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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는 막히고 분뇨는 넘치고…

    [변상욱의 기자수첩]

    ㄴㄴ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1. 그 많은 분뇨와 오수는 어디로 갈까?

    엄청나게 독하다는 가축분뇨, 생활하수를 모아 처리하고 남은 찌꺼기인 하수오니, 짠 국물과 양념이 많은 한국식 식습관 때문에 처리가 유난히 까다로운 음식물처리 폐수…이것들은 어디에 버릴까?

    예전엔 강에다 그냥 내다 버렸다. 서울시만 해도 1년에 100만 톤 이상의 인분을 한강에 버렸다. 농사짓는데 뿌리면 된다? 퇴비를 만든다? 농사 퇴비에 쓸 인분은 그 마을 것이면 충분하다. 농촌에서 서울시 분뇨를 받다간 땅이 썩어 남아나지 않을 것이어서 못 가져오게 했고 서울시는 한강에 버렸다.

    이런 식의 하수처리, 분뇨처리는 80년대에도 계속됐다. 88년부터 정책의 변화가 시작돼 땅을 파고 묻어버렸지만 이제는 직접 묻는 것도 법으로 금지돼 있다. 반드시 정화 처리해 땅에 묻어야한다.

    그러나 전부는 아니다. 일부는 바다에 버린다. 우리 뿐 아니라 그 훨씬 전부터 세계 각국들은 연안 바다를 피해 먼 바다에 버려 해결했다. 그러나 육지에서 나는 쓰레기는 육지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환경보호론자들의 항의로 1975년 해양오염방지 국제협약인 런던협약이 체결됐다. 또 런던협약을 더욱 엄격히 강화한 ''''1996 의정서''''가 체결돼 2006년부터 발효되었다. (우리나라는 런던 협약은 93년에 가입하고, 96의정서에는 2009년에 가입)

    이 협약과 의정서에 따라 이제는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지 못한다. 정화처리를 거쳐 허용된 8개 물질로 바꾸어 바다에 버리게 되어 있다.

    2. 왜 바다에 버려야 했을까?

    어느 나라나 산업화, 근대화에 따라 국토는 비좁고 도시화되어 묻을 땅은 부족하다. 땅은 경작해야 하고 강물은 마셔야 하니 토양오염과 수질오염을 막기 위해 시행해 온 고육지책이다. 또 땅이나 강에 버려도 결국은 바다로 흘러들어 연안바다를 오염시킨다.

    그러니 먼 바다에 버려 해류를 타고 대양을 돌다 자연정화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시설이나 기술적로도 값싸고 어렵지 않다. 또 땅에서는 건조, 소각, 부산물 처리하느라 에너지 소모가 많지만 바다배출은 에너지 소모가 상대적으로 적다. 물론 런던협약 이후 바다에 버리는 기준이 엄격해져 처리비용이 비싸지긴 했지만 하수슬러지의 경우 바다 배출이 땅에서 처리하는 것보다 1/3 ~1/4정도 경제적으로 유리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정부 하수분뇨 정책이 땅과 강, 즉 국토를 오염시키지 않는 쪽으로 강하게 추진되었다. 아시안게임, 88올림픽을 염두에 둔 탓이다. 그러다 1988년에 해양배출제도를 공식적으로 도입해 권장했다. 생활.축산 하수처리 처리이니 국가가 시행해야 할 사업이지만 업체들이 정부를 대행해 바다에 버리도록 해 왔다. 그래서 해양배출업체들은 저장시설과 선박, 인력을 확충해 가며 늘어가는 땅에서의 쓰레기들을 처리해 왔다.

    3. 왜 갑자기 줄여야 했을까?

    그러다 정부는 엄격해지는 런던협약과 국제적 추세를 감안해 바다에서의 처리량을 줄이기로 했다. 2005년 말 바다에 처리한 오폐수와 오니의 양은 1,000만 톤. 그것을 1년에 무조건 100만 톤 씩 줄여나가다가 2011년 400만 톤을 끝으로 2012년엔 바다배출을 중지하겠다고 덜컥 계획을 발표해 버린 것이다. (정확히 가축분뇨, 하수오니는 2011년이 끝, 음식물처리폐수는 2012년이 끝)

    유럽은 100년 넘게 바다에 버려오다 40년 전부터 준비를 한 뒤 최근 바다배출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20년 정도 준비해 2007년부터 바다에 버리는 품목을 최소한으로 줄이되, 유사시를 대비해 바다에 버리는 제도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걸 우리는 5년 안에 준비를 마치고 ''''전면 금지''''라고 해버렸으니 관계당국과 지방자치단체, 축산 농가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리저리 돈을 얻고 끌어 모아 오수, 오니, 가축분뇨 육상 처리시설을 짓기 시작했다. 축산분뇨, 생활하수 등의 발생추이와 처리기술 수준, 해양배출 처리량에 대해 면밀히 조사연구를 거쳤다면 1년에 100만톤 씩이라는 단순과감한 수치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왜 그렇게 정했냐라고 묻는다면 ''''아마 계산이 귀찮아서''''라는 게 솔직한 답일 것이다.

    4. 분뇨는 넘치고, 처리시설은 더디고, 바다는 막히고

    1년에 무조건 100만 톤 씩 줄이려면 1년에 100만 톤씩 처리량을 늘려가야 한다. 그러나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이었을까?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고, 주민들은 혐오시설이라며 못 들어오게 막아 법정소송이 줄을 섰다. 불에 태워 부피를 줄인 뒤 고체로 만드는 기술은 부족하고, 재활용 기술도 미흡하다. 서둘러 짓고 운영하느라 고장도 잦고 구조조정으로 인원을 대폭들 줄여 가동율도 낮다. 발생량이 많은 지역은 토요일과 명절연휴도 못 쉬며 공장을 돌려도 감당이 안 되는 형편이다. 충분히 예상한 사태이다.

    올해로 바다 배출이 금지되는 가축분뇨만 살펴보자. 충북 괴산, 음성, 전남 나주, 무안 경남 밀양 창녕 등 10 곳의 가축분뇨공동처리시설이 주민 반대로 짓다 멈추거나 민간사업자가 포기한 상태이다.

    경남도의 경우는 18개 시.군중에 8개 시군만 공동처리시설을 완공했고 나머지 지역은 시작도 못했다. 전국 232개 시.군 가운데 축산분뇨 공공처리시설을 갖춘 지방자치단체는 1/3에도 못 미치는 69개소이다. 내년부터 중단되는 가축분뇨 107만톤에 대해 1/10은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10년 기준으로 전국의 가축분뇨 발생량은 4650만 톤(87%)은 퇴비.액비로 자원화되고, 420만 톤(9%)은 정화처리 후에 강물에 방류, 2% 107만 톤이 처리 후 바다에 버려진다.

    그러나 정부 통계는 늘 그렇듯 신뢰하기 어렵다. 땅에서 처리한다고 하지만 시설고장이나 기타 사정으로(구제역 이동제한, 홍수, 폭설 등) 처리 못할 때도 많다. 처리 못한 분뇨의 상당수는 몰래 버리거나 다시 바다로 떠넘기기 때문에 실제 처리량 통계는 상당히 다를 것이다.

    5. 이제는 분뇨 대란마저 겪어야 하나?

    해당 지역에서 처리 못하면 다른 지역 처리장에 가져 가 사정사정하며 기다렸다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 가축분뇨 물류대란이 빚어진다면 그 비용은 결국 농민부담으로 돌아간다. 그걸 피한다면 지역주민의 혈세로 메워야 한다.

    바다 환경을 지키자는 지구적 목표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바다배출 기준을 더 엄격히 하고 감시를 강화하더라도 일정 기간 정책 스케줄을 유예 시키고, 오폐수.오니.분뇨 처리시설 계획의 마감을 기다리는 게 현실적이다.

    정부의 위신을 앞세워 강행해 봤자 몰래 버리고 파묻을 수밖에 없다. 어차피 땅으로 버려지고 강과 연안바다로 흘러들어간다면 차라리 제대로 정화처리해 먼 바다로 내 가는 게 나아 보인다. 바다배출을 맡아 온 해양배출업체도 처리시설, 저장시설, 선박 등 정부가 권장하는 대로 막대한 투자를 했다가 강제적인 구조조정을 감수해 왔다. 올해를 끝으로 공장 문을 닫고 직원들은 경제난국에 거리로 나앉아야 할 것이기에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필요해 보인다.

    어느 결정이든 지역 주민들의 인식과 이해가 큰 변수이다. 혐오시설이 들어서는 것에 지역의 이해득실이 어느 정도 인지 판단키 어려우나 현실을 폭넓게 이해하고 무작정 혐오시설이라 막아서는 것은 자제해야만 해결의 실마리가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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