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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준, 수전노에서 자린고비로 승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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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현대 오너들, 5000억원 출연해 재단 설립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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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를 비롯한 범현대가 오너들이 사재와 회사 돈 5000억 원을 출연해 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정몽준 의원이 사재 2천억 원을 출연하고 정상영 KCC명예회장과 정몽근 현대백화점명예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등이 240억 원의 사재를 출연한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호를 따서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는데 기존 대기업의 재단들과는 차별성이 뚜렷하다.

    삼성이나 현대차 그룹 등 대기업들은 안기부 X파일이나 비자금 사건 등 사회적으로 지탄 받는 사건에 계기가 됐거나 기업자금이 대부분인 경우가 많았지만 ''아산나눔재단''은''자발적 사재출연''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정몽준 의원의 사재출연 계기는 뭐냐?

    = 정몽준 의원은 언론인터뷰에서 올해가 정주영 명예회장의 10주기여서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하게 됐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10주기인 3월에 할 예정이었지만 출연에 준비할 것이 많아서 이번에 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10주기에 맞춰 3월에 하려 했다가 이후 5월까지 하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아서 8월로 늦춰졌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밝힌 공생발전과는 무관하며 오래전부터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앞으로 "회사나 개인이나 여유분을 보면서 계속 할 예정이다."라고 밝혀 앞으로 추가 출연할 예정임을 내비쳤다.

    ▶정몽준 의원이 차기 대권도전 의사를 밝혀왔기 때문에 대선용 아니냐? 그런 지적도 있는데?

    = 인터넷에는 그런 댓글들이 적지 않다.

    시쳇말로 ''정치인의 모든 행위는 정치적이다.''라는 말이 있지 않나?

    정몽준 의원은 이런 지적에 대해 ''전혀 아니다''라고 답변하지는 않고 있다.

    정 의원은 "대선행보든 아니든 좋은 일을 하면 좋은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대선만을 의식해서 한다면 나 자신에게 불명예고, 내가 처량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는 목숨을 걸고 할 것이 아니라 명예를 걸고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들도 "정몽준 대표가 정치인인 만큼 정치적인 의도가 전혀 없다고하기는 어렵겠지만 사재 출연은 순수한 기부로 봐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 사재 2000억 원 출연은 어쨌든 신선한 충격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 그렇다. 그동안 대기업 총수나 그 일족들의 기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정몽준 의원의 사재 2000억 원 출연은 ''통큰'' 결단임이 분명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몽준 의원이 ''수전노''로 불렸는데 이번 기부를 통해 ''자린고비''로 거듭났다는 촌평이 나오기도 한다.

    수전노(守錢奴)는 돈을 모을 줄만 알아 한번 손에 들어간 것은 도무지 쓰지 않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고, 자린고비(慈仁考碑)는 조선 인조 때 충주지역에 검소한 생활을 한 조륵이란 사람이 신발이 닳을까 봐 신을 들고 다니고 아들이 조기 반찬이 먹고 싶다고 하자 조기를 사다가 천장에 매달아 놓고 밥 한 숟갈 먹고 한 번 쳐다보라고 했는데 큰 자식이 밥 한 숟가락에 두 번 쳐다보았다고 야단을 칠 정도로 검소한 생활을 했지만, 재물을 절약하여 어려움 사람들에게 인심을 베풀어서 자인고(慈仁考)로 불렸고 묘소에 자인고라는 비문이 새겨져 있어서 ''자린고비(慈仁考碑)''라고 부른다.

    정몽준 의원이 공직자 재산 신고 때 3조 원이 넘는다고 신고를 했지만 주변에서는 ''돈을 쓰지 않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래서 ''수전노''니 ''구두쇠''니 하는 말을 들었지만 이번 통큰 기부를 통해 새로운 면을 보인 것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나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기부약속을 했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정몽준 의원의 자발적 사재출연은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 삼성 이건희 회장이나 현대차 정몽구 회장이 출연 약속을 지키지 않았나?

    = 삼성은 외형적으로 8000억 원을 출자해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을 출범시켜 이를 정부로 이관시켰다. 지금은 ''''삼성꿈장학재단''''으로 명칭이 변경돼 유지되고 있다.

    그렇지만 2006년 삼성 이건희 회장이 약속했던 것과는 내용이 좀 다르다.

    ''이 회장 일가의 재산으로 8000억 원 상당의 사회기금을 조건 없이 헌납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이건희 회장이 사재를 추가로 출연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은 2002년 4500억 원을 출연해 ''삼성이건희장학재단''을 설립했는데 이 때 이 회장이 1300억 원, 아들 재용씨가 1100억 원 삼성 계열사가 2100억 원을 공동 출연해 설립한 것이었다.

    여기에 3500억 원을 추가해 8000억 원을 만들었는데 3500억 원도 이 회장 일가의 부당이득 헌납분 1300억 원과 이 회장의 셋째 딸 고 이윤형씨의 유산 2200억 원으로 조성한 것이다.

    8천억 원 사회헌납 약속을 지켰지만 이건희 회장의 사재가 새롭게 출연되지는 않은 것이다. 여기에다 ''삼성꿈장학재단'' 이사장에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 출신인 손병두 현 KBS 이사장이 재단이사장에 취임했고 사무총장에도 삼성맨이 임명되면서 처음 약속과 달리 삼성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도 지난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때 1조 원에 달하는 사회 환원을 약속했지만 2007년 600억 원, 2008년 300억 원, 2009년 600억 원 등 세 차례에 걸쳐 1500억 원을 출연했는데 출연한 곳이 현대차 그룹이 설립한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이다.

    당시 법원 판결을 앞두고 사회 환원 약속을 했지만 아직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의 사회 환원 약속은 완료가 아니라 진행형"이라고 답변하고 있지만 언제 환원 약속을 지키게 될 지는 미지수다.

    ▶ 지금까지 가장 많은 돈을 기부한 사람은 빌 게이츠죠?

    = 지금까지 가장 많은 돈을 사회에 환원한 인물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로 그가 세운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280억 달러를 기부했다.

    우리 돈으로 31조원인데 그의 재산이 560억 달러로 평가되니까 자신의 재산 절반을 기부한 것이다.

    2위가 워렌 버핏인데 지금까지 83억 달러를 기부했다. 2006년에 앞으로 20년간300억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으니까 기부를 계속할 예정이다.

    3위는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의 조지 소로스로 80억 달러, 4위는 인텔의 공동 창업자인 고든 무어로 68억 달러를 기부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기업 명의로 기부는 많이 하지만 총수 개인의 기부는 미미한 수준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 원 개인 돈을 기부한 사람의 모임인 아너스 클럽의 경우 50명을 넘어섰지만 대기업 총수의 명단을 찾기 어렵다.

    ▶ 왜 우리나라의 대기업 총수나 부자들의 기부가 미미한 거냐?

    = 무엇보다도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줘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기업 총수의 재산이 대부분 주식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보유 주식을 기부했다가는 2세 승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때 글로비스 주식 등 사재 1조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글로비스가 현대차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할 경우 글로비스 주식을 헌납했다가는 경영권 승계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 오너들의 지분구조가 글로벌 기업들과 다른 점도 오너들의 거액 기부를 어렵게 하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소규모 개인지분과 법인의 연쇄적인 출자구조를 통해 전체 계열사를 장악하다 보니 주식을 통한 기부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여기에다 대기업 오너가 공익법인에 주식을 기부하는 것이 진정한 기부인지 아니면 편법 증여인지 알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안이 있는 거냐?

    = 사람들이 방법을 몰라서 기부를 안 한 건 아닐 것이다.

    가수 김장훈씨 개인적으로 큰 재산을 가진 것도 아니지만 해마다 기부를 한다.

    기부천사로 불리고 있다. 일본 소프트 뱅크의 손정의 사장도 개인 돈으로 1300억 원을 기부했다.

    김밥 할머니의 기부소식도 종종 들린다. 이름 없는 기부자들이 어떤 대가를 바라고 기부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4월에 나온 뉴스이지만 미국에서 ''재산 절반 기부하기'' 운동을 지휘하고 있는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재단''에 따르면 재산이 10억 달러 이상인미국의 최고부자 403명 가운데 69명이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우리도 정몽준 의원의 사재 출연을 계기로 부자들이나 대기업 오너일가들의 사회 환원이 활발하게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물론 제도적으로 기부를 원활하게 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몽준 의원이 3월에 사재출연 방안을 발표하랴고 했지만 준비할 것이 많아서 5월로 다시 8월로 늦췄다고 말한 부분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제프리 존스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는 기부를 하려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쉽게 기부 할 수있는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같이 기부 문화가 발달된 곳에는 개인의 기부금이 기업의 기부금보다 훨씬 더 많다"며 "기업보다 개인 기부자가 많아야 기부 선진국"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의 기부는 많지만 개인의 기부는 적은 우리나라의 기부 풍토를 꼬집는 발언이다.

    기부가 사회문화로 자리 잡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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