    ◆ 이대선> 저희 안사람이 그랬죠. 여자니까 그거를 알잖아요. 남자들은 그런 생각을 못하죠. 남자들 같으면 애기를 안고 나온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

    ◇ 김현정> 그렇죠. 그런데 그게 잘못하면 큰일 나거든요, 그게.

    ◆ 이대선> 그렇죠. 맞죠.

    ◇ 김현정> 그 4개월짜리 아기를 손으로 들고 나오다가는 자칫하다 물살에 휩쓸릴 수도 있고 중심 잃어서 넘어지면 아기도 같이 물속에 들어갈 수도 있고 굉장히 위험할 뻔했는데 그야말로 엄청난 기질을 발휘하신 거예요. 그 고무대야, 갈색대야. 아기엄마가 아기를 머리 위로 들쳐올리고 있다가 고무대야에 아기를 내려놨을 때. 그때 이 아기가 아저씨 보고서 울던가요, 웃던가요, 어떻게 기억나세요, 그 표정이?

    ◆ 이대선> 아기가 너무 착해요, 착하니까. 4개월 된 아기가 뭘 알겠습니까? 애가 눈만 말똥말똥 사람만 딱 쳐다보더라고. 어제 내가 그 애를 봤어요.

    ◇ 김현정> 다시 보셨어요?

    ◆ 이대선> 네. 애기 엄마가 데리고 왔는데 이놈이 고추를 내 놓고 누워 있는 것을 내가 휴대전화로 사진 찍어 놓은 게 있어요. 그 애를 봤을 때 내가 참, 이놈 옳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 김현정> 남의 자식 같지가 않죠? 그 사진 보니까. 왜 안 그렇겠습니까. 그러니까 아이를 갈색대야에 넣었는데 아기가 우는 게 아니라 눈 말똥말똥 뜨면서 아저씨 바라보고 있어요. 그래서 그 아기를 밀고 편안하게 모셔 오신 거네요, 뭍으로. 잘하셨습니다. 내가 위험해질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망설일 수도 있었을 텐데...

    ◆ 이대선> 많이 망설이지만, 그건 아니잖아요. 눈앞에 보이는데 사람이... 보이는데 그건 안 구다면 그거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RELNEWS:right}

    ◇ 김현정> 고맙습니다.

    ◆ 이대선> 내 생명이 귀하지만 거기에 계신 분은 얼마나 애통하겠습니까? 살려달라고 그렇게 애원을 하고 있는데 애기하고.

    ◇ 김현정> 그것도 애기를 들고...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저는 눈물이 날 정도입니다. 선생님, 하여튼 너무 장한 일 하셨고요. 아침부터 이렇게 훈훈한 미담 들려주셔서 마음 따뜻하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이대선> 고맙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갈색대야에 아이를, 갓난아기를 구조해서 나와서 지금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는 분입니다. 부산 기장군 장안읍 좌천리 주민이세요. 이대선 씨 연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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